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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 때 기무사 계엄문건…文청와대서 문제없다고 밝혔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국군기무사령부가 작성한 이른바 ‘계엄령 검토 문건(이하 계엄 문건)’과 관련해 문재인 정부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법률적으로 검토했지만 아무 문제가 없었다”고 밝혔던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의힘이 지난 14일 직권남용, 군사기밀유출 및 기밀손괴 혐의로 송영무 전 국방부 장관 등에 대해 대검찰청에 접수한 고발장에 이같은 내용이 포함됐다.

국민의힘 측은 이를 근거로 “ 2018년 7월 문건이 일반에 공개되기 전부터 송 전 장관이 계엄 문건에 불법성이 없다는 사실을 알았는데도 군이 내란 음모를 꾸민 것처럼 조작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2018년 7월 24일 국회 국방위 전체회의에 출석한 당시 송영무 국방부 장관(왼쪽)과 이석구 국군기무사령관. 중앙포토

2018년 7월 24일 국회 국방위 전체회의에 출석한 당시 송영무 국방부 장관(왼쪽)과 이석구 국군기무사령관. 중앙포토

'계엄 문건' 공개 직후 靑 행정관 "검토했지만 아무 문제 없었다"

법조계에 따르면, 14일 국민의힘 국가안보문란 실태조사 태스크포스(TF)가 대검찰청에 제출한 고발장엔 2018년 7월 계엄 문건이 공개된 당시 상황이 담겼다. 7월 5일, 당시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기무사가 탄핵 심판 때 위수령·계엄을 검토했다”며 문건의 존재를 알렸고, 다음 날엔 임태훈 군인권센터장이 “촛불집회에 군 병력을 투입하려던 구체적 계획이 드러났다”고 주장하며 문건 일부를 공개했다.

계엄 문건의 파장이 커지던 6일 저녁 청와대 이기헌 선임행정관은 소강원 기무사 참모장에게 전화를 걸어 “청와대 민정수석실도 3월에 계엄 문건을 사전 보고받아 법률 검토를 했지만 아무 문제가 없었다”면서 “송영무 장관이 왜 이제 와서 난리 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소강원 당시 참모장도 중앙일보에 실제 이런 통화가 있었다고 확인했다. 다만 소 참모장이 이 정황을 당시 국방부 검찰단에 진술하자, 이 행정관은 다시 전화를 걸어와 "제가 언제 그랬느냐"며 자신의 말을 번복했다고 한다.

국민의힘 측은 2018년 3월 이석구 당시 기무사령관(아랍에미리트 대사)이 송 장관에게 문건을 보고한 뒤, 청와대에도 보고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후 송 전 장관은 문건에 대해 최재형 감사원장에게 법률 자문을 받았고, 국방부 내 간부 회의에서 “기무사 위수령(계엄령) 관련해 법조계에 문의해 보니, 최악의 사태를 대비한 준비계획은 문제될 것이 없다고 함. 장관도 마찬가지 생각”이라고 언급했다고 한다. 하지만 송 전 장관은 계엄 문건이 언론에 보도되며 논란이 되자 ‘문제될 게 없다고 말한 적 없다’는 확인 문건을 만들어 회의 참석자들에게 서명을 받으려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국민의힘 국가안보문란실태조사 TF가 14일 송영무 전 국방부 장관 등을 검찰에 고발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국가안보문란실태조사 TF가 14일 송영무 전 국방부 장관 등을 검찰에 고발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은 송 전 장관이 본인의 발언을 숨기기 위해 부하들에게 강제로 서명을 받으려 했다며 직권남용 혐의를, 이 전 기무사령관은 군사2급 기밀인 계엄 문건을 반납하지 않았다며 군사기밀보호법상 군사기밀손괴 혐의로 각각 고발했다. 임태훈 군인권센터장에 대해서도 군사기밀을 누설 혐의로 고발했다.

법조계에선 군사 2급 기밀 문건인데다 실제 실행되지 않았던 계엄 준비계획이 문 정부 출범 이후 외부에 유출된 경위를 파악하는 것이 혐의를 입증할 핵심이라고 보고 있다. 2018년 3월 당시 계엄 문건을 보고 받은 송 장관이 이철희 의원에게 전달하고, 이 의원이 임 센터장에 유출했을 것으로 국민의힘 TF는 추정하고 있다.

특히 문건 작성으로부터 1년이 지난 시점, 당시 이 사령관이 송 장관에게 왜 문건을 보고했는지 경위를 파악하는 것도 수사 대상으로 꼽힌다. 이와 관련, 탄핵 정국 때 문건 작성을 지시한 의혹을 받는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은 그간 미국 체류 중이었는데, 14일 입장문을 내고 “계엄문건의 진실 규명을 위해 자진 귀국해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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