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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하니 생활비 독촉하는 부모님…전화 받는 게 두려워요”

중앙일보

입력

기사 내용과 무관한 자료사진. 사진 셔터스톡

기사 내용과 무관한 자료사진. 사진 셔터스톡

성인이 된 이후 금전적 지원을 일절 해주지 않은 부모가 취업 후 생활비를 요구한다면 꼭 줘야 할까.

15일 YTN 라디오 ‘양소영 변호사의 상담소’에서는 올해 모 기업의 공채로 취업을 했다는A씨가 제보한 사연이 다뤄졌다.

A씨는 대학 1학년 때부터 등록금은 물론 생활비도 스스로 마련했다고 한다. A씨는 “스무 살 이후 부모님께 단돈 천 원도 손 벌린 적이 없다”고 했다.

오히려 부모님 집에 살 때는 “전기요금, 난방비가 많이 나온다”는 부모님 잔소리에 아르바이트를 해 10만 원씩 부모님께 드렸다고 A씨는 밝혔다. A씨는 “부모님이 밥 한 번 사 주신 적 없다”고 말했다.

A씨가 월세로 집을 얻어 나갈 때는 보증금이 1500만 원 필요했는데 이때도 “도움받을 생각하지 말라”는 부모님의 말씀을 들었다고 한다.

A씨는 “그런데 어렵게 취업한 이후 부모님이 일주일에 서너 번 전화해 생활비를 달라고 한다. 전화를 받는 게 두려울 정도”라며 “한 달에 30만 원 정도는 그냥 드릴까 싶다가도, 내가 힘들 땐 한 푼도 안 도와주셨던 부모님이다. 게다가 아직까지 등록금, 보증금 대출까지 있는 상황인데 너무 당연하게 생활비를 요구하시니 서운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부모님은 심지어 ‘법적으로 자식은 부모에게 부양료를 꼭 줘야 한다’고 강조하신다”며 “내가 부모님 생활비를 꼭 드려야 하냐”고 문의했다.

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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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력 생활 불가‧감당할 정도의 부양료‧필수적 생활비용 인정되면 법적 청구 가능”

민법에는 1차적 부양의무와 2차적 부양의무가 규정돼 있다. 1차적 부양의무란 미성년 자녀에 대한 부양의무, 부부간 상호 부양의무 등 부양을 받을 자의 생활을 부양의무자의 생활과 같은 정도로 당연히 보장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아울러 2차적 부양의무는 부양을 받을 자가 자기의 자력 또는 근로에 의해 생활을 유지할 수 없는 경우에 한해 부양할 책임이 있다는 내용이다. 즉, 1차적 부양의무가 2차적 부양의무보다는 더 강한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이 가운데 A씨의 경우 성년 자녀와 부모의 관계이므로, 1차적 부양의무보다는 약한, 보충적 의미의 2차적 부양의무 관계라고 볼 수 있다.

A씨 부모는 이 법 내용에 근거해 A씨에게 부양료를 법적으로 청구할 수 있을까.

그러려면 먼저 A씨 부모가 세 가지 요건을 입증해야 한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부양료 청구 소송이 인정되는 요건에는 ▶자력 또는 근로에 의해 생활을 할 수 없는 곤궁한 상태인지 ▶부양료를 지급할 사람이 감당할 수 있는 한도 내의 청구인지 ▶생활에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비용인지 등이 있다.

이 세 가지 요건을 입증했다고 해도 기각이 되는 경우도 있다. 부모가 자녀에 대해 가정폭력 등으로 학대했거나 오랜 기간 유기한 경우,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은 경우 등에는 ‘신의성실에 반하고 권리 남용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법원이 부양료 청구를 기각한다.

안미현 변호사는 “사연만으로는 A씨 부모가 자력이나 근로에 의해서 생활을 영위할 수 없는 상황인지 확인이 안 된다. 다만 A씨가 취업을 했으므로 부양할 수 있는 요건 자체는 되겠지만, 20대라고 한다면 취업을 했더라도 대출을 갚다 보면 어느 정도 여유가 있을지 의문이기도 하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A씨 부모가 A씨를 상대로 법적으로 부양료 청구를 한다면 세 가지 요건을 잘 입증하셔야 할 것”이라며 “사연만 보면 A씨에 대해 양육비를 안 주거나 학대를 한다는 내용도 없어서 최소한 ‘신의성실에 반하고 권리남용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기각이 되진 않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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