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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러시아, EU에 가스 끊으면 한국 조선ㆍ반도체도 타격”

중앙일보

입력

러시아의 에너지 무기화로 한국의 자동차ㆍ반도체 등 주요 산업도 생산차질을 겪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러시아의 가스 공급 중단으로 유럽연합(EU)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을 경우, 주요 핵심 부품의 조달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연합뉴스=로이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연합뉴스=로이터]

한국은행은 15일 이런 내용을 담은 ‘BOK 이슈노트 : 러시아 가스공급 중단 관련 EU의 생산차질 및 국내산업 리스크 점검’(조사국 김남주 차장, 최영우 과장 등) 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EU에서 수입하는 품목 중 수입의존도가 80%를 넘어서는 수입 의존 취약품목은 2021년 기준 392개로 집계됐다. 미국(484개). 일본(424개)과 비슷한 수준이다. 일부 핵심장비와 부품은 EU 의존도가 높은데다 대체도 어려운 상태다. EU 내에서 생산 차질이 벌어질 경우, 요소수 대란 때처럼 한국 경제에도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특히 이런 품목들은 한국의 주력산업인 조선ㆍ반도체ㆍ자동차 등과 긴밀히 엮여 있다. 조선업은 독일 등에서 선박엔진과 자동위치유지장치(DPSㆍ선박의 위치와 방향을 자동으로 유지하는 제어시스템) 등을 주로 수입한다. 보고서는 “선박 관련 유럽산 부품 수입에 차질이 발생한다면 국내 조선업황 회복에 제약요인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고 전망했다.

반도체는 유럽의 생산차질로 설비투자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네덜란드의 ASML은 메모리반도체와 파운드리 미세공정에 필요한 핵심 설비인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공급하는 유일한 업체다. 보고서는 “반도체장비 수입이 한국경제의 생산능력(설비투자)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유럽 내 생산차질 발생시 국내 설비투자도 크게 제약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자동차는 차량용 반도체 점유율 1,2위 기업가 모두 유럽에 몰려 있다. 독일 인피니온과 네덜란드 NXP의 생산차질이 발생할 경우 국내 완성차 생산이 더 늦어지게 된다. 이밖에 EU의 자동차 생산이 줄어들 경우 국내 주요 수출품목인 자동차 부품과 배터리 산업도 부정적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화학과 철강은 생산원가 부담이 커지게 된다. 화학은 글로벌 공급과잉으로 원가상승을 제품 가격에 전가하지 못한 상황에서 나프타 등 원재료 가격이 더 뛸 경우 수익성 악화가 심화할 수 있다.  천연가스 가격 상승으로 원유로의 대체 수요가 늘어날 경우 국제 유가가 상승해 나프타의 가격도 오를 수 있다.

한은은 “한국은 에너지 수입의존도가 높고 그동안 적극적인 글로벌공급망(GVC) 참여로 해외 공급망 충격에 도 상당 부분 노출돼 있다”며 “러시아의 가스공급 중단에 따른 경제충격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에너지 수급안정 노력을 강화하는 한편, 한국 경제에 영향이 큰 수입 품목들을 중심으로 선제적인 재고 확보, 수입선 다변화 등을 노력해야 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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