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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FC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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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송지훈 기자 중앙일보 스포츠부 차장
송지훈 스포츠디렉터 차장

송지훈 스포츠디렉터 차장

프로축구 K리그1(1부리그) 소속 성남FC는 최근 들어 스포츠 이외의 영역에서 더욱 자주 언급된다. 지난 2014~16년 당시 구단이 후원금 명목으로 일부 기업에게서 받은 돈이 연고지 성남시의 인·허가 특혜를 염두에 둔 뇌물인지 여부가 관건이다.

사실 관계는 수사기관이 엄정하게 조사해 밝혀내겠지만, 불미스러운 논란이 지속되며 성남FC 관계자들이 겪는 심적 고통의 수위가 점점 높아지는 상황이다. ‘해체’ ‘연고이전’ ‘매각’ 등 구단의 존폐와 관련한 흉흉한 이야기가 안팎에서 쏟아지니 선수도 팬들도 경기에 온전히 집중하기 힘들다. 성남이 올 시즌 내내 K리그1 최하위(12팀 중 12위)에 머무르며 사투를 이어가는 걸 단순히 경기력만의 문제로 치부하기 어려운 이유다.

요즘 ‘논란의 아이콘’ 취급을 받지만, 성남FC는 명실상부 K리그를 대표하는 명문 구단이다. 1989년 일화 천마라는 명칭으로 출발해 성남 일화, 성남FC로 간판을 바꿔 달며 33년의 역사를 쌓아왔다. 프로축구 최초로 3연패(1993·94·95)를 달성한 것을 포함해 7차례 정상에 오르며 전북 현대(9회 우승)에 이어 통산 우승 횟수 2위를 달리고 있다. 아시아 최고의 축구 클럽을 가리는 챔피언스리그 무대도 두 차례(1995·2010)나 제패했다. 프로축구에 연고지 정책이 뿌리내리기 전 서울·천안 등 타 도시에 연고를 둔 적이 있지만, 2000년대 들어서면서 꾸준히 성남에 터전을 두고 성장했다.

성남FC 구단주이기도 한 신상진 성남시장은 ‘성남의 정상화’를 기치로 내걸어 시민들의 선택을 받았다. 같은 맥락에서 성남 팬들은 구단주가 성남FC도 정상화해주길 바란다. 썩은 부위가 있다면 도려내고 비효율적인 부분은 혁신하되 ‘성남 연고 프로축구팀’의 정체성만큼은 유지해 달라는 주문이다. 성남FC가 배출한 축구대표팀 스트라이커 황의조(올림피아코스)도 자신의 SNS에 “성남FC는 단 한순간도 잊어본 적 없는 내 팀”이라며 “성남시와 K리그, 그리고 한국 축구에 언제나 존재하길 바란다”고 썼다.

“성남FC의 지역 연고 유지를 목표로 투자 유치를 진행해 축구단 운영에 유리한 방식을 찾겠다”는 성남시의 최근 약속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실현되길 기대한다. 스포츠는 스포츠 그 자체로 존재할 때 가장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