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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과제인 산은 부산 이전…직원들과 깊이 토론해볼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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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이 14일 부산 이전 등과 관련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이 14일 부산 이전 등과 관련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정 과제로 선정된 일(부산 이전)을 놓고 직원들과 내가 간다, 가지 않는다 논의하는 것이 의미가 있나 싶다. 정부에서 정한 걸 우리가 거부할 수 있을까.”

강석훈 KDB산업은행 회장이 부산 이전을 강행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14일 서울 여의도 KDB산업은행 본점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 간담회’에서다. 그는 “직원들이 냉정하게 현재 상황을 봐주길 기다리고 있는데 아직 상당수가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고 직원들과 깊은 토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경제정책을 보좌했던 그가 산은의 수장으로 임명되자, 윤 대통령이 후보 시절 내세웠던 공약(산은의 부산 이전)이 전면에 등장했다. 때문에 취임 당일부터 임직원과 마찰을 빚었다. 산은 직원과 강 회장의 갈등이 고조된 건 지난 7월 국회 정무위 업무보고에서 더불어민주당 박재호 의원의 질문에 그가 “가능한 한 빨리 (부산 이전을) 시행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답변하면서다. 지난달 31일엔 경남 창원 부산항 신항을 방문한 윤 대통령에게 “최대한 신속하게 이전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조윤승 한국산업은행 노조위원장은 “직원들과 어떤 소통이나 협의가 없는 상황에서 공개적으로 이전을 기정사실로 해버렸다”고 말했다. 내부 논의 과정을 건너뛴 채, 정부 방침이니 어쩔 수 없다는 일방통행식 추진에 노조와 직원들이 반발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법 개정까지 필요한 산은의 부산 이전 당위성에 대해 “한국 경제 성장의 첨병은 ‘부·울·경’(부산·울산·경남도)였는데 4차 산업 혁명시대가 도래하며 수도권에 힘이 집중되고 부울경이 잊히고 있다”며 “국가가 지속가능한 성장을 하려면 부울경이 4차 산업혁명의 새로운 전초기지로 탈바꿈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아직 이전과 관련된 구체적인 계획은 정해진 바가 없다고 밝혔다.

이전과 함께 현재 산업은행 부지 매각에 대해서도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산업은행 내부에서는 산업은행 부지를 대형 유통업체에 팔기 위해 이전을 강행한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그는 “이전 관련한 계획은 거의 없고, 더구나 부지 매각은 여러 가지 법적인 문제가 엮여 있어 검토해야 할 사항이 많다”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과 HMM(옛 현대상선) 등 현재 산업은행이 구조조정을 맡은 기업에 대해서는 ‘빠른 매각’을 강조했다.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분할 매각도 가능하다는 입장을 다시 밝혔다. 대우조선해양은 산업은행이 20여 년이 넘도록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이다. 자금 지원과 출자 전환을 반복하면서 산은의 지분율이 79%(2016년)까지 늘었다가 현재 55% 선이다.

그는 “대우조선해양이 멋진 회사로 크기 위해서는 연구개발(R&D)이나 투자가 이뤄져야 하는데 산업은행 품에서는 어렵다”며 “효율성을 높이는 새로운 경영 주체를 만나야 하고 분할 매각을 비롯한 어떤 조건이든 원하는 사람이 있다면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방산 부문만 떼고 해외에 매각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한국 경제 재도약’ 프로젝트를 진행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첫 번째 과제로 반도체 분야에 30조원을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산업은행은 구조조정하는 회사가 아니라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드는 회사”라며 “통화정책도 의미가 없고 재정정책도 한계에 이른 상황에서 한국 경제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산업은행이 선봉에 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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