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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軍 자전거 훔쳐 타고 도망"…서울 면적 10배 탈환한 우크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러시아군을 상대로 대반격에 나선 우크라이나군이 수복 지역을 파죽지세로 넓히고 있다고 CNN 등이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밤 화상 연설에서 "이달 들어 우크라이나군이 동부와 남부에서 러시아로부터 영토 6000㎢를 탈환했다"고 밝혔다. 서울 면적(605㎢)의 10배 규모다. CNN은 "이는 러시아의 지난 2월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가 잃은 영토의 거의 10%에 달한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군인이 12일(현지시간) 하르키우주의 탈환 지역에서 다친 동료 군인을 돕고 있다. AP=연합뉴스

우크라이나 군인이 12일(현지시간) 하르키우주의 탈환 지역에서 다친 동료 군인을 돕고 있다. AP=연합뉴스

앞서 우크라이나 측은 지난 8일 밤 영토 1000㎢를 탈환했다고 밝힌 지 48시간여 만인 11일 영토 3000㎢를 수복했다고 밝힌 데 이어 하루 만에 되찾은 지역이 2배로 늘었다.  

미군 당국자 역시 "러시아군이 하르키우주 주변에서 그동안 점령한 영토 대부분을 내주고 철수했다"고 밝혔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러 군인들 자전거 훔쳐 타고 달아나"

AP통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가 되찾은 제2 도시 하르키우주 마을들에 우크라이나 국기가 다시 걸렸으며 땅에 떨어진 러시아 국기로 군화를 닦는 우크라이나 군인도 있었다. 우크라이나가 되찾은 동부전선의 작은 마을 잘리즈니크네의 한 주민은 "러시아군은 갑자기 소리를 지르며 탱크와 장갑차들을 버리고 달아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일부 러시아 군인들은 군복을 벗고, 현지인처럼 위장해 자전거를 훔쳐 타고 도망치기도 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전했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남겨진 러시아 병사들이 집단 투항을 하면서 개전 이래 기록적인 수의 러시아 군인들을 포로로 붙잡아 수용 공간이 부족할 정도라고 밝혔다. 올레흐 시네후보우 하르키우 주지사는 "일부 지역에선 우리 군이 러시아 국경까지 도달했다"고 주장했다. 

블링컨 "중요한 진전"...英 전문가 "러군 붕괴 불가능 아냐"  

서방에선 우크라이나군의 이번 성과를 높이 평가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우크라이나군이 아직 반격의 초기 단계에 있지만, 중요한 진전을 이뤘다"고 평했다.  

미 전쟁연구소(ISW)는 "우크라이나군의 이번 성공은 서방 무기의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노력을 포함해 숙련된 작전 설계와 실행의 결과"라고 진단했다. 우크라이군이 돈바스의 '관문'인 전략적 요충지 이지움을 탈환한 데 대해선 "러시아가 돈바스 도네츠크주에서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사라졌다"고 분석했다.

우크라이나 군용 차량이 12일(현지시간) 하르키우주의 탈환 지역에서 이동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우크라이나 군용 차량이 12일(현지시간) 하르키우주의 탈환 지역에서 이동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영국 킹스칼리지 런던의 군사 사학자인 로렌스 프리드먼은 "이번 공세는 전쟁 과정에 대해 자신 있게 가정했던 많은 것을 뒤집었다"고 했다. 그는 전쟁이 올 겨울까지 교착 상태에 빠질 것이란 세간의 예상이 뒤집혔으며, 러시아군의 붕괴가 더 이상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러시아는 여전히 우크라이나 영토의 5분의 1을 장악하고 있지만, 이번 성과가 우크라이나 전쟁의 전환점이란 것엔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했다.  

러시아 내에선 러시아군을 향해 공개적인 비판이 나왔다. 러시아의 전 국회의원 보리스 나데즈딘은 러시아 국영 방송에서 "우린 현재의 자원과 식민지 시대의 전쟁 방식으론 우크라이나를 패퇴시키는 것이 절대 불가능하다는 것을 이해해야 하는 시점에 와 있다"고 지적했다.  

"전쟁 쉽게 안 끝나...오히려 더 위험해 질 수도"    

그러나 WP·블룸버그통신은 여전히 우크라이나 전쟁이 쉽게 끝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고 전했다.  

잭 와틀링 영국 왕립연합서비스연구소 지상전 선임연구원은 "러시아가 정치적으로 철수 결정을 내리지 않는 한 전쟁은 내년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12일 하르키우주 마을에 파괴된 건물에서 한 주민이 물건을 옮기고 있다. AFP=연합뉴스

12일 하르키우주 마을에 파괴된 건물에서 한 주민이 물건을 옮기고 있다. AFP=연합뉴스

일각에선 이번 성과로 오히려 전쟁이 위험한 국면에 처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미 중앙정보부(CIA) 국장과 국방장관을 역임한 리언 페네타는 "러시아가 패전을 우려할 경우 잠재적 전술핵 타격을 고려할 가능성이 있다"며 "블라디미르 푸틴이 궁지에 몰린다면 반격할 수 있기 때문에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제임스 스타브리디스 전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사령관도 블룸버그통신 기고를 통해 푸틴 대통령이 더욱 극적인 반격에 나설 수 있다고 관측했다.  

또 유럽을 향한 러시아의 '에너지 무기화'도 올겨울 전쟁의 변수로 꼽힌다. 

한편, 우크라이나가 탈환한 이지움에선 러시아군 점령 기간 동안 최소 1000명의 민간인이 목숨을 잃고, 도시 기반 시설의 80%가 파괴됐다는 주장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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