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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적연금 등 의무지출이 예산 절반…저출산·고령화에 가속화

중앙일보

입력

법적 지급 의무가 있어 정부가 마음대로 줄일 수 없는 의무지출이 내년 예산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게 된다. 지금과 같은 저출산ㆍ고령화가 계속된다면 최악의 경우 이 비중은  2060년 80%에 육박하게 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도 나왔다.

3년 만에 20조원 늘어나는 연금 지출

12일 기획재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2022~2026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을 분석한 결과 내년도 국민연금ㆍ공무원연금ㆍ사학연금ㆍ군인연금 등 4대 공적연금의 의무지출은 총 67조6915억원에 달한다. 올해(58조9869억원)보다 14.8% 늘어난 규모다. 정부는 2024년엔 70조원대를 넘어서고, 2025년엔 80조284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3년 만에 20조원 넘게 늘어나는 것이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내년 의무지출 규모는 국민연금이 36조2287억원으로 가장 많았으며, 공무원연금 22조6980억원, 사립학교교직원연금(사학연금) 4조9185억원, 군인연금 3조8463억원 등의 순이다. 특히 가입자가 가장 많은 국민연금은 2026년까지 연평균 지출 증가율이 10.6%로 4대 공적연금 중 지출 증가율이 가장 가파르다.

지출이 늘어나는 건 기본적으로 연금 수령자가 해마다 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평균 수명이 길어지며 연금을 수령하는 기간도 늘어났다. 반대로 출산율 하락으로 납입자는 계속 줄면서 연금 수입과 지출 간 불균형 우려도 커지고 있다.

고령화에 연금 수령자 증가

특히 만성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엔 국가 재정까지 투입된다. 이미 2002년 기금이 고갈된 공무원연금은 내년 약 4조7000억원, 1973년에 고갈된 군인연금은 내년 약 3조원이 적자를 각각 기록한다. 현재는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사학연금과 국민연금도 전망은 밝지 않다. 당장 사학연금은 내년부터 연금 기여금보다 급여 지출이 많아진다. 국민연금은 흑자 규모가 매년 축소돼 2041년부터 적자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용하 전 국민연금연구원장은 “미래 세대의 부담이 어느 정도 늘어날 수밖엔 없지만, 현세대도 지금보다 적게 받는 등 비용 부담을 나누는 방향으로 연금개혁을 해야 한다”며 “고령화 시대에도 연금 등 사회보험 제도가 유지될 수 있도록 지속가능성을 강화하면서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적 노력도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의무지출 50% 넘고, 비중 점차 확대

이런 의무지출은 내년 정부 총지출 639조원 중 53.5%(341조8000억원)를 차지한다. 의무지출의 대부분(91.1%)을 차지하는 것은 복지분야 법정지출과 교부세ㆍ교부금 등 지방이전재원이다. 복지분야 법정지출은 154조6000억원으로 의무지출의 45.2%인데, 4대 공적연금 지출이 가장 많다. 이어 구직급여 등 고용ㆍ노동부문 지출이 22조1000억원, 기초연금 등 노인 부문 지출이 20조8000억원, 생계급여를 비롯한 기초생활보장제도 지출은 17조9000억원, 건강보험 지출은 12조원 등이다.

2012년 이후 올해까지 의무지출 비중이 50%를 넘은 건 2018년(50.6%)ㆍ2019년(51.0%) 두 번뿐이다. 그러나 앞으로는 2024년 54.0%, 2025년 54.7%, 2026년 55.6%로 의무지출 비중이 매년 늘어난다. 의무지출이 늘면 정부가 정책 의지를 반영할 수 있는 '재량지출'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재량지출 중에서도 쉽게 줄일 수 없는 국방비와 인건비 등 경직성 재량지출을 제외하면 사실상의 ‘재정 여력’은 더욱 빠듯해진다는 얘기다.

기재부는 2026년까지 의무지출이 연평균 7.5% 증가하는 반면, 재량지출은 연평균 증가율이 1.5%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기재부 관계자는 “세수가 증가하면서 지방이전지출이 늘어나는 것과 함께 고령화로 인한 각종 연금 등 복지 부담이 커지는 게 의무지출 증가의 핵심 이유”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2020∼2060년 장기재정전망에서 ‘최악 시나리오’ 땐 2060년 의무지출 비중이 80%에 육박할 수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정책 대응이 없어 현재의 인구 감소와 성장률 하락 추세가 유지되는 경우 2060년 총지출은 1648조원, 이 중 의무지출은 78.8%에 달하게 된다는 추산이다. 생산성 향상으로 성장률 하락세가 완화되는 시나리오에서는 75.1%, 출산율 제고로 인구 감소세가 둔화하는 시나리오에서는 76.8%로 각각 추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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