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도연 감옥 가둔 마약왕, 생계 위해 홍어 팔던 K가장이 잡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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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수리남'에서 강인구(하정우)는 수리남에서 사업을 하다 우연히 마약 조직 전요환(황정민)과 얽히는 인물이다. 사진 넷플릭스

넷플릭스 '수리남'에서 강인구(하정우)는 수리남에서 사업을 하다 우연히 마약 조직 전요환(황정민)과 얽히는 인물이다. 사진 넷플릭스

"서로 같은 DNA를 믿어봅시다. 딴생각 안하고 돈만 보는 DNA"

넷플릭스 '수리남'

9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수리남'을 캐릭터적으로 보면, 영화 '신세계'의 정청(황정민)과 '군도'의 도치(하정우)가 수리남에서 만난 듯 하다. 이 드라마에서 처음 만난 두 배우의 카리스마 대결이 그만큼 숨 막힐 정도로 팽팽하다는 얘기다.

추석 연휴기간 동안 국내 안방극장 뿐 아니라 전세계도 이 작품에 호응했다. 12일 스트리밍 순위집계 사이트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수리남'은 넷플릭스 TV쇼 부문 8위를 기록했다. 11일 기준 33개국에서 10위권에 진입했으며, 특히 한국·홍콩·싱가포르·베트남 등에서는 1위에 올랐다. 해외 사이트의 관람 평에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 액션 등에 대한 호평이 많다.

'수리남'은 '공작' '범죄와의 전쟁-나쁜 놈들 전성시대' 등을 연출한 윤종빈 감독의 첫 시리즈물이다. 한국 마약상이었으나 수리남으로 도피해 해외 마약상이 된 전요환(황정민), 그의 작업에 이용돼 수리남에서 옥살이를 하는 강인구(하정우)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전도연 감옥에 가둔 마약왕, 하정우가 잡았다 

전도연 주연의 '집으로 가는 길'은 조봉행 하부 조직이 벌인 마약 밀수에 이용된 민간인의 이야기다. '수리남'은 그 마약조직을 이끈 조봉행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전요환'을 잡는 이야기를 그린다. 사진 CJ ENM

전도연 주연의 '집으로 가는 길'은 조봉행 하부 조직이 벌인 마약 밀수에 이용된 민간인의 이야기다. '수리남'은 그 마약조직을 이끈 조봉행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전요환'을 잡는 이야기를 그린다. 사진 CJ ENM

이 작품은 1990년대 말에서 2000년대 초까지 수리남에서 대규모 마약 밀매조직을 운영했던 조봉행(70)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그는 2009년 국정원과 미국 마약단속국(DEA), 브라질 경찰의 공조로 체포돼 국내에서 2011년 징역 10년, 벌금 1억을 선고받았다.

조봉행 일당의 범죄는 이미 한 차례 영화화된 바 있다. 2004년 지인에게 속아 마약을 대신 운반해주다 프랑스령 마르티니크 섬에서 2년간 옥살이를 한 장미정 씨의 사건을 영화화한 '집으로 가는 길'(2013)이다.

대신 들어준 지인의 짐에 자기도 모르게 마약이 숨겨져 있었던 송정연(전도연)과 비슷하게, '수리남'의 강인구는 홍어로 가득한 한국행 컨테이너에 자기도 모르게 마약이 실리는 바람에 마약범으로 몰려 해외 낯선 감옥에 갇힌다. 가까스로 감옥에서 빠져나온 송정연과 다르게, 강인구는 자신을 곤경에 빠트린 수리남 마약왕 전요환을 체포하려는 국정원의 작전을 돕는다.

살기 위해 홍어 팔던 가장이 마약왕과 맞서기까지

넷플릭스 '수리남'은 하정우와 박해수의 서사를 설명하는데 초반 긴 시간을 할애한다. 사진 넷플릭스

넷플릭스 '수리남'은 하정우와 박해수의 서사를 설명하는데 초반 긴 시간을 할애한다. 사진 넷플릭스

데뷔작 '용서받지 못한 자'부터 여러 편의 작품을 하정우와 함께 한 윤 감독은 이번에도 하정우가 연기한 강인구 캐릭터에 무게를 싣는다. 살기 위해 도끼를 들었던 '군도의 '도치'처럼, 강인구는 가족을 먹여 살려야 한다는 가장의 책임감 때문에 수리남으로 가 홍어를 팔다 사건에 휘말린다.

생업에 매진하다 갑작스레 세상을 떠난 부모 대신 동생들을 부양하기 위해 단란주점 서빙, 식재료 납품 등 돈 되는 일은 뭐든지 하는 가난한 집 장남 강인구. 자식에게만은 가난을 물려주고 싶지 않다는 일념 하에 고군분투하는 'K-가장'의 전형적인 얼굴을 하정우가 완성해낸다.

"코카인은 주님의 은총" 화면 휘감는 황정민

전요환(황정민)은 신세계 '정청'과 비슷한 조직의 우두머리 역할이지만, 그보다 더 잔혹하고 교묘하다. '신세계'를 본 한국인이라면 알아챌 만한 익숙한 대사도 있다. 사진 넷플릭스

전요환(황정민)은 신세계 '정청'과 비슷한 조직의 우두머리 역할이지만, 그보다 더 잔혹하고 교묘하다. '신세계'를 본 한국인이라면 알아챌 만한 익숙한 대사도 있다. 사진 넷플릭스

하정우가 펼친 익숙함 위에 긴장감을 얹는 건 황정민이다. 황정민이 연기한 전요환의 탐욕스런 눈빛이 번득이는 순간 화면의 질감이 바뀐다. 속마음을 알 수 없고 어디로 튈 지 모른다는 점에서 전요환은 '신세계'의 정청과 비슷하다.

"히로뽕은 인간이 인공적으로 만들어낸 사탄의 가래 같은 거고, 코카인은 주님의 은총이지" "사람이 좋아하는 것만 할 수 있어?" 등의 대사 또한 쉽사리 잊히지 않는 강렬함을 지녔다.

묘하게 웃긴데 섬뜩한 조우진, 침착한 척 떠는 국정원 요원 박해수

변기태(조우진)는 조선족 출신 중국 조직원이었으나 적이었던 전요환의 조직으로 투항한 인물로 등장한다. 사진 넷플릭스

변기태(조우진)는 조선족 출신 중국 조직원이었으나 적이었던 전요환의 조직으로 투항한 인물로 등장한다. 사진 넷플릭스

차이나타운 중국인 조폭 보스의 수하였으나 전요환의 오른팔로 전향한 변기태는 극 중 가장 변화무쌍한 캐릭터다. 마지막까지 극의 전개를 예측하기 어렵게 하면서 날선 긴장감을 부여하는 인물을 조우진이 잘 표현해낸다.

대만 배우 장첸은 톱을 이용해 사람을 해치는 등 극 중 가장 잔인한 장면을 연출하며 공포와 긴장감을 조성하는 데 큰 몫을 한다. 사진 넷플릭스

대만 배우 장첸은 톱을 이용해 사람을 해치는 등 극 중 가장 잔인한 장면을 연출하며 공포와 긴장감을 조성하는 데 큰 몫을 한다. 사진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종이의 집:공동경제구역'에 이어 '수리남'까지 출연하며 '넷플릭스의 남자'로 불리는 박해수는 전요환 앞에서 사업가인 척 허세를 떨지만, 내심 긴장하며 임무를 위해 몸을 던지는 국정원 요원 최창호를 연기하며, 색깔 강한 캐릭터들 사이 균형감을 유지한다.

"영화같은 작품+드라마적 요소 이용한 '시네라마'"

전요환(황정민)이 낯선 남미 땅 수리남에서 만난 목사의 신뢰도를 이용해 순진한 한국인 홍어 수출업자들을 포섭하고 이용하는 것으로 '수리남'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전요환(황정민)이 낯선 남미 땅 수리남에서 만난 목사의 신뢰도를 이용해 순진한 한국인 홍어 수출업자들을 포섭하고 이용하는 것으로 '수리남'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긴장감을 조성하는 카메라 무빙, 국정원과 미 마약단속국(DEA)의 체포 작전 등은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김헌식 평론가는 "시네라마(시네마+드라마)로 볼 수 있는 작품"이라며 "기본적으로 영화같은 작품이지만 드라마의 장점도 잘 활용했다"고 설명했다.

강인구와 최창호의 서사가 1~2화에 걸쳐 내레이션으로 이어진 것도 적절했다는 평이 많다. 김헌식 평론가는 "봉준호 감독의 '마더'가 해외 개봉했을 때 그 진한 모성애의 맥락을 이해하지 못하는 외국인이 많았다"며 "이 작품의 내레이션 덕분에 고군분투하며 가족을 먹여 살리려는 가장의 책임감이란 맥락을 해외 시청자들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드라마 곳곳에 한국적 소재와 감성, "넷플릭스의 글로컬 전략에 딱 맞는 작품"

현실 고증에 강한 윤종빈 감독은 영화 '쉬리'(1999)의 느낌이 나는 메인 타이틀, '깔쌈하다' '갑이야' 등 철 지난 표현을 고스란히 작품에 담았다. 극 초반부터 사업 아이템으로 등장하는 홍어를 비롯해 거제도 몽돌 해수욕장, 자개장, 이순신 장군의 칼 등 한국의 문화적 요소부터 '인삼주는 한민족 소울푸드'라는 대사, 수리남 군인도 좋아하는 한국 인스턴트 커피, 외국인 재소자들도 즐겨먹는 한국 컵라면과 김치까지 한국적 소재를 곳곳에 배치한 점도 눈에 띈다.

김헌식 평론가는 "넷플릭스의 글로컬 전략(지역적 소재로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는)에 딱 맞는 작품"이라며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인데다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일하는 K-가장이라는 한국적 요소가 두드러진다"고 말했다. 정덕현 평론가는 "'나르코스' 한국판 같다는 평가가 있지만, '나르코스'보다 훨씬 더 디테일하고 심리게임이 치밀하다"며 "느와르 안에서 복고적인 필름 느낌으로 잘 만든 작품이고, 심리 묘사와 정체 찾기가 많이 들어간 게 한국적인 특징"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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