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대선 사범 기소율 30%로 ‘반토막’…“수사권 조정 여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022년 8월 15일 대검찰청. 연합뉴스

2022년 8월 15일 대검찰청. 연합뉴스

검찰이 20대 대통령 선거사범을 수사해 모두 609명을 기소했다. 기소율은 30%로 19대 대선 당시 수사와 비교해 반토막이 났다. 법조계에서는 지난해 검·경 수사권 조정 시행 영향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검찰의 경찰 수사지휘권 폐지로 검토시간 부족”

12일 대검찰청에 따르면 지난 3월 9일 실시된 대선 선거사범(금품·흑색선전·폭력 등)에 대한 수사를 진행한 결과 공소시효 만료일인 9월 9일까지 2001명을 입건하고 이 가운데 609명을 기소했다. 기소된 인물 중에는 현역 국회의원이 4명 포함됐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대장동·백현동 개발사업 관련 허위사실공표 혐의), 임종성 더불어민주당 의원(대선 앞두고 선거 사무원에게 금품을 제공한 혐의), 최재형 국민의힘 의원(대선 선거운동 기간이 아닌 때 확성장치로 선거운동한 혐의), 하영제 국민의힘 의원(대선 앞두고 당원들과 선거 관련 집회를 한 혐의) 등이다. 이들은 모두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구속기소 된 사람 수는 12명이다. 지난 5월부터 문재인 전 대통령의 양산 평산마을 사저 앞에서 시위를 한 보수 유튜버 안정권씨가 문 전 대통령 부부 모욕 혐의 등으로 구속됐다.

기소율(30.4%)은 과거 대선 때와 비교해 반토막 수준이다. 19대 대선(58.3%)뿐만 아니라 18대(57.9%), 17대(69.6%) 대선에 비춰봐도 급감한 모양새다. 최근 대선은 수사권 조정 이후 처음 열린 첫 전국 단위 선거다.

검찰을 포함한 법조계에선 “검·경 수사권 조정의 부작용”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수사권 조정의 일환으로 검사의 경찰에 대한 수사 지휘권이 폐지됐고, 이는 검찰이 사건을 들여다볼 시간 축소→증거확보 불충분→기소율 하락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경찰은 공소시효 1개월 전부터 사건 무더기 검찰에 넘겨”

수사 지휘권이 없는 상황에서 경찰이 공소시효 만료 1개월 전부터 최근까지 300여 명의 대선 사범을 집중적으로 검찰에 넘긴 점도 기소율 하락에 영향을 줬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은 수사 완료 후 기소 의견일 경우 사건을 검찰에 송치하거나, 불기소 의견이면 불송치하고 사건 기록만 검찰에 송부해야 한다.

한 검찰 간부는 “경찰이 공소시효가 임박해 사건을 넘기면 검찰이 직접 보완 수사를 하거나 경찰에 보완수사 등을 하도록 하는 데 물리적 시간이 부족하다”라고 밝혔다.

이 같은 기소율 저하 현상은 앞으로 심화할 가능성이 크다. 이달 10일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추진 법안(형사소송법·검찰청법 개정안)이 시행했는데, 선거 범죄와 관련해 유예기간이 끝나는 내년부터 경찰이 모든 수사권을 독점하게 된다. 경찰이 전문성과 인력 등을 보강하지 않은 채 수사 부담을 도맡게 된다면 결과적으로 기소율은 더 떨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022년 7월 26일 경찰청. 뉴스1

2022년 7월 26일 경찰청. 뉴스1

“근본적으로 공소시효 6개월 지나치게 짧은 게 문제”

또한 법조계에선 “근본적으로 선거사범의 공소시효가 6개월로 지나치게 짧다는 점이 문제다”라는 비판도 꾸준히 나온다. 대검은 “검찰과 경찰, 선관위 등 관계기관은 현행 시스템의 문제점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면서 초동수사부터 증거수집, 법리검토, 종국처분 방향을 긴밀히 협의하도록 협력체계를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기소율 감소의 원인으로 무분별한 고소·고발 증가도 한 요인으로 꼽힌다. 대검 관계자는 “주요 후보자를 상대로 한 근거 없는 고소·고발이 급증한 점, 탈법방법 문서배부 등 일부 벌칙조항에 대한 헌법불합치 결정 등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실제 이번 수사의 입건자 수(2001명)는 바로 전인 19대(878명)에 비해 두 배 넘게 늘었다. 18대 때는 739명, 17대는 1432명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