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TV 166대로 만든 백남준 '거북'…울산미술관 1호 소장품된 이유는

중앙일보

입력

울산시립미술관 제1호 소장 작품인 백남준 작품 '거북'.연합뉴스

울산시립미술관 제1호 소장 작품인 백남준 작품 '거북'.연합뉴스

울산시립미술관, 23일까지 백남준 특별기획전 
울산시립미술관 제2전시실에는 텔레비전 166대를 거북이 형상으로 만든 작품 ‘거북’이 있다. 가로 10m, 세로 6m, 높이 1.5m의 대형 거북이다. 이는 세계적 미디어 아티스트 백남준(1932~2006)이 만든 작품으로, 울산시립미술관의 1호 소장품이기도 하다.

올해 개관한 울산시립미술관은 오는 23일까지 백남준 탄생 90주년 특별기획전 제2부 ‘땅의 아바타, 거북’을 개최해 백남준의 ‘거북’을 전시한다. 1993년 독일에서 제작된 거북은 자연과 기술, 동양정신과 서양문물 결합이라는 백남준 특유의 미학을 보여주는 대표작으로 평가되는 작품이다.

울산시립미술관 관계자는 “한국에서 출생한 뒤 일본과 독일에서 공부하고, 미국에서 생을 마감한 백남준은 세계 시민이었다”며 “그는 동양과 서양의 세계관을 넘나드는 작업을 남겼는데 그중 하나가 ‘거북’이다”고 말했다.

울산시립박물관 백남준의 '거북' 수집 
울산시립미술관은 개관을 준비하던 지난해 7월 미술관의 첫 번째 소장품으로 ‘거북’을 수집했다. 당시 서진석 울산미술관장은 “국내에서 거북 도상(圖像)이 최초로 발견된 문화유산인 울산 반구대암각화 가치를 드높이기 위해 백남준의 ‘거북’을 울산시립미술관 소장품 1호로 들여왔다”고 설명했다.

동양에서 신성한 동물로 여겨지는 거북은 울산과 깊은 관계가 있다. 울주군 언양읍 대곡리에는 국보 제285호 반구대암각화가 있다. 반구대암각화는 선사시대 사람들의 생활상을 보여주는 바위에 새긴 그림이다. ‘반구(盤龜)대’라는 명칭은 암각화 주변 지형이 예부터 거북이가 엎드려 있는 모습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졌다. 반구대 상단부에는 다산과 풍요를 상징하는 거북 모습도 선명히 새겨져 있다. 울산시는 현재 반구대암각화의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 중이다.

울산시 울주군 언양읍 대곡천 국보 285호 반구대암각화. 평평한 바위에 그림이 새겨져 있다. 연합뉴스.

울산시 울주군 언양읍 대곡천 국보 285호 반구대암각화. 평평한 바위에 그림이 새겨져 있다. 연합뉴스.

선사시대 생활상을 그대로 보여주는 반구대암각화 실측 도면. 상단부에 거북이가 그려져 있다. [사진 울산대 반구대암각화유적보존연구소]

선사시대 생활상을 그대로 보여주는 반구대암각화 실측 도면. 상단부에 거북이가 그려져 있다. [사진 울산대 반구대암각화유적보존연구소]

더불어 백남준의 ‘거북’은 미디어아트 특화 미술관을 지향하는 울산시립미술관 1호 소장품으로서도 특별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는 게 울산시립미술관 설명이다.

거북은 울산과 깊은 인연
울산시립미술관은 ‘한국 산업수도’인 지역 특성을 살려 미디어아트 중심 미술관을 표방하고 있다. 울산시립미술관 측은 올해 1월 개관 당시 “미디어아트 중심의 ‘미래형 미술관’을 표방하며 지역 정체성을 바탕으로 자연과 기술, 산업과 예술의 조화를 모색하는 전시와 사업으로 세계적인 미술관으로 성장하는 것이 목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따라서 미술관 2·3호 소장품 역시 백남준 작품이다. 울산시립미술관 2호 소장품 ‘시스틴 채플’은 “20세기 천지창조”라 불리는, 미술사적으로 가치가 매우 큰 작품이다. 백남준 작가는 이 작품으로 1993년 베니스 비엔날레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을 받았다. 이 작품은 2019년 영국 테이트모던 미술관에서 개최된 ‘백남준 회고전’에서 가장 주목받은 작품이기도 했다.

3호 소장품 ‘케이지의 숲, 숲의 계시’는 비디오아트에 자연과 생태라는 주제를 접목한 작품이다. 백남준은 자신이 예술적으로 크게 영향을 주고받은 전위음악가 존 케이지(John Cage, 1912~1992)에 대한 경외심을 담아, 그의 이름과 동일한 발음의 새장을 활용해 작품세계를 구현했다.

특히 ‘케이지의 숲, 숲의 계시’는 인간과 자연, 기술과 생태의 결합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며, ‘생태 정원도시 울산’의 이미지에도 잘 부합하는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울산시립미술관은 광역시 승격 25년 만에 처음 생긴 공공미술관이다. 2019년 8월 착공한 미술관은 6182㎡ 부지에 건물 연면적 1만2770㎡로 지하 3층, 지상 2층 규모로 완성됐다. 건립에 투입된 예산은 총 677억원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