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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침대 1180만원… 반려견도 옛말, 지금은 ‘반려인간’ 시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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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을 키우는 사람이 늘고 있다. 과거엔 애완견이라 부르곤 했지만 지금은 반려견이라는 호칭이 더 자주 쓰인다. 개를 장난감 대하듯 즐겼던 과거와 달리 개를 가족처럼 아끼는 시대상을 반영한다.

심지어 ‘반려인간’이라는 호칭도 있다. ‘내가 이 개의 주인’이라는 말에는 주종 개념이 있다. 반려인간은 반려견에 대응하는 수평적인 호칭이다. 개는 나의 반려견이고, 나는 개의 반려인간이다. 지난 1월에는 『반려인간 산책시키기』라는 동화책이 번역돼 출간됐다. 개의 관점에서 인간을 바라본 그림책이다. 개와 산책하는 건 개를 위한 일이 아니라 결국 인간에게 좋은 일이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반려견을 위한 음식, 패션소품, 테마파크, 여행상품도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고급화하고 있다.

중성화 수술을 받은 반려동물들을 위한 전문 펫푸드 브랜드 '누터스'가 출시됐다. 사진 누터스가든

중성화 수술을 받은 반려동물들을 위한 전문 펫푸드 브랜드 '누터스'가 출시됐다. 사진 누터스가든

개와 인간은 동급  

롯데백화점은 ‘반려동물 경조 휴가’를 신설했다. 반려견이나 반려묘 장례를 치러야 하는 직원들의 마음을 위로하는 휴가다. 하루 사용할 수 있다. 미혼이나 독신이면서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아끼는 직원이 늘어나면서 이같은 복지혜택이 필요해졌다.

주요 식품업체들은 기능성 사료와 좋은 재료로 만든 펫푸드를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키워드는 인간이 먹을 수 있는 수준의 먹거리다.

개를 위한 간식을 파는 디저트 카페도 눈에 띄게 증가했다. 사진은 개를 위한 간식. 중앙포토

개를 위한 간식을 파는 디저트 카페도 눈에 띄게 증가했다. 사진은 개를 위한 간식. 중앙포토

대표적인 기업이 동원F&B, 하림 등이다. 동원F&B는 2014년 펫푸드 전문 브랜드 ‘뉴트리플랜’을 론칭하고 다양한 반려묘용 펫푸드를 선보이고 있다. 동원F&B의 반려묘 습식캔은 지난해 국내외에서 연간 4000만개 이상 판매되기도 했다. 1년간 1초에 1개 이상 팔린 셈이다.

하림은 2017년 ‘하림펫푸드’로 반려동물 시장에 진출해 지난해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사람이 먹어도 되는 수준의 안전성, 신선함 등을 구현한 휴먼그레이드 사료를 내세웠다. 하림펫푸드 매출 추이를 살펴보면 2018년 23억원에서 2019년 100억원, 2020년 198억원, 2021년 286억원으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반려견과 술잔을 기울일 수도 있다. 현재 네이버 스토어에서 판매 중인 반려견 전용 소주, 맥주, 막걸리, 와인 판매량은 약 3500개에 달한다.

개 전용 침대 1180만원 

구찌·에르메스 등 명품 브랜드는 펫 전용 상품을 강화하고 있다.

루이비통 도그 캐리어. 사진 루이비통 홈페이지 캡처

루이비통 도그 캐리어. 사진 루이비통 홈페이지 캡처

구찌는 지난 6월 ‘펫 컬렉션’을 처음 선보이면서 반려동물 의류, 패션 소품, 홈웨어 등 60여가지 제품을 출시했다. 가격대도 높다. 강아지 발모양 베이스에 꽃무늬 도자기 형태로 만들어진 밥그릇과 양각으로 새긴 선명한 구찌 로고가 박힌 뚜껑 가격은 총 123만원이다. 면 소재부터 가죽 제품 의류는 30만~130만원대다. 주문 제작용 소형 침대 가격은 무려 1180만원에 이른다.

에르메스는 지난 2019년 봄·여름(S/S) 컬렉션부터 반려견용 리쉬, 목걸이, 오크나무 침대 등을 출시한 이후 해마다 펫 컬렉션을 선보이고 있다. 공식 홈페이지에 공개된 반려동물 용품 제품 가격은 밥그릇은 163만원, 집은 246만원 이동가방은 359만원 수준이다.

개를 위한 테마파크도 인기  

지난해 4월 춘천에 국내 최대 반려견 테마파크인 ‘강아지숲’이 개장했다. 말 그대로 강아지들을 위한 놀이 공간이다. 강아지가 마음껏 뛰놀 수 있는 야외 놀이터를 비롯해 박물관, 산책로, 반려견 동반 카페, 반려견 용품 판매점, 강아지 목욕장 등을 갖췄다. 산책로에는 반려견의 후각 활동을 돕기 위해 여러 동물의 체취를 맡는 코너가 마련돼 있으며, 카페에서는 강아지 전용 음료를 판매하기도 한다.

강아지숲

강아지숲

강릉시는 지난달 강릉 바우길에 반려동물과 함께 걷는 '펫 산책 구간'을 개통했다. 송정 해송 군락지 및 금빛 모래사장 산책을 즐길 수 있는 바우길 5구간 등 모두 3개의 코스다. 총 3.1km구간이다. 펫 구간에는 올바른 반려문화 정착 및 청결한 산책 환경 조성을 위해 배변 봉투함과 안내 세움 간판을 설치했다.

한국관광공사는 지난달 26~28일 전남 캠핑관광 박람회를 열었다. 박람회 캠핑존에서 34개의 펫 전용 캠핑장과 반려견 전용 해수욕장을 운영했다. 펫 캠핑 참가자들은 반려견 간식 만들기 체험, 펫티켓 퀴즈 프로그램 등에 참여할 수 있다. 현장에 배치된 8명의 반려동물 전문 가이드의 돌봄 서비스도 받을 수 있다.
2박 3일간의 캠핑사이트 대여비와 참가비는 4인1견을 기준으로 6만5000원. 인원이나 반려견이 추가될 땐 추가 요금도 받는다.

반려견과 함께 투숙할 수 있는 호텔의 인기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반려견 동반할 수 있는 크루즈 상품도 등장했다. 아라김포 여객터미널에서 출발해 아라빛섬에 하선한 뒤 피크닉을 즐기고 회항하는 3시간짜리 코스다.

KB경영연구소가 발간한 ‘2021 한국반려동물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반려동물 양육 인구는 1448만명(604만 가구)에 달한다. 국민 4명 중 1명이 반려동물을 키우는 셈이다. 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반려동물 시장 규모는 2020년 3조4000억원으로 2015년(1조9000억원) 대비 78.9% 성장했다. 오는 2027년엔 6조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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