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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극장엔 ‘공조2’뿐?”…취향·상황 따라 영화 골라보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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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후 첫 추석 연휴. 극장을 찾는다면 어떤 영화를 골라야할지 고민이다. 올해는 여름시장에 국내 화제작이 몰려 예년에 비해 추석에 새로 개봉하는 대작은 적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나름 다양한 선택지가 기다리고 있다. 7일과 8일부터 극장에 걸리는 영화들을 상황 및 취향별로 소개한다.

가족과 볼만한 영화를 찾는다면

영화 '공조2: 인터내셔날'(감독 이석훈)은 1편의 북한 형사 철령(현빈)과 남한 형사 진태(유해진)의 공조에 미국 FBI 소속 잭(다니엘 헤니)까지 합류해 삼각 공조로 이야기가 확대됐다. 사진 CJ ENM

영화 '공조2: 인터내셔날'(감독 이석훈)은 1편의 북한 형사 철령(현빈)과 남한 형사 진태(유해진)의 공조에 미국 FBI 소속 잭(다니엘 헤니)까지 합류해 삼각 공조로 이야기가 확대됐다. 사진 CJ ENM

781만 관객을 모았던 ‘공조’(2017)를 5년 만에 잇는 후속편 ‘공조2: 인터내셔날’은 올 추석 유일한 한국 대작인 만큼 가장 눈에 띄는 선택지일 수밖에 없다. 북한 형사 철령(현빈)과 남한 형사 진태(유해진)의 공조수사라는 1편의 설정에 미국 FBI의 잭(다니엘 헤니)까지 더해 삼각공조로 스케일을 확대했다. 유해진이 여전히 웃음을 담당하고 현빈과 다니엘 헤니가 비주얼을 뽐내는 가운데, 각종 액션 신들이 더 화려해졌다. 보는 중에도, 보고 나서도 큰 스트레스 없는 영화를 찾는다면 좋은 선택일 수 있다. 하지만 연휴용 오락영화, 그 이상을 기대하기엔 무리가 있다.

소말리아 내전 당시 실화를 다룬 영화 '모가디슈'(2021)와 1200만 관객을 동원한 '알라딘'(2019)도 올 추석 다시 극장에서 관객을 만난다. 사진 각 배급사

소말리아 내전 당시 실화를 다룬 영화 '모가디슈'(2021)와 1200만 관객을 동원한 '알라딘'(2019)도 올 추석 다시 극장에서 관객을 만난다. 사진 각 배급사

지난해 코로나19 때문에 극장 방문을 삼갔던 관객이라면 1년여 만에 재개봉한 ‘모가디슈’ 관람도 고려해볼 만하다. 1991년 소말리아 내전 당시 수도 모가디슈에 고립됐던 남북한 사람들의 탈출기를 그린 이 영화는 팬데믹 와중에도 361만 관객을 동원했다. 배우 김윤석·조인성, 허준호·구교환이 각각 짝을 이뤄 대한민국과 북한 대사관의 대사·참사관으로 분해 전쟁이 벌어진 타국을 벗어나기 위한 사투를 담아냈다. 특히 이 이야기가 모가디슈를 극적으로 동반 탈출했던 남북 외교관들의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점을 상기한다면 후반부 액션 장면 등에서 몰입도가 달라지는 경험을 할 수 있다.

2019년 개봉해 1200만 관객을 모았던 ‘알라딘’은 4DX로 다시 돌아왔다. 모두에게 익숙한 이야기지만, 판타지를 실사로 구현한 화면과 ‘A Whole New World’ ‘Speechless’ 등의 음악이 어우러져 눈과 귀를 즐겁게 한다. 특히 알라딘과 자스민이 매직카펫을 타고 하늘을 유영하는 장면 등 환상적인 장면에 맞춘 각종 4DX 효과는 ‘관람’이라기보다 ‘체험’에 가까운 경험을 선사한다.

명절에도 스릴을 원한다면 

호러 명가 블룸하우스가 만든 영화 '블랙폰'은 정체불명의 연쇄 아동 유괴범에게 납치된 소년 피니(메이슨 테임즈)의 탈출기를 그렸다. 사진 유니버설 픽쳐스

호러 명가 블룸하우스가 만든 영화 '블랙폰'은 정체불명의 연쇄 아동 유괴범에게 납치된 소년 피니(메이슨 테임즈)의 탈출기를 그렸다. 사진 유니버설 픽쳐스

연휴에도 늘어지기보다 100여분 바짝 등골 서늘한 긴장감을 느끼고 싶다면 호러영화 전문 제작사 블룸하우스의 신작 ‘블랙폰’이 있다. ‘그래버’라 불리는 정체불명의 가면 쓴 사이코패스에게 동네 아이들이 하나둘 납치되는 가운데 주인공 소년 피니(메이슨 테임즈)도 텅 빈 그의 지하실에 갇히고 만다.

그가 의지할 것은 딱 하나, 고장 난 듯 보였던 전화기를 통해 들려오는 친구들의 음성이다. 정적을 깨고 울려 퍼지는 특유의 벨소리는 몇 번이고 반복돼도 그 오싹함이 유지되고, 에단 호크가 연기한 그래버는 등장할 때마다 숨 막히는 위압감을 자아낸다. 이 탈출극의 저변에는 아버지와 또래의 폭력에 노출돼있던 소년의 성장 서사도 깔려있다는 점에서 가족과 함께 봐도 그 나름의 의미가 있을 수 있다.

잔잔한 영화로 상념에 잠기고 싶다면 

영화 '다 잘된 거야'(감독 프랑수아 오종)는 안락사를 원하는 아버지와 그의 딸이 작별을 준비해나가는 과정을 담담하게 담아냈다. 사진 더쿱디스트리뷰션

영화 '다 잘된 거야'(감독 프랑수아 오종)는 안락사를 원하는 아버지와 그의 딸이 작별을 준비해나가는 과정을 담담하게 담아냈다. 사진 더쿱디스트리뷰션

차분한 영화를 보며 마음을 가라앉히고 싶은 기분이라면 안락사를 원하는 아버지와 그의 딸의 여정을 그린 프랑스 영화 ‘다 잘된 거야’를 눈여겨봐도 좋다. 갑자기 쓰러진 뒤 반신불수가 된 아버지로부터 “끝낼 수 있게 도와달라”는 부탁을 받은 엠마뉘엘(소피 마르소)은 처음엔 이를 외면하다가도 꺾일 줄 모르는 노인의 고집에 결국 넘어간다. 이후 스위스에서만 가능한 안락사를 준비하며 작별에 다가가는 이들의 모습은, 역설적으로 어떻게 사는 게 진정 의미 있는 삶인지 곱씹어 보게 만든다. 자칫 자극적일 수 있는 주제를 과잉 없이, 정직하게 담아내 더 실제처럼 다가온다.

영화 '성적표의 김민영'(감독 이재은·임지선)은 영원할 줄 알았던 정희와 민영, 두 친구의 우정이 스무 살이 되며 미묘한 변화를 맞는 이야기를 그렸다. 사진 엣나인필름

영화 '성적표의 김민영'(감독 이재은·임지선)은 영원할 줄 알았던 정희와 민영, 두 친구의 우정이 스무 살이 되며 미묘한 변화를 맞는 이야기를 그렸다. 사진 엣나인필름

전주국제영화제 등 국내 각종 영화제에서 수상한 독립영화 ‘성적표의 김민영’은 아끼는, 혹은 아꼈던 친구들을 돌아보게 하는 작품이다. 고등학교 기숙사에서 동고동락했던 정희(김주아)와 민영(윤아정)은 스무 살이 된 후 각자 다른 삶을 살게 되고, 간만에 만난 어느 하룻밤 사이 달라진 우정을 확인하게 된다. 이런 두 친구의 모습은 학창시절을 지나온 누구라도 공감할, 말로 표현하긴 어려웠던 친구를 향한 서운함, 애틋함, 어색함 등의 감정을 고스란히 소환해낸다. 다 보고 나면 각자의 정희와 민영이 한동안 머릿속에 맴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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