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뉴 이어 투헬도 격침…‘K리그 출신’ EPL 킬러 오르시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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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지훈 기자

챔피언스리그 무대에서 득점포로 첼시를 무너뜨린 뒤 환호하는 오르시치. AFP=연합뉴스

크로아티아 명문 축구클럽 디나모 자그레브가 ‘자이언트 킬링’에 성공했다. 유럽 챔피언스리그 무대에서 K리그 출신 골잡이를 앞세워 거함 첼시(잉글랜드)를 무너뜨렸다.

자그레브는 7일 크로아티아 자그레브의 스타디온 막시미르에서 열린 2022~23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본선 E조 1차전에서 첼시에 1-0으로 승리했다.

피에르 에메릭 오바메양, 라힘 스털링, 카이 하베르츠 등 톱클래스 공격수들이 득점 사냥에 나선 첼시를 상대로 시종일관 고전하던 자그레브는 단 한 번의 역습으로 득점포를 생산해냈다.

첼시 수비수 포파나(가운데)를 따돌린 오르시치(맨 왼쪽)가 득점포를 터뜨리는 장면. AP=연합뉴스

자그레브의 최전방 투톱 브루노 페트코비치와 미슬라브 오르시치 콤비가 절묘한 호흡으로 대어를 낚았다. 전반 13분 속공 찬스에서 페트코비치가 머리로 떨궈준 공을 오르시치가 받아 질주하며 첼시 수비수 웨슬리 포파나를 따돌린 뒤 수문장 케파 아리사발라가의 옆 빈 공간으로 감각적인 칩샷을 시도해 골 네트를 흔들었다.

경기 후 영국 언론은 포파나를 성토하는 기사를 쏟아냈다. 대중지 선은 “포파나의 느린 발걸음에 모두가 어리둥절했다. 할아버지처럼 뛰는 선수를 데려오는데 첼시가 7000만 파운드(1112억원)를 쏟아부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고 썼다.

데일리메일은 잉글랜드 레전드 마킨 키언의 발언을 인용해 “포파나가 페이스를 유지해 오르시치를 잡았어야 했다. 토마스 투헬 감독이 이런 실점 장면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하다”고 일침을 가했다.

득점 직후 디나모 자그레브 동료들과 함께 환호하는 오르시치(맨 오른쪽). 로이터=연합뉴스

오르시치는 “경기 분위기가 너무나 환상적이었다. 꿈꿔왔던 시나리오가 완성됐다”면서 “모든 선수들이 수비에 힘쓰다 결정적인 찬스를 놓치지 않고 골로 만들어냈다. 출전선수 모두가 승리자”라며 환호했다.

오르시치는 K리그 팬들에게도 잘 알려진 골잡이다. 지난 2015년 전남 드래곤즈에 입단해 K리그 무대에 몸담으며 ‘오르샤’라는 등록명으로 그라운드를 누볐다. 이후 창춘 야타이를 이끌던 이장수 감독의 부름을 받아 잠깐 중국에 진출했다가 2017년 돌아와 울산 현대 유니폼을 입고 1년 반을 더 뛰었다.

K리그 울산현대 시절 오르시치(오른쪽)는 아내 수사나와 결혼했다. [사진 오르시치 인스타그램]

현재는 유럽 무대에서 뛰고 있지만, 한국 사랑도 남다르다. K리그 무대에 몸담았던 시절 아내에게 청혼해 결혼했고, 아들을 얻었다. 자국 매체 베체르니와 인터뷰에서 오르시치는 “한국은 시설과 경기 수준이 뛰어나다. 한국의 축구 팬들은 승패와 상관없이 뜨거운 응원을 보낸다”면서 “K리그 생활은 내 인생 최고의 경험이었다. 지금도 한국 음식이 그립다”고 했다.

울산 현대 시절 팀 동료들과 하이파이브를 나누는 오르시치(등번호 9번). 연합뉴스

K리그 무대를 경험한 오르시치는 유럽으로 복귀한 뒤 ‘EPL 킬러’로 성장했다. 지난 2020~21시즌 유로파리그 16강에서 당시 조세 모리뉴 감독이 이끌던 토트넘 홋스퍼를 무너뜨렸다. 1차전을 0-2로 완패한 상황에서 2차전에 출전해 두 골을 몰아치며 2-2 동점을 만들고, 이어진 연장전에서 한 골을 보태 해트트릭을 작성하며 자그레브의 8강행을 이끌었다. 지난 시즌엔 유로파리그 본선 조별리그에서 웨스트햄을 상대로 전반 4분 득점포를 터뜨리며 1-0 승리를 이끈 이력도 있다.

이번에 또 한 번 프리미어리그 클럽을, 그것도 명장 토마스 투헬 감독이 이끄는 강호 첼시를 격침시키며 오르시치는 또 한 번 ‘EPL 킬러’로 주목 받게 됐다. 참고로 오르시치는 유럽클럽대항전에서 잉글랜드 클럽을 상대로 7경기를 치러 5골을 기록 중인데, 이는 레알 마드리드(스페인) 주포 카림 벤제마(8골)에 이어 현역 선수 중 2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