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물폭탄에 잠긴 차 8대 홀로 구조했다…경주 갤로퍼 영웅 정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시민 구강민(28)씨가 6일 오전 태풍 '힌남노'의 영향으로 물폭탄이 쏟아진 경부고속도로 경주나들목 요금소를 지나 경주 방향 도로에서 침수된 차량을 구조하기 위해 차주와 함께 차를 옮기고 있다. 오프로드가 취미인 그는 이날 침수된 차량 8대를 구조했다. 뉴스1

시민 구강민(28)씨가 6일 오전 태풍 '힌남노'의 영향으로 물폭탄이 쏟아진 경부고속도로 경주나들목 요금소를 지나 경주 방향 도로에서 침수된 차량을 구조하기 위해 차주와 함께 차를 옮기고 있다. 오프로드가 취미인 그는 이날 침수된 차량 8대를 구조했다. 뉴스1

제11호 태풍 ‘힌남노’의 영향으로 시간당 100㎜ 안팎의 비가 쏟아진 경북 경주에서 한 20대 시민이 침수된 차량 8대를 홀로 구조해냈다.

7일 뉴스1에 따르면 25톤(t) 트레일러를 운전하는 구강민(28) 씨는 전날(6일) 태풍으로 인해 일을 쉬었다.

경주시 동방구에 사는 구씨는 힌남노가 덮친 6일 오전 폭우가 계속되자 어려움을 겪는 주민들이 없는지 동네 주변을 살펴보기 위해 자신의 구형 갤로퍼 차량을 타고 밖으로 나섰다.

 구강민 씨가 6일 오전 태풍 '힌남노'의 영향으로 물폭탄이 쏟아진 경부고속도로 경주나들목 요금소를 지나 경주 방향 도로에서 침수된 차량을 구조하고 있다. 뉴스1

구강민 씨가 6일 오전 태풍 '힌남노'의 영향으로 물폭탄이 쏟아진 경부고속도로 경주나들목 요금소를 지나 경주 방향 도로에서 침수된 차량을 구조하고 있다. 뉴스1

구씨는 흙이나 모래, 자갈이 깔린 산과 계곡 등 비포장도로를 달리는 ‘오프로드 드라이빙’이 취미다. 이에 구씨의 차량은 큰 바퀴와 각종 장비로 튜닝돼 있었다.

구씨는 순찰에 나선지 1시간 만에 형산강 옆 나정교삼거리 복개도로에서 침수된 아반떼 차량을 발견했다. 이 차량은 많은 비로 급격하게 물이 불어나자 미처 피하지 못하고 물에 둥둥 떠다니는 상황이었고, 차주는 차에서 내리지 못한 채 당황하고 있었다.

구씨는 밧줄이나 쇠사슬로 무거운 물건을 들어 올리거나 내리는 기계인 ‘윈치(winch)’를 이용해 침수 차를 구조해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켰다.

그는 이어 경부고속도로 경주나들목 인근 도로 침수 소식을 듣고 달려갔다. 구씨의 선행으로 이날 하루에만 소형차, 중형차, 수입 외제차, RV(레저용차량) 등 차량 8대가 구조됐다.

시민 구강민씨가 6일 오전 경부고속도로 경주나들목 요금소를 지나 경주 방향 도로에서 침수된 차량을 구조한 뒤 차량에 오르고 있다. 뉴스1

시민 구강민씨가 6일 오전 경부고속도로 경주나들목 요금소를 지나 경주 방향 도로에서 침수된 차량을 구조한 뒤 차량에 오르고 있다. 뉴스1

구씨는 “나도 운전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이고 운전자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이해한다”며 “어려운 상황에 처한 차량이나 운전자를 그냥 지나칠 수 없지 않느냐”라고 말했다. 그는 “오프로드 동호회에서 서로 돕는 일이 습관처럼 몸에 밴 것 같다”며 “이런 재해가 두 번 다시 일어나지 말아야 하지만, 또 일어난다면 달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오전 경주 지역에는 시간당 최대 110㎜의 폭우가 내렸다. 경주시에 따르면 이번 태풍으로 인해 공공시설 피해는 도로침수 29건, 도로사면 유실 25건, 하천호안 붕괴 35건, 도로붕괴 14건, 임시다리(신당천 물천교) 붕괴 1건이다. 또 주택침수 350가구, 농경지 침수 800㏊의 사유시설 피해가 발생했다. 시는 현재까지 피해액은 130억 원으로 잠정 집계했다. 이날 오전 10시 53분경에는 87세 여성이 주택에 토사가 유입돼 매몰되면서 사망하는 등 안타까운 인명 피해도 있었다.

이런 기사 어때요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