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노조 관대한 佛도 '노랑봉투법' 인정 안했다…"불법면책은 위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야당에서 발의한 ‘노란봉투법’은 노동조합의 불법 쟁의행위에 대해서도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 가압류를 막는 내용을 담고 있다. 폭력 또는 파괴 행위로 인한 것이 아니라면, 불법 파업이라 해도 손실 책임을 묻는 것을 제한하는 노동조합법 개정안이다.

노란봉투법이라는 이름은 2014년 쌍용자동차 파업으로 47억원의 손해배상 판결을 받은 노조원을 돕기 위해 노란 봉투에 성금을 담아서 보내는 캠페인에서 유래했다. 최근에는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의 불법 점거로 기업에 8000억원 이상 손실이 발생하고, 노조 측에 470억원 손해배상청구 소송이 이뤄지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 조합원들 8월24일 오전 서울 강남구 하이트진로 본사 옥상에서 고공 농성을 하고 있다. [뉴스1]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 조합원들 8월24일 오전 서울 강남구 하이트진로 본사 옥상에서 고공 농성을 하고 있다. [뉴스1]

법안을 지지하는 측은 노동3권을 제대로 보장받기 위해 법이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파업 등을 이유로 수십~수백억 원의 손배소를 제기하다 보니 노조가 와해되기도 하고, 노조원 일부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한다. 일부 기업은 파업 노동자를 압박하기 위해 ‘사후적 탄압’ 수단으로 손배소ㆍ가압류를 악용하고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하지만 경영계를 중심으로 "법치주의 근간을 흔드는 법안"이라는 반대 목소리가 높다. 노조의 합법적 단체 행위에 대해서는 민ㆍ형사상 책임을 면하게 하는 법(노조법 3조)이 이미 있는데, 이젠 불법 행위까지 면죄부를 준다는 것이다.

해외 입법례를 보더라도 노조의 불법 행위에 대해 면책하는 경우는 없다. 노조 활동에 관대한 프랑스에서도 노란봉투법과 비슷한 법률이 만들어졌지만, 위헌 결정에 따라 폐기됐다. 김용춘 전국경제인연합회 고용정책팀장은 “다른 나라와 달리 한국에서는 노조가 정치파업에 나서더라도 대체인력을 투입할 수 없다”며 “이런 현실에서 노조의 불법행위에 손해를 입은 기업이 당사자에게 책임을 묻는 것까지 금지한다면 기업은 정상적인 수익 창출 활동을 하는 것이 불가능해진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더불어민주당이 노란봉투법을 잇달아 발의하는 데는 정치적 의도가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국책연구원 관계자는 “반대 논리가 명확하다 보니 19ㆍ20대 국회에선 폐기됐고, 문재인 정부 5년 동안에도 제대로 논의되지 않았다”며 “정권이 바뀌더니 노란봉투법을 들고 나왔는데, 정치적인 목적 외에는 설명이 잘 안 된다”고 꼬집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