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공채 줄고 수시 늘고 경력 우대…서러운 취준생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1면

올 하반기 채용 시즌이 시작됐다. 6일 서울대학교 체육관에서 열린 ‘하반기 서울대 채용박람회’에서 학생들이 채용 상담을 받고 있다. [뉴스1]

올 하반기 채용 시즌이 시작됐다. 6일 서울대학교 체육관에서 열린 ‘하반기 서울대 채용박람회’에서 학생들이 채용 상담을 받고 있다. [뉴스1]

이공계 대학원생인 김초림(31)씨는 6일 서울대 채용박람회를 찾았다. 김씨는 “연구개발(R&D) 분야로 취업하고 싶어 대학원을 다녔다”며 “메타버스 면접, 인성검사 관련 정보를 주로 살펴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날 삼성그룹이 대졸 신입사원 채용 공고를 내는 등 하반기 취업 시즌이 시작됐다. 삼성은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삼성전기·삼성바이오로직스·호텔신라·제일기획 등 20개 계열사에서 14일까지 서류를 접수할 예정이다. 삼성은 향후 5년간 8만 명의 신규 고용을 약속한 바 있다.

현대자동차와 포스코, GS리테일 등도 신입사원을 모집 중이다. 〈표 참조〉

중앙일보는 한국바른채용인증원·인크루트·서울대 경력개발센터 전문가와 함께 올 하반기 주요 채용 키워드를 뽑아봤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① ‘바늘구멍’ 대기업 vs ‘구인난’ 중기

인크루트에 따르면 국내 대기업 10곳 중 8곳(80.4%)이 하반기 채용 계획을 확정했다. 지난해보다 7.9%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하지만 세 자릿수 인원(100명 이상)을 뽑겠다고 응답한 대기업은 2.5%에 그쳤다. 지난해보다 15.2%포인트 줄었다. 하반기 채용 계획을 확정한 중견기업(64%)도 지난해 대비 9.7%포인트 줄었다.

반면 중소기업 67.1%는 신입사원을 채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해보다 18.8%포인트 늘었다. 서미영 인크루트 대표는 “중소기업계에선 구인난을 겪는 ‘고용 있는 침체(Jobful Recession)’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며 “인력 미스매치가 장기화하고 있다”고 풀이했다.

② 공채 3분의 1토막… 수시채용이 ‘대세’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매출 500대 기업 대상으로 설문했더니 기업들은 최근 주목할 채용 트렌드로 ‘수시채용 확대’(28.7%)를 꼽았다. 실제로 국내 5대 그룹 중에는 삼성만 정기공채를 하고 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인크루트 조사에서도 이번에 정기공채를 하겠다는 기업은 12.1%로, 지난해(35.6%)의 3분의 1수준에 그쳤다. 취준생으로선 채용 공고를 ‘수시 모니터링’ 할 필요가 더 커진 것이다.

③ ‘논란의 AI 면접’ 주춤 “다시 대면 면접”

코로나19 기간 중 메타버스나 인공지능(AI)을 활용하는 비대면 전형을 도입한 기업이 급증했지만, 최근 대면 면접으로 복귀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직군별로 차이가 있는 경우도 있다. 정보기술(IT) 직군에선 메타버스 면접을, 영업 직군은 대면 면접을 치르는 식이다.

오성은 서울대 경력개발센터 전문위원은 “취준생으로선 메타버스와 대면 면접 두 가지 모두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AI를 활용하는 트렌드는 주춤해졌다. 조지용 한국바른채용인증원장은 “최근 AI 면접의 평가 기준을 공개하라는 소송이 제기되는 등 논란이 커졌다. 또 AI를 이용한 서류 평가도 ‘지원서 복붙(복사해서 붙임)’을 가리는 데 그쳐 AI 신뢰도는 아직 과도기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④ “영어 성적보다 직무 경험이 더 중요”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전경련 조사에 따르면 기업들은 신규 채용이라도 10명 중 4명(35.8%)을 경력직으로 뽑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상반기(29.7%)보다 6.1%포인트 늘어난 수치다. 경력직 채용이 늘면서 평판을 조회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인크루트가 기업 인사 담당자에게 물었더니 학점을 제외하고 신입 채용 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자격으로 36.7%가 ‘인턴 경험’을 들었다. 곧바로 업무에 투입할 중고 신입을 바라는 것이다.

⑤ “탈락 사유 알려준다” 채용에도 ESG

한편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채용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취준생에게 역량 평가 결과를 피드백해주는 것이 대표 사례다. 조지용 원장은 “국회에서 구직자 탈락 사유 고지법이 발의되는 등 사회적 인식이 바뀌었고, 채용 과정 전반을 모니터링하는 ‘채용 감사인’ 제도를 도입하는 기업도 있다”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