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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 뽑을때 영어보다 중요한 건…" 하반기 주요 채용 키워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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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체육관에서 열린 '2022 하반기 서울대학교 채용박람회'에서 학생들이 채용상담을 받고 있다. 뉴스1

6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체육관에서 열린 '2022 하반기 서울대학교 채용박람회'에서 학생들이 채용상담을 받고 있다. 뉴스1

#1. 이공계 대학원생인 김초림(31)씨는 6일 서울대 채용박람회를 찾았다. 지난 6월부터 채용 소식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있지만 내용이 충분하지 않아서다. 김씨는 “연구개발(R&D) 분야로 취업하고 싶어 대학원을 다녔다”며 “메타버스 면접, 인성검사 관련 정보를 주로 살펴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2. 대학 4학년인 강모(24)씨는 지난달까지 한 스타트업에서 인턴사원으로 근무했다. 강씨는 “취업할 때 도움이 될 것 같아 인턴 자리를 구했다”며 “그동안 영어·컴퓨터 자격증 공부를 했고, 학교에서 취업 역량 강화 캠프도 참여했다”고 소개했다.

이날 삼성그룹이 대졸 신입사원 채용 공고를 내는 등 기업들이 ‘취업문’을 열고 있다. 삼성은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삼성전기·삼성바이오로직스·호텔신라·제일기획 등 20개 계열사에서 14일까지 서류를 접수할 예정이다. 삼성은 향후 5년간 8만 명의 신규 고용을 약속한 바 있다.

현대자동차와 포스코, GS리테일 등도 신입사원을 모집 중이다.〈도표 참조〉 이에 따라 취업준비생들의 발걸음이 분주해졌다. 다만 최근 글로벌 경기 침체와 고금리 등이 겹치면서 ‘고용 한파’가 예상되는 만큼 취업문 뚫기는 갈수록 어려워지는 모양새다. 중앙일보는 한국바른채용인증원·인크루트·서울대 경력개발센터 전문가와 함께 올 하반기 주요 채용 키워드를 뽑아봤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① 대기업은 바늘구멍 vs 중소기업 ‘구인난’

먼저 대·중견기업과 중소기업 간 일자리 온도 차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인크루트에 따르면 국내 대기업 10곳 중 8곳(80.4%)이 하반기 채용 계획을 확정했다. 지난해 동기 대비해 7.9%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하지만 세 자릿수 인원(100명 이상)을 뽑겠다고 응답한 대기업은 2.5%에 그쳤다. 지난해보다 15.2%포인트 줄었다. 중견기업 취업문도 좁아졌다. 하반기 채용 계획을 확정한 중견기업(64%)은 지난해 대비 9.7%포인트 줄었다.

반면 중소기업 67.1%는 신입사원을 채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해보다 18.8%포인트 늘었다. 서미영 인크루트 대표는 “중소기업계에선 구인난을 겪는 ‘고용 있는 침체(Jobful Recession)’ 현상이 장기화하고 있다”며 “구직자들이 질 좋은 일자리를 선호하면서 인력 미스매치가 일어나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② 공채 3분의 1토막…수시채용이 ‘대세’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매출 500대 기업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더니 대기업들은 최근 주목할 채용 트렌드로 ‘수시채용 확대’(28.7%)를 꼽았다. 실제로 국내 5대 그룹 중에는 삼성만 정기공채를 하고 있다.

인크루트 조사에서도 이번에 정기공채를 하겠다는 기업은 12.1%로, 지난해(35.6%)에 비해 3분의 1로 줄었다. 수시채용을 하겠다는 응답은 69.1%였다. 채용 연계형 인턴을 모집하겠다고 밝힌 곳도 18.8%로 지난해(15.5%)보다 늘었다. 취준생으로선 채용 공고를 ‘수시 모니터링’할 필요가 더 커진 것이다.

6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체육관에서 열린 '2022 하반기 서울대학교 채용박람회'에서 학생들이 행사장 배치도를 보며 기업을 찾고 있다. 뉴스1

6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체육관에서 열린 '2022 하반기 서울대학교 채용박람회'에서 학생들이 행사장 배치도를 보며 기업을 찾고 있다. 뉴스1

③ ‘논란의 AI 면접’ 주춤 “다시 대면 면접”

코로나19 기간 중 메타버스나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비대면 면접 전형을 도입한 기업이 급증했다. 최근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조치로 대면 면접으로 ‘복귀’하는 기업이 생기고 있다. 직군별로 차이를 보여주기도 한다. 정보기술(IT) 직군에선 메타버스 면접을, 영업 직군은 대면 면접을 치르는 식이다.

역시나 취준생에겐 부담이 가중된다. 오성은 서울대 경력개발센터 전문위원은 “취준생으로선 메타버스와 대면 면접 두 가지 모두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면접과 서류 전형 때 AI를 활용하는 트렌드는 주춤해졌다. 조지용 한국바른채용인증원장은 “최근 AI 면접의 평가 기준을 공개하라는 소송이 제기되는 등 논란이 커졌다. 또 AI를 이용한 서류 평가도 ‘지원서 복붙(복사해서 붙임)’ 정도를 가리는 데 그쳐 AI 신뢰도는 아직 과도기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④ “영어 성적보다 직무 경험이 더 중요”

전경련 조사에 따르면 대기업들은 채용 때 직무 관련 경험(19.2%)을 가장 중요하게 평가했다. 실제로 기업들은 신규 채용이라도 10명 중 4명(35.8%)을 경력직으로 뽑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는 상반기(29.7%)보다 6.1%포인트 늘어난 수치다. 경력직 채용이 늘면서 평판을 조회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인크루트가 기업 인사 담당자에게 설문조사한 바에 따르면 학점을 제외하고 신입 채용 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자격으로 36.7%가 ‘인턴 경험’을 들었다. 곧바로 업무에 투입할 중고 신입을 바라는 것이다. 서미영 대표는 “인턴 경험도 어려워서 채용 시장의 비대칭이 심화하고 있다”며 “기업들이 인턴십 자리를 대폭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⑤ “탈락 사유 알려준다” 채용에도 ESG 바람 

한편 최근 기업들 사이에서 화두로 떠오른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채용 문화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취준생에게 역량 평가 결과를 피드백해주는 것이 대표 사례다. 공기업·공공기관 등이 ‘투명 채용’을 내세우면서 이 같은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조지용 원장은 “국회에서 구직자 탈락 사유 고지법이 발의되는 등 사회적 인식이 바뀐 데다 기업에서 ESG 기조가 확산했기 때문”이라며 “특히 채용 비리 등으로 여론의 도마에 오르면 ESG 평가가 낮아지니 채용 과정 전반을 모니터링하는 ‘채용 감사인’ 제도를 도입하는 기업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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