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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비 먹튀에도 배 째면 못받는다…이렇게 못받은 돈 191억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5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비상의원총회에서 이재명 대표가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 2022.09.05

5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비상의원총회에서 이재명 대표가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 2022.09.05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선거법 재판에서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을 받으면 당이 434억원을 토해내야 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선거비 보전액 먹튀’ 케이스에 관심이 쏠린다.

선관위는 공직선거법(122조의2)에 따라 일정 득표율을 올린 후보의 선거비용을 보전해주고 있다. 득표율이 유효 투표 총수의 15% 이상이면 선거비용 전액을, 10∼15% 득표하면 절반을 되돌려준다. 이번 대선 후보 중엔 48.56%, 47.83%를 각각 득표한 윤석열 대통령(국민의힘)과 이 대표(민주당)가 선거비용 전액을 보전 받았다.

하지만 2004년 개정된 공직선거법(265조의2)에 따라 해당 법 위반으로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이 확정돼 당선이 무효가 되면 이 돈은 반환해야 한다. 낙선한 경우에도 같은 혐의로 벌금 100만원 이상을 선고 받으면 반납 대상이다. 정당이 추천인인 대통령 선거와 비례대표 선거는 당이 보전금 수령과 반환의 주체지만, 지방선거, 총선(지역구)은 후보자 본인이 보전금 수령·반환의 주체다.(공직선거법 122조의2).

문제는 당선무효형을 받고도 선거 보전금을 반환하지 않는 ‘먹튀’ 정치인이 한 둘이 아니라는 점이다. 선관위에 따르면 2004년 이후 선관위가 돌려받지 못한 보전금은 191억원(72명)에 달한다. 선관위 관계자는 “주로 지방선거 등에 출마하는 군소 후보들이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에 달하는 선거비용을 반환하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행법상 선관위에겐 강제 징수 권한이 없다. 대신 선관위는 보전금 반환 고지를 한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선관위에 돈이 들어오지 않으면 체납 국세 처리 절차에 따라 세무서에 강제 징수를 위탁한다. 이 경우 징수 대상자의 예금 압류는 물론 부동산 공매까지 이뤄질 수 있다. 다만 국세 징수법에 따라 체납액 소멸 시효는 5억원 이상은 10년, 그 미만은 5년이다. 당사자가 재산을 빼돌리고 이 기간만 버티면 보전금 등을 반환하지 않고도 체납자 신분에서 벗어날 수 있다. 심지어 체납한 상태에서 다시 출마하는 경우도 있지만 선관위가 제재할 방법은 없다.

이 때문에 미반환자에게 출마제한, 신상공개 등의 제재를 가하는 선거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된 적이 있지만 통과되지 못했다. 가장 최근엔 당선자·후보자의 최종 판결 전까지 선관위가 보전금 지급을 유예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제출했지만 역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재명 대표 문제에 대해 선관위 관계자는 “대선 후보가 보전금을 반환한 일은 전례가 없는 데다, 아직 검찰 수사 단계라 보전금 반환은 너무 먼 얘기”라며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다만 “변수가 없다면 통상 선관위가 미반환금을 회수하는 절차를 따르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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