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선/「황색바람」에 이변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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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내일 투표… 김총재 면까지 지원유세/지난 번 73% 득표율 넘을지가 관심
영광­함평 보선은 김대중 총재를 비롯,평민당의 총력지원으로 황색바람이 다시 일고 있다.
투표 하루를 앞둔 8일 현재 평민당은 「투표권조차 없는 영남 출신」 이수인 후보에 대한 지역민의 반발을 무마하는데 일단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김대중 총재의 지역성 카리스마 덕분에 적어도 외견상 도전세력이 승부를 바꿀 것 같지는 않다는 것이 현지 분위기인데 이런 가운데도 유권자들의 감정이나 외부평가가 과연 평민당의 평가와 일치할 것인가가 전국적인 흥미거리다.
○…평민당은 13대 총선 당시 서경원 후보가 얻은 73.4% 득표에는 못 미치더라도 60% 이상은 무난할 것으로 전망.
이같은 예상은 너무 무리한 공천으로 유권자의 반발을 샀으나 김대중 총재의 진두 지휘로 이번 선거를 『김대중 대권전략으로 납득시킬 수 있었다』고 보기 때문.
스스로 선거운동원으로 등록한 김 총재는 면단위까지 순회집회를 하고 전소속의원을 동원해 리단위 사랑방좌담회를 주재하면서 이곳 주민들에게 김 총재의 차기 대통령선거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해명하면서 한풀이를 약속,뒤틀린 감정을 되돌려 놨다.
그러나 7일의 함평국교 단합대회 이후 황색바람이 확연히 느껴지면서 13대 이상의 득표를 할지 모른다는 「걱정」까지 나오고 있는데 지나치게 많은 득표를 할 경우 외지인 공천명분으로 내세운 지방색 타파가 무색해지는 것은 물론 되레 지방색 확인내지 심화로 비칠 소지도 있기 때문.
「호남=김대중 지지」라는 식의 결과가 나타나면 이번 보선을 대권고지를 향한 전초전으로 파악,당력을 총집결해 전력투구해온 김 총재의 계산이 오히려 빗나가는 꼴이라는 우려다.
당 관계자들은 영광표 일부를 잠식하던 무소속 김기수 후보가 평민당 후보지지를 선언하며 사퇴했고 몰표 성향을 가진 함평 쪽의 김 총재에 대한 지지도가 아주 고조되자 김 총재도 귀경했고 투표일까지 남아있도록 예정했던 의원들에게도 개별귀경을 허용.
○…무소속의 두 후보가 영광과 함평에서 뛰고 외지인 공천에 대한 거부감으로 투표율이 낮아지면 승산이 있다고 기대했던 민자당 조기상 후보진영은 시간이 갈수록 초조한 표정들.
조 후보측은 김기수 후보의 사퇴로 당선 최저권을 3만5천표에서 3만8천표로 상향조정해야 했는데 조 후보는 『바람이 원체 사납기 때문에 바람을 안 타는 「고구마농사」에 기대한다』고 그동안의 두더지 작전에 한가닥 기대.
조 후보측은 『공갈과 협박이 난무하던 13대 총선 때도 2만표를 얻었는데…』라며 『이번에 나를 떨어뜨리는 것은 호남의 불명예』라며 동정을 호소. 조 후보는 이곳 최대 숙원사업인 칠산종합개발계획도 자신이 낙선되면 무산될 것이라는 점을 은근히 강조하고 있는데 역시 이 후보의 출신과 관련한 시비가 상당한 공감대를 얻고 있다는 얘기.
조 후보는 평민당의 공천에 대한 반발로 아직 결정을 못하고 있는 유권자를 1만5천∼2만명으로 추정,이들 부동표 흡수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평민당은 이번 보선에 『국운이 걸려 있다』고 강조해 마치 평민당 후보가 김대중 총재라는 느낌을 줄 정도.
평민당 선거대책본부도 애당초부터 이번 선거를 조기상­이수인 후보의 싸움이 아닌 민자당과 평민당,노태우 대통령과 김 총재의 대결로 규정했었으며 7일의 함평 당원단합대회장에 내걸린 수십개의 플래카드에도 김 총재 이름외에 정작 이 후보 이름은 찾아보기 힘들 정도였다.
농민후보로 나서 민중당(가칭)으로부터 상당한 지원을 받은 노금노 후보도 김 총재의 황색바람이 휘몰아치자 뒷전으로 밀려나는 기색이다.<영광=김현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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