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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세리나!...라스트 댄스 멈춘 테니스 여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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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후 인터뷰 도중 눈물을 흘리는 세리나 윌리엄스. 로이터=연합뉴스

경기 후 인터뷰 도중 눈물을 흘리는 세리나 윌리엄스. 로이터=연합뉴스

'테니스 여제' 세리나 윌리엄스(605위·미국)가 '라스트 댄스'를 멈췄다.

윌리엄스는 3일(한국시간) 미국 뉴욕의 빌리진 킹 내셔널 테니스센터에서 열린 2022 US오픈 여자 단식 3회전에서 아일라 톰리아노비치(46위·호주)에게 1-2(5-7, 7-6〈7-4〉, 1-6)로 졌다. 무려 3시간 5분 혈투 끝에 아쉬운 패배를 당했다.

이날 경기는 윌리엄스의 현역 마지막 경기가 될 전망이다. 그는 지난달 초 이번 대회를 끝으로 은퇴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윌리엄스는 전날 여자 복식 1회전에는 언니 비너스 윌리엄스(미국)와 한 조로 출전했으나 루치에 흐라데츠카-린다 노스코바(이상 체코) 조에 0-2로 져 탈락했다. 뉴욕 타임스는 "세리나가 마지막 경기를 했다. 그는 한 세대에게 영감을 준 선수"라며 아쉬워했다.

코트를 돌며 일일이 관중들에게 손 흔드는 윌리엄스. AP=연합뉴스

코트를 돌며 일일이 관중들에게 손 흔드는 윌리엄스. AP=연합뉴스

앞서 열린 1, 2회전 두 경기처럼 대회 메인 코트인 아서 애시 스타디움을 가득 메운 2만여 관중은 일방적으로 윌리엄스를 응원했다. 경기 후 윌리엄스는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스타디움을 한 바퀴 돌았다. 팬들에게 일일이 손 흔들며 감사의 표시를 했다. US오픈 소셜미디어(SNS)는 "윌리엄스가 마지막으로 아서 애시 스타디움을 돈다. 그대는 울고 있지만, 우린 울지 않을 것"이라며 작별 인사를 건넸다.

윌리엄스는 테니스의 ‘살아있는 전설’이다. 18세였던 1999년 US오픈 여자 단식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이래로 메이저 대회 단식에서만 23차례 우승했다. 그는 올림픽에서도 4개의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012년 런던올림픽에선 단식과 여자 복식 2관왕에 올랐고, 2000년 시드니, 2008년 베이징올림픽 여자 복식에서 금메달을 따냈다. 올림픽 복식 우승은 모두 언니인 비너스 윌리엄스(42)와 합작했다.

테니스 선수들은 보통 20대가 전성기다. 30대가 되면 체력이 떨어져 은퇴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윌리엄스는 30대 중반을 넘어서도 꾸준한 경기력을 유지했다. 꾸준한 자기 관리 덕분이다. 그는 결혼 후에도 부단한 노력으로 정상의 자리를 지켰다.

미국 인터넷 뉴스 웹사이트인 레딧의 공동 창업자 알렉시스 오해니언과 2017년 결혼한 윌리엄스는 같은 해 호주오픈에서 우승한 뒤 임신 사실을 공개했다. 그해 9월 딸 올림피아를 낳은 뒤 코트로 복귀했다. 이후 메이저 대회에서 4차례 결승에 올라 모두 준우승했다. 최근 메이저 대회 단식 결승 진출은 2019년 US오픈이었다. 올해는 호주오픈과 프랑스오픈에는 불참했고, 윔블던에선 1회전 탈락했다.

윌리엄스는 흑인들에게 영감을 준 최고의 스포츠 스타였다. 로이터=연합뉴스

윌리엄스는 흑인들에게 영감을 준 최고의 스포츠 스타였다. 로이터=연합뉴스

윌리엄스는 백인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테니스에서 정상의 자리에 올라 많은 흑인에게 영감을 줬다. 이들은 윌리엄스의 활약을 보며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세계 11위 코코 고프(18·미국)는 “어려서 윌리엄스의 경기를 보며 자랐다. 그는 내가 테니스를 하게 된 이유였다”며 “테니스 코트엔 흑인이 별로 없는데 윌리엄스가 경기를 지배하는 것을 보고, ‘나도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윌리엄스는 경기 후 눈물을 글썽거리며 "이 모든 것은 내 부모님 덕분에 가능했다. 두 분에게 감사한다. 지금 흘리는 이 눈물은 기쁨의 눈물"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비너스가 아니었으면 세리나도 없었다. 언니 덕분에 세리나도 존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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