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난 1200만원 잃었다" 글 올리자 쫓겨났다…'수상한 리딩방'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주식 투자를 하는 자영업자 박모씨는 지난주 한 금융앱 내에 개설된 주식토론 ‘오픈 채팅방’에 입장했다. 익명의 참가자가 160명 정도가 활동하고 있는 이 채팅방에는 현재 뜨고 있는 종목의 정보가 올라왔다. 이곳에서 대화 내용을 보던 중 박씨는 한 참여자가 ‘전문가가 1대1로 투자를 돕는 코인 리딩방’이라고 소개한 새로운 오픈 채팅방에 들어갔다.

새롭게 들어간 ‘코인 리딩방’에선 많은 사람이 쓰는 5대 암호화폐거래소가 아닌 처음 듣는 A거래소를 이용해야 수익을 낼 수 있다고 알려줬다. 이 거래소의 홈페이지에 접속해보니 다른 암호화폐 거래소처럼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의 시세와 해외 주식 시세, 원자재 선물 가격 등이 실시간으로 바뀌고 있었다. 박씨는 리딩방에서 시키는 대로 이 거래소에 회원 가입했다.

그런데 이 거래소는 다른 거래소와 원화 입금 방식이 달랐다. A거래소는 원하는 입금액을 적고 ‘입금 신청’ 버튼을 누르면 고객센터에서 원화를 입금할 계좌를 알려주는 방식이었다. 업비트와 빗썸 등 거래소가 시중은행의 실명계좌를 연동해 원화를 입출금하는 것과는 달랐다.

박씨는 이런 점이 이상했지만 코인 리딩방에 많은 사람이 올리는 수익 인증 사진을 보고 믿어보기로 했다. ‘수석트레이더’라는 사람은 이 리딩방에 1억원이 넘는 수익 인증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박씨는 “최근 장사가 잘 안되고 투자한 주식의 주가도 많이 내려서 손해가 심한 탓에 이들의 수익 인증에 혹했다”고 말했다.

박씨는 처음엔 400만원을 입금해 이들이 알려준 코인을 샀다. 하지만 약 10분이 지나자 코인 가격이 급락해 투자금의 거의 전부를 잃게 됐다. 그러자 리딩방의 트레이더는 “수익을 내려면 지금 빨리 2배의 투자금을 넣어서 추가 매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트레이더의 재촉에 박씨는 추가로 800만원을 입금해 같은 코인을 샀다. 하지만 추가로 넣은 800만원도 순식간에 크게 손실이 났다.

박씨가 항의를 하자 트레이더는 “이번엔 내가 실수를 해서 손해를 봤지만 지금까지 넣은 1200만원 만큼 추가 투자를 하면 꼭 만회시켜주겠다”고 제안했다. 박씨는 “생각을 좀 해보겠다”고 대답을 미뤘다.

박씨가 손해를 본 그때에도 코인 리딩방에는 다른 사람들의 수인 인증이 올라오고 있었다. 한 참여자가 1억8000만원을 벌었다고 인증 사진을 올리자, 박씨가 “축하드린다. 그런데 나는 1200만원을 잃었다”고 메시지를 올렸다. 그러자 리딩방 운영자는 박씨의 메시지를 삭제하고, 박씨를 강제퇴장 시킨 뒤 차단해 더는 연락할 수 없도록 했다.

최근 박씨처럼 ‘가짜 코인 거래소’에 속아 피해를 보는 사례가 늘고 있다. 지난 5월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가짜 코인 거래소를 운영해 피해자 20명에게 투자금 17억원을 가로챈 일당 4명을 사기 혐의로 구속했다. 이들 역시 가짜 거래소 홈페이지를 만들어 코인과 금 등 투자 상품이 실제로 거래되는 것처럼 화면을 꾸몄고, 채팅방에선 가짜로 수익 인증 사진을 올렸다.

경찰 관계자는 “SNS나 오픈채팅방 등에서 고수익을 미끼로 접근해 투자금을 제3의 계좌로 보내도록 유도하는 경우는 사기를 의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짜 코인 거래소인지 확인하려면 금융정보분석원(FIU) 홈페이지(www.koFIU.go.kr)에 접속해 알림 마당에서 ‘가상자산사업자 신고 심사결과’를 조회해보면 된다. 여기서 거래소 이름이 확인되지 않는다면 금융위원회의 심사를 통과하지 못한 거래소이기 때문에 투자금을 입금하는 건 위험하다.

특히 현재 원화 거래를 지원하는 암호화폐 거래소는 5개(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 뿐이기 때문에 이외의 거래소에서 원화 입금을 요청하면 가짜일 가능성이 높은 만큼 투자에 주의해야 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