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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비상 상황’ 구체화, 추석 전 새 비대위원장 선출키로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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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4호 04면

여당 새 비대위 출범 속도전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운데)가 2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상임전국위원회에서 당헌 개정안 의결 과정을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운데)가 2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상임전국위원회에서 당헌 개정안 의결 과정을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추석 민심의 밥상에 ‘새 비상대책위원회’를 올리기 위한 국민의힘의 속도전이 2일 가속 페달을 밟았다. 국민의힘은 이날 열린 상임전국위원회에서 새로운 비대위 출범을 위한 당헌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날 만들어진 개정안은 오는 5일 열리는 전국위원회 의결을 거쳐 최종 확정된다. 국민의힘은 추석 연휴 전인 8일까지 비대위원장과 비대위원 선임 등 관련 절차를 모두 마무리하고 새 비대위를 공식 출범시킬 계획이다.

이날 상임전국위가 처리한 당헌 개정안의 핵심은 제96조 1항이다. 당초 이 조항은 비대위 출범 요건인 ‘비상 상황’을 ‘당 대표 궐위 또는 최고위원회의 기능이 상실되는 등’이라고 추상적으로 규정돼 있었다. 개정안에는 여기에 ‘선출직 최고위원 및 청년 최고위원 중 4인 이상의 사퇴’라는 내용이 추가됐다. 박형수 원내대변인은 상임전국위 후 기자들과 만나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는 분이 없어 박수로 (개정안을) 추인했다. 만장일치 통과”라고 전했다.

법원은 지난달 26일 이준석 전 대표가 낸 주호영 비대위원장 직무 집행 정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며 “당이 비상 상황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그 근거로 원내대표가 당대표 직무대행을 맡고 있는 점과 일부 최고위원이 아직 사퇴하지 않은 점 등을 들었다. 이 같은 법원의 결정에 국민의힘은 지난달 30일 의원총회를 열고 비상 상황을 보다 구체화하는 방향으로 당헌·당규를 개정해 비대위를 새롭게 출범시키기로 의견을 모았다.

상임전국위는 이날 ‘비대위가 출범하는 즉시 당대표(당대표 권한대행 및 직무대행 포함)와 최고위원은 그 지위와 권한을 상실한다’는 규정도 신설했다. 당초 당헌 제96조 5항은 ‘비대위가 설치되면 최고위는 즉시 해산된다’라고만 규정했는데, 이를 놓고 당 안팎에서 “그럴 경우에도 당대표 권한은 그대로 살아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기 때문이다. 상임전국위는 비대위 출범 때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이 당연직 비대위원으로 참여하는 규정도 신설했다.

이날 상임전국위는 ‘의장 직무대행’을 맡은 윤두현 상임전국위 부의장이 주재했다. 당헌 개정에 반대해 온 서병수 의원이 지난달 31일 상임전국위·전국위 의장직을 사퇴한 데 따른 불가피한 조치였다. 윤 부의장은 이날 “이 자리에 모인 상임전국위원들은 지금 우리 당이 처한 복잡한 상황을 하루빨리 정상화시켜야 할 막중한 의무가 있다”고 강조하며 분위기를 다잡았다.

앞으로 당헌 개정안이 확정돼 비대위가 공식 출범하려면 상임전국위는 한 번, 전국위는 두 번 더 거쳐야 한다. 법원의 결정과 상충되지 않도록 관련 절차를 최대한 신중하게 밟아가겠다는 전략이다. 이에 따라 국민의힘은 오는 5일 전국위에서 당헌 개정안을 확정한 뒤 곧바로 전국위를 다시 열어 비대위원장을 임명하고 이후 다음주 중 상임전국위에서 비대위원을 임명해 오는 8일까지는 새 비대위를 공식 출범시킬 계획이다.

당의 공식 절차가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새 비대위원장을 누가 맡을지도 관심사다. 이와 관련,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상임전국위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의원들 의견을 고루 청취한 뒤 다음주 전국위 의결 직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당내에선 주호영 의원이 새로운 비대위에서 다시 위원장을 맡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이날 상임전국위 의결에 대해 당내에선 “법원에서 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이 전 대표는 지난달 29일 개별 비대위원에 대해서도 직무 집행 정지 가처분 신청을 한 데 이어 지난 1일에는 전국위 개최 금지 가처분 신청을 추가로 낸 상태다. 이날 상임전국위에서도 “이 전 대표가 추가로 가처분 신청을 냈는데 법원에서 또 패소하는 것 아니냐” “당초 법원 판결은 최고위로 다시 돌아가라는 것 아니었느냐”는 질문이 수차례 나왔다고 한다. 이와 관련, 박 원내대변인은 “비대위 출범으로 최고위는 해산됐다. 법원의 가처분 결정으로 해산된 최고위가 다시 살아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새 비대위 출범에 반대해 온 조경태 의원은 “정도로 가면 편할 텐데 왜 자꾸 어렵고 이상하게 가는지 모르겠다”며 “만약 가처분이 추가로 인용되면 어떻게 할 것이며, 새 비대위가 출범하더라도 다시 가처분을 신청하면 어떻게 하려고 하느냐”고 지적했다. 익명을 원한 초선 의원도 “가처분이 또 인용된다면 당이 진짜 우스운 꼴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당 지도부에선 애당초 당 윤리위원회 징계가 섣불렀다는 진단도 나왔다. 성일종 정책위의장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당 윤리위는 수사 기관이 아닌데, 경찰 조사가 끝나기도 전에 (징계를) 너무 일찍 서두른 면이 있다. 이 전 대표 문제를 경찰 수사 이후 결정했더라면 큰 문제가 없었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반면 권 원내대표는 이 같은 당내 기류에 대해 “이 전 대표는 당대표를 지낸 분으로서 당의 혼란을 수습할 도의적 책임이 있다. 법적 쟁송을 계속하는 게 능사가 아니다”며 이 전 대표 책임론을 거듭 주장했다.

이 전 대표가 지난 1일 성 상납 의혹 등과 관련해 경찰의 소환 통보를 받은 것과 관련해서도 당내 공방이 오갔다. 이 문제에 대해 그동안 언론 대응을 자제해 왔던 이 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지금 상황에서 억지로 내보내는 ‘이준석 측’ 기사는 저와 어떤 것도 상의하지 않은 것”이란 내용의 짧은 입장문을 올렸다. 이에 대해 권 원내대표는 “범죄 의혹과 관련한 수사 기관의 소환 통보에 대해서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성실하게 응할 의무가 있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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