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親트럼프 위기 현실로…美공화, 50년만에 알래스카 하원 뺏겨

중앙일보

입력

미국 알래스카 연방하원의원에 공화당 후보로 나선 세라 페일린 전 공화당 부통령 후보가 지난 7월9일 앵커리지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함께 집회를 열고 있다. AFP=연합뉴스

미국 알래스카 연방하원의원에 공화당 후보로 나선 세라 페일린 전 공화당 부통령 후보가 지난 7월9일 앵커리지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함께 집회를 열고 있다. AFP=연합뉴스

중간선거를 두 달 앞둔 미국 공화당에 적신호가 켜졌다. 지난 1일(현지시간) 열린 보궐선거에서 알래스카주 연방하원 의석을 50년 만에 민주당에 빼앗겼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유명 정치인에다 열렬한 트럼프주의자인 세라 페일린(58) 전 알래스카 주지사가 패배하면서, 이번 중간선거에서 대거 등장한 친(親)트럼프 후보들의 당선 향방에도 먹구름이 끼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이날 치러진 알래스카 연방하원의원 보궐선거에서 메리 펠톨라(49) 민주당 후보는 세라 페일린 공화당 후보를 3%포인트 차로 승리했다. 펠톨라 후보는 알래스카 원주민 출신의 첫 연방의원이 됐다.

이번 선거 결과는 공화당에게 충격이란 평가다. 알래스카는 지난 50년간 1명인 하원 의원 자리를 공화당이 독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페일린 후보는 2006~2009년 알래스카 주지사를 지냈고, 2008년 대선에서 존 매케인 공화당 대통령 후보의 러닝메이트(부통령 후보)로 나섰던 전국적 인지도를 가진 정치인이다.

미국 알래스카주 앵커리지의 데나이나 컨베션센터에서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민주당 메리 펠톨라 후보가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 알래스카주 앵커리지의 데나이나 컨베션센터에서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민주당 메리 펠톨라 후보가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페일린 후보의 패배는 민주당과 공화당 등 모든 정당 후보가 모여 예비경선을 치른 뒤 상위 3명이 본선을 치르는 알래스카주의 독특한 제도 때문이란 분석도 있다. 본선에 진출한 3명 중 2명이 페일린 등 공화당 후보라 민주당 후보인 펠톨라가 우세했을 거란 것이다.

하지만 페일린이 내세워 온 ‘친 트럼프’ 성향에 대한 반감이 선거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페일린 후보는 그동안 극우적인 견해를 내세우며 자신이 열렬한 트럼프주의자임을 천명했다. 이번 예비경선에서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적극 지지를 받았다. 더군다나 이번 선거가 치러진 알래스카 지역은 지난 2020년 대통령 선거 때 트럼프 전 대통령이 10%포인트나 이긴 공화당 강세 지역이다.

이에 알래스카 보궐선거 결과가 중간선거에 나선 공화당 친 트럼프 후보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번 중간선거를 앞두고 공화당에선 친 트럼프 후보들이 사실상 당을 장악했다. 지난해 1월 미 의사당 난입 사건 선동 책임을 물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에 찬성표를 던졌던 공화당 하원 의원 중 이번 중간선거에 출마한 4명이 ‘친 트럼프’ 인사에게 밀려 탈락했다. WP가 최근 미 41개 주에서 중간선거에서 공화당 후보로 지명된 인사들을 조사한 결과, 전체 469명 중 250명(53%)은 2020년 대선이 사기였다는 트럼프의 주장을 기정 사실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하지만 지난달 트럼프 전 대통령의 기밀문서 무단 반출과 마러라고 자택에 대한 압수 수색 결과가 부각되면서 상황이 변화됐다. 공화당 선거 전략가인 릭 타일러는 미 정치매체 더힐에 “바이든 정부의 심판이었던 이번 선거를 트럼프가 자신에 대한 국민투표로 바꿔놨다”고 지적했다. WP는 “페일린 후보의 당선 여부는 중간선거에서 트럼프의 영향력을 가늠할 잣대로 주목돼 왔다”며 “이번 선거 결과 때문에 친트럼프 후보가 장악하고 있는 공화당의 중간선거 결과에는 불길함이 커졌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민주당이 11월 중간선거에서 애초 예측과 달리 연방하원에선 다수당 지위를 지킬 수 있을 것이란 결과가 나오고 있다. 지난달 28일 CBS방송이 유고브와 함께 시행한 여론조사에서 공화당은 하원에서 226석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됐다. 여전히 절반(218석)을 넘는 숫자지만 230석이 예상됐던 바로 전달 조사에 비해 줄었다. 조 바이든 대통령 역시 당장 선거를 치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을 이긴다는 조사가 나왔다. 월스트리트 저널이 1일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오늘 대선을 치를 경우’ 50%의 지지를 받아, 44%의 트럼프를 앞섰다.

CNN은 “페일린의 패배는 애리조나와 펜실베이니아 주지사 후보 및 조지아, 펜실베이니아의 상원의원 후보 등 전국 주요 지역의 중간선거 경선에서 트럼프가 지지하는 후보들이 당선된 것에 대한 공화당원들의 우려를 더욱 증폭시킬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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