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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리 대명사 구단주되기 싫다" 신상진 이말에…성남FC 팬 발칵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달 28일 경기도 성남시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 1' 성남FC와 수원FC의 경기. 성남FC 팬들이 최근 불거진 매각설 등에 반대하는 플래카드를 들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8일 경기도 성남시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 1' 성남FC와 수원FC의 경기. 성남FC 팬들이 최근 불거진 매각설 등에 반대하는 플래카드를 들고 있다. 연합뉴스

“성남FC의 연고 이전 및 해체를 반대한다” 

“너희는 경기에만 집중해 팀은 우리가 지킬게”

성남FC와 수원FC의 프로축구 경기가 열린 지난달 28일 경기도 성남시 탄천종합운동장. 관중석은 이런 내용의 플래카드로 뒤덮였다. 성남FC 해체·매각설에 반대하는 팬들이 손수 제작한 것이다. 성남FC 연합 서포터즈 ‘블랙리스트’ 정의현 대표는 “성남FC는 시민들이 주인인 구단”이라며 “스포츠를 스포츠로만 봐야지 정치적인 판단 등이 개입돼선 안 된다”고 말했다.

후원금 의혹 ‘성남FC’ 매각설에 서포터즈 등 반발

성남FC의 매각 논란에 불을 지른 건 새 구단주인 신상진 성남시장이다. 지난 7월22일 주간조선과의 인터뷰에서 신 시장은 “개선 의지도 없고 꼴찌만 하고 시민들의 혈세를 먹는 하마를 계속 갖고 가는 것은 성남시민들에 대한 배임이라고 본다”며 “성남FC 하면 비리의 대명사가 되었다. 이런 구단의 구단주를 하고 싶지 않다. 기업에 매각하거나 어떤 제3의 길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신 시장은 수차례 인터뷰에서도 비슷한 메시지를 쏟아내면서 논란을 스스로 키워왔다. 그 뒤 ‘성남FC가 용인시에 매각된다’‘세미프로리그인 K3, K4리그로 전환한다’는 등 각종 설을 흘러나왔다.

‘비리의 대명사’라는 표현에서 드러나듯 신 시장의 매각 주장엔 성남FC를 통일교 기업인 일화로부터 인수해 시민구단으로 전환했던 전전임 구단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감정이 담겨 있다. 이 대표는 성남시장 시절 이 구단을 인수한 뒤 2015∼2017년 두산건설, 네이버 등 관내 6개 기업으로부터 160억여 원의 후원금을 유치했지만, 이것이 후원 기업들에 제공한 특혜의 반대급부라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장기간에 걸쳐 수사를 벌이고 있다. 설상가상 한때 K리그 7회 우승에 빛나는 명문구단이었던 성남FC는 현재 12개 팀 중 12위다. 최근 5년간 성남FC는 계속 강등권이거나 강등돼 2부 리그에 머물렀다. 지난달 24일엔 김남일 감독이 성적 부진 등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구단주발 매각설에 팬클럽 블랙리스트는 지난 22일 매각 반대 호소문을 내고 성남시민과 축구 팬들을 대상으로 하는 매각·해체 반대 주민 및 각계 유명인사들의 서명도 받고 있다.

블랙리스트는 호소문에서 “지난 2년간 성남FC가 정치면에 오르내리면서, 우리는 땀과 목소리로 빚어낸 모든 것이 한순간에 더럽혀지는 고통을 겪었다”며 “그래도 우리는 남아 모두 떠나버린 이곳을 지켜왔다. 도대체 정치권은 어떤 권리로 우리가 지켜온 성남FC를 몰래 내다 팔고 있느냐”고 따졌다. 그러면서 “우리는 성남FC가 정치권의 어용단체로 재창단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며 “땀과 목소리, 함성과 하나됨, 역사와 자부심이 깃든 우리의 클럽은 지금 여기 우리가 서 있는 성남FC다”라고 외쳤다.

지난달 22일 성남시 주민청원게시판에 올라온 ‘성남FC 매각 결정 철회’ 청원에도 2000명 이상이 동의해 시장이 직접 입장을 내놓는 ‘성남시 행복소통청원’으로 채택된 상태다. 지난 30일 성남FC에서 프로로 데뷔한 국가대표 공격수 황의조(올림피아코스) 선수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성남(FC)는 K리그 역사와 언제나 함께한 팀으로, 성남이라는 자부심을 늘 가지고 뛰고 있다”며 “힘든 시기를 모두 함께 이겨내길 진심으로 바란다”고 응원했다.

28일 경기도 성남시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 1' 성남FC와 수원FC의 경기. 2대1로 승리한 성남FC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28일 경기도 성남시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 1' 성남FC와 수원FC의 경기. 2대1로 승리한 성남FC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성남시 “연고는 유지하되 투자 유치”

반발이 확산되자 지난 1일 성남시는 “연고지 유지를 목표로 투자 유치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성남시 관계자는 “연고지 이전설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연고지 유지를 목표로 경영권 100% 매각, 지분율 양도 등 시에 유리한 조건을 판단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투자 유치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신시장의 매각 발언은 ‘시민의 혈세 투입을 줄여보겠다’는 것”이라며 “성남FC의 투자유치 운영방식이 변하면 시는 앞으로 10년간 1100억원에서 1500억원을 절감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고, 생활 체육 활성화 등 시민을 위한 사업에 투여할 수 있는 예산 확보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성남FC는 성남시 예산과 후원금 등으로 운영된다. 후원금이 많이 들어오면 그만큼 성남시 예산은 덜 들어간다. 그러나 성남FC 후원금을 둘러싸고 뇌물 의혹이 터지자 최근 기업들의 후원금이 눈에 띄게 줄었다고 한다. 이에 따라 성남시가 성남FC에 지원하는 예산(평균 100억~110억원)도 지난해 130억원, 올해 150억원으로 늘어났다. 성남시는 일정 기간 투자유치 활동 후 종합적으로 평가해 성남FC 운영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성남시청 전경. 연합뉴스

성남시청 전경. 연합뉴스

성남시가 ‘연고지 유지’ 입장을 밝혔지만 축구 팬들은 성남FC 매각·해체 반대 운동을 계속 이어 나갈 계획이다. 블랙리스트의 정 대표는 “시가 연고지 유지 입장을 내놓긴 했지만, 비난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것이 아닌가 싶어 믿음이 가질 않는다”며 “성남FC의 정상화 등을 위해 매각·해체 반대 운동 등을 계속 전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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