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비상대책위원회 출범에 반대하며 전국위원회 소집을 거부하던 서병수 국민의힘 의원이 31일 “전국위의장직을 내려놓겠다”고 선언했다. 서 의원의 사퇴로 향후 상임전국위 및 전국위 소집은 부의장인 윤두현 의원이 맡는다.
서 의원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저는 일관되게 비대위 체제로 가는 것은 잘못이라고 주장해왔다”며 “소신을 지키면서도 당에 불편을 주지 않거나, 지도부가 가는 방향에 걸림돌이 안 될 수 있는 방향이 있을까 고심한 끝에 직을 내려놓기로 했다”고 말했다.
서병수 국민의힘 의원은 31일 기자회견을 열고 "전국위원회 의장직을 내려놓겠다"고 밝혔다. 김성룡 기자
하지만 서 의원은 30일 의원총회에서 ‘당 비상상황’을 ‘선출직 최고위원 및 청년최고위원 중 4인 이상 사퇴’ 등으로 구체화한 당헌 개정안 추인한 것을 두고는 “너무 작위적이라 법원이 어떤 판단을 내릴지 의심이 있다”며 “가처분이 또 인용되면 당은 걷잡을 수 없는 혼란에 빠질 것”이라고 비판을 굽히지 않았다. 이어 “새 원내대표를 뽑아 새 지도부를 구성하고 직무대행체제로 가는 것이 가장 쉽고 안정적인 방법”이라고 거듭 주장했다.
새 비대위가 출범하려면 당헌 개정안 의결을 위한 전국위, 비대위원장 임명안 의결을 위한 전국위를 따로 열어야 한다. 추석 전 새 비대위 출범을 공언했던 여당 지도부 입장에서 서 의원의 반발은 예상치 못한 난관이었다. 상임전국위의장이기도 한 서 의원은 위원 4분의 1 이상의 요구가 있더라도 회의를 열지 않겠다고 밝히는 등 한동안 강경하게 버텼다.
그랬던 서 의원이 스스로 물러나면서 전국위 개최를 위한 급한 불은 껐지만, 당내 ‘새 비대위 비토론’은 사그라지지 않았다는 평가다. 또 새 비대위의 정당성은 더 큰 타격을 입게 됐다.
당권 도전을 시사한 안철수 의원은 이날 “또 비대위로 가면 가처분이 다시 들어올 텐데 이는 운명을 법원에 맡기는 것”이라며 “저는 최고위로 돌아가자는 주장”이라고 말했다. 5선의 조경태 의원도 같은 날 “젊은 정치인(이준석 전 대표)을 토사구팽시키기 위해 당헌까지 손질해 새 비대위를 출범시킨다”고 비판했다. 초·재선 의원들이 비대위에 힘을 실은 것과 달리 당 중진의원 상당수가 비대위 출범에 고개를 젓고 있다.
8월 30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의원총회에 참석한 의원들이 권성동 원내대표의 모두발언을 듣고 있다. 김성룡 기자
각종 변수 때문에 추석 전 비대위 출범이 녹록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적지 않다. 첫 번째 변수는 빠듯한 시간이다. 전국위를 열기 위해서는 개최 3일 전 소집 공고를 내야 한다. 이날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에서 “31일 오후 상임전국위원 20인이 당 기조국에 회의 소집 요구서를 제출했고, 이에 따라 9월 2일 상임전국위를 소집할 것”며 “이후 전국위 소집을 공고하고 5일 전국위에서 당헌 개정안을 의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 대변인은 “(비대위원장 임명안 의결을 위한 전국위를 한 번 더 열면) 8일쯤에는 비대위가 출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당내에서는 “정족수 미달이나 당내 반발 등 돌발 사태가 터지면 추석 전 출범이 삐끗할 수 있다”(재선 의원)는 부정적 전망도 상당하다.
시간을 맞추더라도 새 비대위원장 임명 과정에서 당내 충돌이 격화되면 여론 반응이 좋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3선 의원은 통화에서 “당 중진들 사이에서도 당헌 개정과 비대위 출범이 ‘꼼수’라는 비판이 나오는데, 추석 민심이 당을 곱게 볼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가 17일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당 비상대책위원회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사건의 심문을 마친 후 법원을 빠져나와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있다. 이 전 대표는 이날 서병수 의원의 전국위의장 사퇴 직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부당함에 대해 할 말을 한 서 의원께 부담이 지워진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고 밝혔다. 국회사진기자단
이 전 대표가 "새 비대위가 출범하면 추가 가처분을 신청하겠다"고 벼르는 것도 변수다. 당내에는 “당헌 개정으로 근거를 갖춘 만큼 법원이 다시 제동을 걸기가 쉽지 않을 것”(비례대표 초선 의원)이라는 의견이 다수지만, 일각에선 “‘비대위 출범 시 이 전 대표가 대표 복귀를 할 수 없게 돼 회복할 수 없는 손해가 발생한다’는 법원 결정문 취지에 비춰보면, 새 비대위도 또다시 발목 잡힐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날 이 전 대표는 서 의원 사퇴 직후 페이스북에서 “부당함에 대해 할 말을 한 서 의원께 큰 부담이 지워진 것 같아 마음이 아팠다”며 “저들(친윤계)의 욕심이 당을 구렁텅이로 몰고 있다”고 비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