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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 골다가 "컥"…수면 무호흡증 뇌 촬영해 보니 깜짝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달 15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슬립테크 2022 국제수면건강 산업박람회’에서 관람객들이 수면무호흡증 치료를 돕는 양압기를 살펴보고 있다. 뉴스1

지난달 15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슬립테크 2022 국제수면건강 산업박람회’에서 관람객들이 수면무호흡증 치료를 돕는 양압기를 살펴보고 있다. 뉴스1

경증의 수면 무호흡증을 방치해도 뇌가 손상돼 치매 등의 인지 장애를 유발할 수 있다는 연구가 나왔다. 수면 무호흡증이란 잠을 자는 동안 10초 이상 호흡이 멈추거나 상기도(기관지·후두·인두가 있는 기도 윗부위)가 자주 좁아지면서 호흡이 방해를 받는 수면장애 증상을 말한다. 수면의 질을 떨어뜨려 피로와 집중력 저하를 유발한다.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윤창호 교수팀은 성인 1110명을 8년간 추적해 수면 무호흡증이 뇌와 인지기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했다. 연구팀은 정상군(1, 2차 음성) 458명, 호전군(1차 양성, 2차 음성) 72명, 발생군(1차 음성, 2차 양성) 163명, 지속군(1, 2차 양성) 417명으로 나눠 추적했다. 연구팀은 2011~2014년(1차 조사) 1110명의 뇌를 자기공명영상(MRI) 촬영하고 신경인지검사를 했다. 2015~2018년 같은 방법으로 2차 조사를 해 비교했다.

4년 전 수면 무호흡증이 없다가 새로 생긴 발생군에서 집중력과 시각정보처리 기능을 담당하는 뇌가 손상된 것을 확인했다. 정확하게는 시각정보처리 기능이 3.2% 떨어졌다. 시각정보처리 기능은 눈에는 보이는대로 반응하는 능력을 말한다. 가령 눈으로 장애물을 인식하면 피해야 하는데, 그런 게 서툴어진다는 뜻이다.

반면 수면 무호흡증을 앓다가 2차 조사에서 음성으로 진단된 호전군에서는 손상된 뇌의 시각기억 경로가 회복됐다. 이들은 수면 무호흡증 진단 후 양압기 치료를 받았다. 지속군에서는 시각기억과 관련된 뇌 손상이 발견됐다. 60세 이상, 남성에게 더 뚜렷했다.

수면 무호흡증의 뇌 변화. 사진 분당서울대병원

수면 무호흡증의 뇌 변화. 사진 분당서울대병원

연구팀은 "수면 무호흡증을 조기에 발견하지 못하면 뇌 기능 저하로 이어질 수 있으며, 치료를 받지 않으면 치매 등의 인지장애를 유발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경고했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수면무호흡증 발생군은 질병 정도가 경증이었다. 연구팀은 "경증인데도 불구하고 인지 저하 및 뇌 손상이 확인된 점을 고려하면 경증일 때 치료와 관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윤창호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수면 무호흡증을 조기에 진단하고 치료한다면 예후(병의 증세)가 좋다는 사실을 발견했다”며 “고령사회에서 치매 및 인지장애 발생을 낮추기 위해 적극적인 진료와 치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과거의 수면 무호흡증 연구는 추적·관찰 기간이 짧거나 연구 대상이 적어 장기간의 영향을 밝히지 못했다. 이번 연구는 장기간 대규모 대상자를 추적한 최초 성과물이다.

이번 연구는 질병관리청이 지원했고, 고려대 안산병원 호흡기내과 신철 교수, 미국 하버드대 의대 로버트 토마스 교수가 참여했다. 연구 결과는 미국의학협회(American Medical Association)가 발행하는 ‘JAMA Network Open’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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