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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엔솔·혼다 손잡는다…미국에 5조원대 배터리 합작공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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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왼쪽)과 미베 토시히로 혼다 CEO가 29일 배터리 합작법인 설립 체결식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왼쪽)과 미베 토시히로 혼다 CEO가 29일 배터리 합작법인 설립 체결식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과 일본 기업이 5조원 규모 배터리 동맹을 맺었다. 전기차 배터리 생산업체 LG에너지솔루션(LG엔솔)은 일본 2위 자동차 업체 혼다와 손잡고 미국에 차량용 배터리 공장을 세운다. 한국 배터리 업체가 일본 완성차 업체와 합작사를 설립하는 첫 번째 사례다.

LG엔솔은 29일 혼다와 함께 총 44억 달러(약 5조1000억원)를 투자해 미국에 40기가와트시(GWh) 규모의 배터리 제조 시설을 지을 예정이라고 공시했다. 내년 상반기 착공해 2025년 말부터 파우치형 배터리셀과 모듈을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생산된 배터리는 혼다 자동차 및 혼다의 프리미엄 브랜드 아큐라에 들어갈 예정이다. 공장 부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이날 LG엔솔 최고경영자(CEO)인 권영수 부회장과 혼다 미베 토시히로 CEO는 서울 여의도 파크원 LG엔솔 본사에서 배터리 합작법인 설립 체결식도 했다. 두 회사의 투자 지분율은 LG엔솔이 51%, 혼다가 49%다.

권 부회장은 “높은 브랜드 신뢰도를 구축한 혼다와의 합작은 배터리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베 토시히로 CEO는 “글로벌 배터리 선도기업인 LG엔솔과 전기차 배터리 생산기지를 구축하게 됐다”고 밝혔다.

미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전기차 시장으로 꼽힌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미국 전기차 배터리 시장은 지난해 64GWh에서 내년 143GWh, 2025년 453GWh로 가파른 성장세가 예상된다. 연평균 성장률이 63%에 이른다.

이에 LG엔솔은 20조원 이상을 투자하며 북미 배터리 생산 능력을 확대하고 있다. 현재 GM과 3개, 스텔란티스와 1개의 합작공장 건설을 비롯해 미국 미시간 단독공장 증설을 진행 중이다. 애리조나주엔 원통형 공장 건설도 검토 중이다. LG엔솔 관계자는 “이번 합작법인 설립은 기술을 중시하는 일본 완성차 업체에 처음으로 LG엔솔의 배터리를 공급하며 품질과 기술력을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혼다는 북미 자동차 시장 점유율 6위 업체다. 혼다는 지난 4월 앞으로 10년간 8조엔(약 78조원)을 투입해 2030년까지 전기차 30종을 개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2030년에는 연간 200만 대 이상의 전기차를 생산한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지난해 생산량 413만 대의 절반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날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혼다가 미국에서 2030년에 전기차 약 80만 대를 생산할 계획이며, 전용 생산라인 신설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 점유율은 중국 CATL이 1위인데, 그 뒤를 LG에너지솔루션, SK이노베이션, 삼성SDI 등 한국 3사가 거세게 추격하고 있다.

미·중 기술경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중국 업체보다 한국 업체의 배터리를 선택하는 완성차 업체가 늘고 있다. 2025년까지 미국에서 새로 지어지는 배터리 공장 13개 중 11개가 한국 배터리 3사 소유다. 일본 기업도 파나소닉이 캔자스주에 EV 배터리 공장을 건설하는 등 미국 내 투자를 늘리고 있다.

특히 지난 16일(현지시간) 미국이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시행함에 따라 북미에서 생산된 친환경차나 배터리만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점이 두 회사의 동맹 결정을 서두르게 한 것으로 업계에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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