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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증은 애증, 미국보다 배당 좋은 K-리츠 투자해볼까[앤츠랩]

중앙일보

입력

몇 년 전만 해도 국내서 리츠는 좀 생소한 단어였습니다. 2년 전 삼프로TV에서 리츠를 다룬 프로그램을 봤는데, "리츠 사면 2주택자 되나요?" "리츠, 종부세 내나요?" 같은 질문을(물론 유머였지만) 할 수는 있었던 모양. 하지만 이젠 국내 리츠도 꽤 자리를 잡고 시장도 커져 알고는 계셔야 할 투자 상품이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무엇보다 지금처럼 주식시장이 춤추는 풍선처럼 휘청일 때 중위험 중수익 상품에 대한 공부는 필수죠.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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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나비스코사의 '리츠(RITZ)'가 크래커계의 오리지널이자 정통으로 여겨지듯 리츠(REITs) 또한 정통의 미국 리츠가 좋지 않을까, 하는 오해가 있을 수 있습니다.

물론 미국 리츠를 빼놓고 리츠를 논할 순 없어요. 시작이 미국이고, 지금도 글로벌 리츠 시장의 3분의 2는 미국이 차지. 미국서 리츠가 커지기 시작한 건 1970년대에 부동산 재벌들이 빌딩을 리츠에 넘기기 시작하면서라고 해요. 이 때 커진 리츠 중엔 이제 시가총액이 20조원이 넘는 곳도(국내선 시총 가장 큰 롯데리츠가 1조원대 초반이니 사이즈 차이 아시겠죠).

미국에선 10대 투자 섹터 중 하나로, 꽤나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분위기입니다. 수십년의 세월동안 주식 하락기에도 꽤 선방한 편이었거든요(다만, 부동산이 무너지며 시작됐던 리먼 사태 때는 예외였습니다). 종류도 매우 다양합니다. 보통 리츠 하면 오피스·호텔·리테일·데이터센터·물류센터 정도 떠올리실텐데, 카지노·팀버(벌목장)·교도소 리츠 등도 있어요.

 미국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에 투자하는 리츠도 있죠. [셔터스톡]

미국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에 투자하는 리츠도 있죠. [셔터스톡]

반면 국내에서 리츠는 밀레니얼 이전엔 거의 없던 개념. 2001년에서야 IMF사태로 너덜너덜해진 기업들이 자금을 확보하고자 유동화를 시도한 게 시작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땐 그리 큰 회사들이 뛰어든 게 아니어서 '저희는 이런 이런 건물을 사겠습니다!' 약속했던 것 대부분 지키지 못했어요. 그러다 2018년 정부에서 공모리츠 활성화 방안을 내놓고 신한알파·이리츠코크랩처럼 규모있는 리츠가 시장에 나오기 시작. 롯데·SK리츠까지 뛰어든 2년 전만 해도 상장리츠는 7개였는데 현재 국내 상장리츠 수는 20개로 급성장.

미국에 비하면 개수로나 시총으로나 자산규모로나 귀여운 수준이지만, 오히려 '너무 성숙한' 미국 리츠보단 '갈 길이 먼' 국내 리츠가 성장세는 더 좋을 수 있겠죠. K-리츠 배당수익률은 4~6% 수준으로 3%대로 주저앉은 미국보다 높습니다. 또 미국선 주식시장 내 리츠 비중이 3%가 넘는데 국내선 아직 1%도 되지 않는 수준이라 '아직 마이너하다'고 볼 수도 있지만 '돈 몰릴 일만 남았다'고 볼 수도. 내년 리츠 상장을 준비중이라는 삼성생명과 한화생명 같은 데선 아마도 후자에 배팅하고 있는 거겠죠.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리츠는 보통의 주식보단 불확실성이 덜하다는 게 장점입니다. 기본적으로 부동산이잖아요. 물론 리츠 산다고 임차인한테 뭐라뭐라 할 수 있는 건물주가 되는 건 아니지만, 상업용 부동산 투자와 원리는 같습니다. '건물 사서 매매차익 노리고+그때까진 월세 먹자'가 핵심.

다만, 투자 결정·실행을 여러분이 직접 하는 건 아니기 때문에 두 가지 귀찮음은 무릅쓰셔야 합니다. 하나는 공시를 때때로 확인하셔야 할 필요가 있다는 점. 건물만 갖고 리츠를 하는 경우는 없고 여러 건물을 보유한 상태서 뭔가를 팔거나(신한알파리츠는 용산 더프라임타워를 판다죠), 사거나(SK리츠가 U타워 사듯) 하며 벌크업 하는 게 리츠의 업이니까요.

또 다른 귀찮음은 유상증자가 잦다는 점. 보통 기업이 유증을 한다 하면 그건 곧 '저 돈 없어요' 내지는 '저 빚 많아요'를 커밍아웃하는 셈이나 다름 없어 악재로 여겨지는데요. 이와 달리 리츠가 유증을 하는 건 보통 신규 매입 건이 있을 때죠. 그것도 기존 포트폴리오를 개선할 만큼 괜찮은 자산을 매입하려고 노력했을 겁니다. 그런데 저 같은 개미 뿐 아니라 제아무리 대기업이라도 건물을 현금으로 덜컥 쿨거래 하진 못하니, 기존 투자자들에게 '한 번 더 믿어주십쇼' 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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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 생각해 보면 리츠는 실체가 있는 것도 아니고(K-리츠는 대부분 페이퍼컴퍼니) 그저 빚으로 굴러가는 회사 아니냐? 싶은데, 맞습니다. 리츠는 배당가능한 이익의 90%이상을 배당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돈이 모일 순 없는 구조죠. 페달을 밟지 않으면 쓰러지는 자전거처럼 지속적으로 자금을 조달받아야 굴러갑니다.

빚이 많다는 건 재무안정성이 떨어진단 소리죠. 실제로 금융위기 때 미국서 대형 리츠가 파산하기도 했고요. 금리 인상의 타격을 크게 입을 수도 있습니다. 4월에1249.96(26일)까지 올랐던 ‘KRX리츠TOP10지수’는 7월에 976.19(25일)까지 떨어졌는데요. 대출금리 상승에 ESR켄달스퀘어·이지스밸류·제이알글로벌 같은 리츠들이 10~20%대 하락했기 때문. 지난해엔 저금리로 자금을 빌릴 수 있었는데 올해 금리가 크게 뛰면서 리파이낸싱시 적용 금리가 거의 두 배가 됐거든요.

그렇다고 모든 리츠가 금리인상=대출이자상승=비명 은 아닙니다. 금리인상시 임차인한테 임대료를 올려받을 수 있는 방식으로 계약하는 리츠들도 있거든요. 대출이자 상승분보다 임대료 상승분이 더 크면 좋겠고, 같기만 해도 선방이겠죠. 이런 리츠들은 인플레이션 헤지 자산으로 인식되기도 합니다.

by.앤츠랩

※이 기사는 8월 26일 발행한 앤츠랩 뉴스레터의 일부입니다. 이번 콘텐트가 마음에 드셨다면 주변에 공유해주세요! https://www.joongang.co.kr/newsletter/antsla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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