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없었는데 있습니다" 900만이 열광…이재용·최태원 달라졌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6일 경기도 수원사업장을 찾아 MZ세대 직원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6일 경기도 수원사업장을 찾아 MZ세대 직원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연합뉴스

성은 ‘포’요, 이름은 ‘석호’. 포석호씨는 지난해 10월 포스코 뉴미디어그룹에 입사한 2년차 사원이다. 여느 직원과 다른 점은 사람이 아닌 곰이라는 것. 포스코 견학 업무 이력을 가진 포석호의 진짜 정체는 포스코의 소셜미디어(SNS) 캐릭터다.

포스코는 석호의 활발한 활동을 높게 평가받아 최근 국제PR협회가 주관하는 ‘골든어워즈 2022’ 소셜미디어 부문상을 수상했다고 28일 밝혔다. 포스코 관계자는 “기존의 무거운 철강 기업의 이미지를 벗어나 MZ세대(1980년대 초반~2020년대 초반 태어난 세대)와 교감하기 위해 대학생들이 만든 포석호 캐릭터를 론칭했다”며 “인스타그램 구독자 수가 11% 늘고, 댓글·좋아요 등 콘텐트 참여 수가 8배 증가하는 성과를 얻었다”고 말했다.

포스코가 국제PR협회(IPRA)가 주관한 '골든 월드 어워즈 2022' 소셜미디어 부문에서 수상했다고 24일 밝혔다. 사진은 포항 Park1538 수변공원에 설치된 포스코 소셜미디어 캐릭터인 포석호 조형물. [사진 포스코]

포스코가 국제PR협회(IPRA)가 주관한 '골든 월드 어워즈 2022' 소셜미디어 부문에서 수상했다고 24일 밝혔다. 사진은 포항 Park1538 수변공원에 설치된 포스코 소셜미디어 캐릭터인 포석호 조형물. [사진 포스코]

MZ세대 챙기기엔 내부·외부 따로 없어  

SK이노베이션은 MZ세대 유행어인 “있었는데요, 없었습니다”(갖고 있던 것이 사라지듯 없어진 것을 뜻하는 말)를 변형한 표현으로 유튜브에서 호응을 얻었다. 이 회사가 지난달 말 공개한 브랜드 캠페인 영상 ‘없었는데, 있습니다’ 편은 유튜브 누적 조회 수 900만 뷰를 기록했다. 뉴스와 기자회견, 일기예보 등으로 이뤄진 에피소드에서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 폐배터리 문제 등에 대한 대책이 “없었는데 있다”며 SK이노베이션의 친환경 사업을 소개하는 내용이다.

이 영상에는 “광고가 신선해 기대된다” “밈(온라인 상에서 유행하는 패러디물)을 역으로 이용한 것이 센스 있다” 등의 댓글 600여 개가 달렸다. 한국PR학회장을 지낸 김병희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는 “쏟아지는 콘텐트 사이에서 시선을 끄는 것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데 카피와 전개 방식이 쉽고 오래 각인되는 구조”라고 평가했다.

SK이노베이션은 MZ세대를 겨냥한 참신한 슬로건으로 유튜브 브랜드 캠페인 영상이 높은 조회 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사진 SK이노베이션]

SK이노베이션은 MZ세대를 겨냥한 참신한 슬로건으로 유튜브 브랜드 캠페인 영상이 높은 조회 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사진 SK이노베이션]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이처럼 SNS에서 자기표현에 능한 데다 소비력까지 갖춘 MZ세대를 향한 기업의 구애가 계속되고 있다. 기업 내부의 MZ세대 챙기기도 활발하다.

그룹 총수들까지 적극적으로 나서며 달라진 오너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다. MZ세대는 내부 직원과 외부 고객으로 구분되지 않는다. 이들은 SNS로 정보를 공유하며 안팎에서 기업 이미지와 제품의 가치를 평가한다.

셀카 찍고, 먹방 보고…소통점 찾는 총수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26일 경기도 수원사업장을 찾아 영상·디스플레이(VD) 사업부의 MZ세대 직원들에게 개발 중인 전략제품을 보고받았다. 이 회장은 직원들과 ‘셀카’를 찍는가 하면 구내식당에서 함께 식사했다. 소규모 ‘MZ간담회’도 열어 MZ세대의 관심사와 고민, 이들이 느끼는 삼성의 이미지 등에 대해 대화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25일 폐막한 ‘SK 이천포럼 2022’에서 예년과 다르게 자신의 발표 대신 ‘회장과의 찐솔대화’라는 제목으로 직원들과 대화 시간을 보냈다. 최 회장은 인스타그램으로 소통하고, 직원들에게 회장님이 아닌 영어 이름 ‘토니’로 불러 달라고 하는 등 진작 MZ세대에 맞는 소탈한 소통 방식을 보여왔다.

지난해 12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소셜미디어에서 네티즌과 대화한 내용이 화제였다. [사진 최태원 회장 인스타그램]

지난해 12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소셜미디어에서 네티즌과 대화한 내용이 화제였다. [사진 최태원 회장 인스타그램]

“사실상 Z세대 챙기기, 리스크 관리 신경 써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지난 6월 오은영 정신의학과 박사를 초청해 ‘마음 상담 토크 콘서트: 요즘, 우리’를 열고 직접 세대 사이의 간극을 좁히는 방법, 직장에서 바람직한 소통 방식 등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기도 했다. 정 회장은 앞서 미국 특파원 간담회에서 MZ세대와 소통에 대해 “막내딸이 MZ세대라 친구들이 오면 같이 이야기하고, 회사의 MZ세대와도 소통한다”며 “먹방 등 유튜브를 자주 보는 편”이라고 답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 역시 2019년부터 오프라인 시무식 대신 온라인으로 신년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MZ세대 중에서도 이제 막 회사에 들어오는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태어난 세대)의 마음을 사는 것이 고용 시장의 화두”라며 “오너 리더십의 변화는 사실상 Z세대와 라포(친밀감, 신뢰관계)를 형성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오너가 진정성을 갖고 친근하게 다가선다면 팬덤 문화를 보유한 Z세대들의 긍정적 반응을 얻을 수 있다”며 “다만 인플루언서(영향력 있는 사람)는 영향력이 커질수록 리스크도 커져 리스크 관리에 신경 써야 한다”고 덧붙였다.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