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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영은 "재판장이 편향적"…사퇴압박 권성동은 두문불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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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박형수 원내대변인이 26일 충남 천안시 재능교육연수원에서 열린 '2022 국회의원 연찬회'에서 결의문을 낭독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박형수 원내대변인이 26일 충남 천안시 재능교육연수원에서 열린 '2022 국회의원 연찬회'에서 결의문을 낭독하고 있다. 연합뉴스

26일 오전 11시50분 연찬회를 막 마친 국민의힘에 대형 폭탄이 터졌다. 이준석 전 대표가 제기했던 비상대책위원회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이 인용되면서 국민의힘이 발칵 뒤집혔다.

이날 오전 국민의힘은 전날에 이어 충남 천안시 재능교육연수원에서 연찬회를 진행하며 정기국회 전 전열을 차분히 가다듬고 있었다. 이날 열린 비공개 자유토론에서는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출범 이후 관심을 모았던 전당대회 개최 시기에 대한 발언도 오갔다. 친윤계 박수영 의원, 당권 주자 김기현 의원 원내대표 시절 대변인을 맡았던 강민국 의원은 “연내에 전대를 마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최형두·윤상현 의원 등은 정기 국회 이후에 전당대회를 해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토론을 끝낸 국민의힘은 결의문을 발표하며 연찬회를 마쳤다. 결의문에서 당은 “민생·국민 정당으로 거듭나 연금·노동·교육개혁을 위한 사회적 대타협을 이뤄내겠다”고 밝혔다. 마무리 발언 차 마이크를 잡은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틀 간 적극적으로 토론에 임한 의원들 모두 복 받을 것”이라며 참석자를 격려했다. 또 연찬회 종료 직후엔 기자들과 만나 “이번 기회로 당·정이 일체돼 앞으로 국민을 위해 뛸 수 있는 전기를 마련했다”고 자평하기도 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러나 예상치 못한 법원의 판단이 나오면서 분위기는 일순 얼어붙었다. 국민의힘은 곧바로 법원 결정에 제동을 걸었다. 결정이 내려진 지 3시간 쯤 지난 오후 3시36분 국민의힘은 “이 전 대표가 제기한 가처분신청 결과에 대한 이의신청을 서울남부지방법원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의원들에게는 향후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긴급 의원총회(27일) 소집을 알렸다.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국회에서 만난 기자들에게 “비대위원장 직무는 정지되지만 비대위원 지위나 비대위 구성은 문제가 없다는 게 다수의 해석”이라며 “여기에 맞춰 어떻게 지도부 구성할 지 등을 의총에서 결정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비슷한 시각 주호영 비상대책위원장도 국회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날 윤 대통령의 대구 서문시장 방문에 동행하느라 연찬회 일정도 소화하지 못했던 주 위원장은 오후 스케줄을 모두 취소하고 김석기 사무총장, 당 법률자문 등과 긴급 회의를 열었다. 회의장 앞에서 기자들과 만난 주 위원장은 “정당 자치의 원칙을 훼손한 법원의 결정을 납득할 수 없다”며 “법원이 (지도부 체제 전환의 전제인) 비상상황이 아니라 했는데, 이는 본인이 중병 들어 아파 죽겠다는데 제3자가 괜찮다고 말하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주 위원장은 “재판장이 특정 연구모임 출신으로 편향성 있어서 결과에 대한 우려가 있었는데 이것이 현실화됐다”고 재판부를 직격했다. 이에 대해 당 소속 의원은 “가처분 결정을 내린 판사가 법원 내 진보 성향 판사 모임 ‘우리법 연구회’ 소속이라는 말이 돌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우리법연구회 창립에 깊이 관여한 변호사는 중앙일보에 “황정수 판사 이름을 이전에 들어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 이날 밤 늦게 서울남부지법은 공지를 통해 "황 부장판사는 우리법연구회, 국제인권법연구회 소속 회원이 아니다"라고 했다. 명확한 소속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결과적으로 사실과 다른 내용으로 주 위원장이 기자들에게 판사의 성향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모양새다.

국민의힘 전체적으로는 크게 격앙된 분위기였다. 하지만 의원들에 따른 입장차도 있었다. 이 전 대표 징계와 비대위 체제 전환에 반대했던 하태경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파국만은 막아야 한다는 안팎의 호소를 무시하고 정치로 해결할 기회를 걷어찬 당의 잘못이 법원에 심판 받았다. 현 위기 상황에 대한 정치적 해법을 거부한 당 지도부는 이 파국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고 했다. 또 비윤계 재선 의원은 “이 전 대표는 이른바 ‘내부 총질’ 텔레그램 사태의 피해자일 뿐”이라며 “잘못된 문자 하나로 비대위 전환을 해야 하는 당이라면 그건 공당의 기능을 상실한 수준”이라고 꼬집었다.

반면 하 의원과 함께 이 전 대표의 복귀를 전제로 하는 당헌 개정안을 발의했던 조해진 의원은 페이스북 글을 통해 “법원의 결정은 부실재판이며 당은 항고해야 한다”며 상반된 주장을 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페이스북 글에서 “요즘 법원은 정치적 판단도 하네요”라며 비판적 시각을 드러냈다.

이 전 대표와 대척점에 섰던 친윤계 의원들도 당연히 법원 판단에 비판적이었다. 이 전 대표가 ‘윤핵관’으로 불렀던 이철규 의원은 중앙일보에 “이 전 대표가 법적 절차를 밟는 것은 온당한 권리이니 뭐라 할 순 없다”면서도 “경찰 수사 후 성 접대 의혹 등이 사실로 밝혀지면 본인도 책임지고 당을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대표가 ‘윤핵관 호소인’이라 칭했던 박수영 의원은 법원 판결에 대한 생각을 묻는 본지의 질문에 대답 대신 박형수 원내대변인의 공식 논평을 보내왔다. 박 대변인은 이날 “법원의 가처분 인용 결정은 정당 내부의 자율적 의사결정에 대한 과도한 침해”라고 재판부를 직격했다.

권 원내대표는 일부 언론에 “주호영 비상대책위원장과 대응 방안을 상의한 후 입장을 밝히겠다”고만 한 채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가처분 인용 직후 권 원내대표와 통화한 한 의원은 “상당히 당혹스러워 하는 눈치였다”고 전했다. 당 내에서도 권 원내대표의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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