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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의 결론 “탈북어민 귀순의사 ‘진정성’…귀북의사 없었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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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1월 7일 판문점에서 탈북 어민 2명이 강제로 북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2019년 11월 7일 판문점에서 탈북 어민 2명이 강제로 북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이 “‘탈북 어민 강제북송’ 사건 당시 해당 어민들에게 귀순 의사에 진정성이 있었고 귀북 의사는 없었다”고 가닥을 잡은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이 강제북송을 불법 행위라고 판단하면서 향후 수사는 강제북송 지시를 내린 주체를 특정하는 데 초점을 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미국 갈 생각 없는 국민 강제로 미국행 비행기 태운 셈”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3부(부장검사 이준범)는 2019년 11월 탈북 어민 2명에 대한 강제북송 사건과 관련해 이같이 결론내렸다고 한다.

어민들이 귀순 의사를 표명했다는 건 수사 대상인 사건 당시 통일부 등 쪽에서도 인정하는 사실이다. 다만 피고발인 측에선 “귀순 의사에 진정성(혹은 순수성)이 없다”라는 주장을 해오고 있다. 북한에서 살인 혐의를 받는 어민들이 진심으로는 귀순 의사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겉으로는 강제북송돼 처벌 받을까봐 두려워 속내와 다르게 귀순 의사를 나타낸 것이라는 취지다.

그러나 검찰은 귀순 의사표시의 진정성도 있었던 것으로 판단 중이라고 한다. 당시 정부합동조사에서 어민들이 일관되게 귀순 의사를 나타낸 귀순의향서 등 자료를 확보한 데다 판문점에서 어민들이 북송되기 직전 강하게 거부하는 사진·영상도 공개됐기 때문이다. 애초에 귀순 의사가 있는지 판단하기 위해 귀순 의사표시를 넘어 진정성까지 따진 전례를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도 검찰 해석에 힘을 싣는다.

근본적으로 검찰은 어민들의 귀순 의사 여부는 강제북송의 위법성을 판단하는 데 주요 변수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핵심은 귀북 의사다. 판문점 사진·영상에 따르면 어민들에게 귀북 의사가 전혀 없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그에 반해 헌법상 대한민국 국민인 어민들을 북한으로 강제 북송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라고 한다. 검찰에선 “미국에 갈 생각이 전혀 없는 우리 국민을 강제로 미국행 비행기에 태워 추방한 것과 같다”라는 얘기도 나온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도 지난 7월 28일 국회에 나가 “(강제북송의 법적 근거는) 그때도 없고 지금도 없다”라고 밝혔다.

수사 대상 쪽에선 법적 근거가 있다고 반박한다. ▶난민법 19조 3항 “대한민국에 입국하기 전 대한민국 밖에서 중대한 비정치적 범죄를 저지른 경우 난민 불인정 결정을 할 수 있다” ▶북한이탈주민법 9조 “살인 등 중대한 비정치적 범죄자에 해당하는 사람은 보호 대상자로 결정하지 아니할 수 있다” 등을 지목하면서다.

그러나 검찰은 난민법 조항의 경우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대한민국 국민인 어민들에게 적용할 수 없다고 본다. 북한이탈주민법 조항에 대해선 살인 등 범죄를 저지른 귀순자를 국내에서 지원할 의무가 없다는 취지일 뿐 귀순 의사가 있는 사람을 강제북송할 근거가 될 수 없다는 판단이다.

2022년 7월 25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 앞에서 탈북청년 강제북송 대국민규탄집회가 열렸다. 뉴스1

2022년 7월 25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 앞에서 탈북청년 강제북송 대국민규탄집회가 열렸다. 뉴스1

검찰 “살인 혐의는 여지…강제북송 아닌 수사의 근거일 뿐”

다만 검찰은 사건 당시 통일부 등의 발표대로 어민들에게 북한에서 살인 혐의를 적용할 여지가 있었던 것으로 분석한다고 한다. 그러나 이는 대한민국 국민의 살인 혐의 사건에 대해 한국 수사당국이 수사를 하고 재판에 넘겨 형사처벌을 받도록 할 수 있는 근거일 뿐 강제북송의 근거가 될 수 없다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수사 대상 쪽에선 “탈북민이 귀순 이전 저지른 범죄를 국내에서 처벌한 전례가 없다”라고 주장하지만, 2016년 ‘북한 식당 종업원 집단 탈북’ 당시 지배인이 과거 종업원을 폭행한 혐의로 한국 법원에서 징역형을 선고 받은 판례가 존재한다.

검찰이 강제북송을 사실상 불법이라고 결론내면서 수사는 북송 지시 주체, 문재인 정부 청와대로 향하고 있다. 검찰은 지난 19일부터 이날까지 대통령기록관 압수수색을 통해 어민들이 동해상에서 발견되고 강제북송되기까지 청와대에서 생성된 문건을 확보했다. 검찰 관계자는 지난 25일 “의미 있는 자료를 확보할 수 있을 거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박지원 폰 압수해 보니…2개월전 개통

2022년 8월 16일 검찰이 박지원 전 국정원장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연합뉴스

2022년 8월 16일 검찰이 박지원 전 국정원장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연합뉴스

서울중앙지검은 2020년 9월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도 수사 중이다. 공공수사1부(부장검사 이희동)는 사건 당시 첩보 관련 보고서 등을 무단 삭제한 혐의로 지난 16일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의 자택을 압수수색해 휴대전화 1대를 확보했는데, 사건 발생 시점에서 한참 지난 올해 6월 2일 개통된 것이었다고 한다. 과거 사용한 휴대전화들은 폐기된 상태로 알려졌다. 압수한 수첩 다섯 권도 최근인 2021년 11월부터 작성된 것이라고 한다.

검찰은 최근 박 전 원장 측의 방어권을 보장하기 위해 국가정보원의 고발장을 박 전 원장 측에게 전달했다. 조만간 소환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박 전 원장은 이날 YTN라디오에 “(검찰이) 곧 부를 것”이라며 “심정은 담담하다. 있는 그대로 무엇을 고발했는지, 그 내용대로 답변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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