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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심한 심야 택시대란, 탄력요금제로는 절대 못 푼다"

중앙일보

입력

 이성욱 i.M 택시 대표 인터뷰

서울 시내 법인택시는 기사가 부족해 운행률이 30%대에 그치고 있다. 뉴스1

서울 시내 법인택시는 기사가 부족해 운행률이 30%대에 그치고 있다. 뉴스1

 "탄력요금은 출퇴근 시간과 심야에 붙이는 건데 하루 매출에 대한 기여도가 10~12%에 불과합니다. 그거 다 기사분들에게 줘도 월 250만원이던 수입이 270만원 되는 효과밖에 안 돼 택시 공급난을 해결하기엔 턱없이 부족합니다." 

 지난 23일 오후 서울 성동구에 위치한 택시회사 대한상운의 사무실에서 만난 이성욱(50) 진모빌리티 대표는 택시대란의 해법을 묻는 말에 이렇게 답했다. 이 대표는 "우리가 실제로 탄력요금을 시행하고 있다"라고도 했다.

 2년 전 설립된 진모빌리티는 11인승 카니발을 활용한 대형택시 'i.M' 택시를 운영하는 스타트업이다. 택시회사 3곳을 경영하던 이 대표와 택시회사 7곳을 운영하던 조창진 대표가 함께 설립했다.

 다른 모빌리티 회사와 달리 택시회사 2세 경영인들이 직접 기존 택시업에 IT(정보통신)기술을 접목해 만든 모빌리티 플랫폼으로 현재 운행대수는 700대이고, 전체 면허대수는 1200대가량이다. 2년 사이 누적 가입자는 66만명에 달한다.

 경영학을 전공한 뒤 삼성물산ㆍ삼성전자 북미법인 등에서 일하다 2002년부터 택시회사를 경영해온 이 대표에게 택시대란의 해법과 갈 길을 물었다.

이성욱 진모빌리티 대표와 i.M 택시. 중앙일보

이성욱 진모빌리티 대표와 i.M 택시. 중앙일보

 택시업계와 전문가들은 탄력요금을 택시승차난 해법으로 말한다.        
 "우리 i.M 택시가 탄력요금제를 하고 있지 않나. 그런데 매출 기여도는 생각보다 작다. 기본적으로 탄력요금을 하면 야간에 수입이 더 늘 수 있기 때문에 주간에 나올 택시를 야간으로 조금 옮겨가게 하는 효과는 있을 수 있겠지만, 근본적인 해법은 아니다."
 그럼 택시대란을 해소할 방안은 어떤 게 있나. 
  "그 전에 지금의 택시문제가 왜 생겼나 봐야 한다. 총체적인 문제를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그동안 택시는 가격정책에 있어서 지나치게 공공성만을 강요받아 왔다. 그 결과 요즘 배달하는 분들이 월 400만원 넘는 수입을 얻는데 택시는 상위 30% 정도 되는 기사가 겨우 250만원을 버는 상황이 됐다."
 그래서 코로나 기간에 법인택시 기사들이 대거 배달업으로 이직한 거 아닌가.  
  "내가 보기엔 아니다. 오랫동안 공공성만을 강요받아 오면서 처우 개선이 안 된 탓에 젊은 기사들이 안 들어 온 지가 한 20년 된다. 코로나 이전인 2019년에도 이미 법인택시에는 고령자들밖에 없었다. 그런데 코로나로 인해 승객이 급감해 수입이 안 되니까 그냥 다 떠난 거다. 이분들은 나가서 배달을 할 수도 없고, 손님이 없는 탓에 대리운전도 못 했다. 그냥 집으로 간 거다. 이분들이 다시 돌아온다고 해도 야간 운행 투입이 어렵다." 
 켜켜이 쌓여 있는 이런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하나. 
  "70년대 말을 기억해보면 택시요금과 버스요금이 한 10배 정도 차이 났다. 지금은 기본요금을 비교하면 3배가량에 불과하다. 우선은 요금을 어느 수준 이상 올려야 한다. 지금으로선 매출이 30~40% 올라가 줘야 한다. " 
서울 강남역 등 주요 지역에선 심야에 택시 승차난이 이어지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강남역 등 주요 지역에선 심야에 택시 승차난이 이어지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에선 요금인상이 물가에 미치는 악영향을 우려한다. 
 "택시 사업자나 기사는 물가 인상을 싹싹 피해 다니나. 다 몸으로 그 충격을 받고 있다. 그런데 버스·지하철에는 정부와 지자체에서 엄청난 지원을 하면서 택시에는 안 한다. 요금 결정권을 사실상 정부가 행사하면서 공공성만 강조할 뿐이다. 요금 현실화가 아니라면 지원을 해줘야 한다. 현재 250만원인 월수입이 요금 인상만으로 350만원이 되긴 어려울 테니 요금인상으로 50만원이 오른다면 나머지 50만원은 정부나 지자체가 지원해줘야 한다. 택시가 버스보다 격무인 점과 공공성을 고려하면 이 정도 수입은 돼야 한다."     
 요금 인상과 정부 지원이면 해결 가능한가. 
 "또 한가지 기사 고용의 탄력성이 꼭 필요하다. 지금은 모든 제도가 월 단위로 되어 있다. 월급제로 하고 직고용해야 한다. 하지만 요즘 주 6일씩 일하려는 사람이 어디 있나. 택시 서비스만 잘 실현하면 되지 기사가 월급제인지 시간제인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고용과 취업의 탄력성이 보장돼야 택시기사 난도 풀릴 수 있다."
 그러면 기사 관리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없나. 
 "기사의 근무 행태와 서비스 수준 등에 대해서는 다양한 IT 기술을 활용해서 회사 차원에서 관리가 가능하다. 지금처럼 다양한 직업 행태가 있는 상황에서 무조건 다 월급제로 기사를 채용하라는 건 굉장히 힘든 일이다. 젊은 사람들이 오게 하려면 탄력적으로 일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
 서울은 인구 1000명당 택시 수가 7.2대로 도쿄(3.2대), 뉴욕(1.6대)보다 많다. 과잉 아닌가.  
  "흔히 택시나 버스, 지하철을 얘기할 때 교통분담률이란 걸 많이 얘기한다. 그런데 택시는 그게 별 의미가 없다고 본다. 하루에 수요가 택시처럼 널뛰는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새벽에는 택시가 거의 유일한 교통수단이다. 적정 대수를 따지기 전에 이 공급에 어떻게 탄력성을 줄 것이냐를 정책적으로 고민하는 게 필요하다." 

 이 대표는 i.M 택시 기사의 월 평균 수입이 400만원 정도 되는 직장을 만드는 게 목표라고 했다. 향후 운영대수를 서울 시내 어디서 불러도 7분 이내로 도착할 수 있는 수준인 3000대까지 늘릴 생각이다.

또 대형뿐 아니라 중형택시로도 사업을 확장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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