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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보]한은, 기준금리 0.25%p 인상…사상 처음 4회 연속 올렸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5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5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2.25%에서 2.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사상 첫 4연속(4·5·7·8월) 인상 결정이다. 이번 인상으로 지난달 역전됐던 한미 기준금리는 다시 같아졌다. 2분기 기준 가계대출이 1758조원에 육박한 상황에서, 대출자들의 부담은 더 커지게 됐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25일 서울 중구 본관에서 통화정책방향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2.25%에서 2.5%로 0.25%포인트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4월과 5월에 각각 0.25%포인트, 지난달 0.5% 포인트(빅스텝) 인상에 이은 추가 인상이다. 4회 연속 기준금리를 올린 것은 한은 역사상 처음이다.

한은은 이날 발표한 수정경제전망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2.7%에서 2.6%로 0.1%포인트 낮췄다. 특히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2.4%에서 2.1%로 내렸다. 중국 경기 둔화 등 글로벌 경기침체로 인한 수출감소와 민간소비 둔화 등을 반영한 결과로 풀이된다.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치는 4.5%에서 5.2%로 올렸다. 이는 1998년(9%) 이후 최대치로, 물가안정목표제를 시행한 1998년 4월 이후 가장 높은 전망치다.

한은이 추가 인상에 나선 건 여전히 높은 물가 수준 때문이다. 소비자물가지수(CPI·전년동월대비)는 6월(6.0%)과 7월(6.8%) 두 달 연속 6%대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향후 1년 예상 물가 상승률에 해당하는 기대인플레이션율도 이달 4.3%로 역대 최고였던 7월(4.7%)보다는 다소 낮아졌지만, 여전히 4%대를 웃돈다. 물가 '피크 아웃(정점 통과)' 기대에도 금리 인상 카드를 꺼낸 이유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다만 보폭은 베이비스텝(0.25%)으로 줄였다. 시장의 예상대로였다. 금융투자협회가 채권 보유·운용 종사자 1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금리 인상을 전망한 전문가 97명 중 91%가 0.25%포인트 인상을 예상했다. 이창용 총재는 지난 7월 금통위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0.25%포인트씩 점진적으로 인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이번 금리 인상으로 지난달 역전됐던 한국과 미국 기준금리(연 2.25~2.5%)의 키 맞추기가 이뤄졌다. 하지만 재역전은 시간문제다.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다음 달 열리는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한 번 더 자이언트 스텝(0.75%포인트 인상)을 밟을 수 있다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면서다. Fed는 지난 6월과 7월 연속 기준금리를 0.75%포인트씩 인상했다.

23일(현지시간)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 선물 시장에서 연준이 9월 회의에서 금리를 0.50%포인트 인상할 가능성은 49.5%다. 0.75%포인트 인상할 가능성이 50.5%로 우세한 상황이다. 다음 달 미국이 자이언트 스텝을 밟으면 0.75%포인트, 빅스텝을 밟으면 0.5%포인트로, 미국 기준금리가 한국을 앞지르게 된다.

약세를 이어가는 원화가치도 한은의 고민거리다. 지난 23일 원화가치는 달러당 1345.5원을 기록하며 세계금융위기였던 2009년 4월 28일(달러당 1356.8원) 이후 13년 4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다. 한미금리 차에 원화가치 하락까지 겹치며 해외 자본 유출을 자극할 수 있어서다. 원화값 급락으로 한은이 빅스텝을 밟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던 이유다.

하지만 짙어지는 경기침체 우려와 불어난 가계부채로 큰 폭의 금리 인상은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지난달 국제통화기금(IMF)은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3%로 하향 조정했다. 기존 전망치(2.5%)에서 0.2%포인트 낮췄다. 올해 1분기 기준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04.3%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달러 강세와 유럽·중국의 침체 우려 속 원화 약세로 인해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하는 건 실익이 적다”며 “가계부채 부담도 0.5%포인트 인상에는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통화정책방향문

금융통화위원회는 다음 통화정책방향 결정시까지 한국은행 기준금리를 현재의 2.25%에서 2.50%로 상향 조정하여 통화정책을 운용하기로 하였다. 국내외 경기 하방위험이 증대되었지만 높은 수준의 물가 상승압력과 기대인플레이션이 이어지고 있어 고물가 상황 고착을 막기 위한 정책 대응을 지속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세계경제는 높은 인플레이션이 지속되는 가운데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주요 선진국의 정책금리 큰 폭 인상 등으로 경기 하방위험이 증대되었다. 국제금융시장에서는 미 연준의 금리인상 속도에 대한 기대 변화 등으로 주요 가격변수가 큰 폭으로 등락하였다. 앞으로 세계경제와 국제금융시장은 국제원자재가격 및 글로벌 인플레이션 움직임, 주요국의 경기지표와 통화정책 변화, 지정학적 리스크 등에 영향받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경제는 소비가 회복세를 이어갔지만 주요국의 성장세 약화로 수출이 둔화되는 등 경기 하방위험이 커졌다. 고용 상황은 큰 폭의 취업자수 증가가 이어지는 등 개선세를 지속하였다. 앞으로 국내경제는 수출 증가세가 낮아지면서 금년 및 내년 성장률이 지난 5월 전망치(2.7% 및 2.4%)를 하회하는 2.6% 및 2.1%를 각각 나타낼 것으로 전망된다.

소비자물가는 석유류 가격 오름세가 다소 둔화되었으나 농산물 및 개인서비스 가격 상승폭이 확대되면서 6%대의 높은 오름세를 지속하였다. 근원인플레이션율(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은 3%대 후반, 기대인플레이션율은 4%대의 높은 수준을 각각 이어갔다. 앞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국제유가 하락의 영향으로 낮아질 수 있겠지만 근원물가 오름세가 이어지면서 상당기간 5~6%대의 높은 수준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년 및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월 전망치(4.5% 및 2.9%)를 크게 상회하는 5.2% 및 3.7%로 각각 전망된다.

금융시장에서는 글로벌 금융시장 움직임 등에 영향받아 변동성이 확대되었다. 장기시장금리가 상당폭 하락한 후 반등하였고 원/달러 환율은 미 달러화 강세의 영향으로 크게 높아졌다. 가계대출은 소폭 감소하고 주택가격은 하락세로 전환하였다.

금융통화위원회는 앞으로 성장세를 점검하면서 중기적 시계에서 물가상승률이 목표수준에서 안정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금융안정에 유의하여 통화정책을 운용해 나갈 것이다. 국내 경기의 하방위험이 커지고 대내외 여건의 높은 불확실성이 상존하고 있지만, 물가가 목표수준을 크게 상회하는 높은 오름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금리인상 기조를 이어나갈 필요가 있다. 이 과정에서 향후 금리인상의 폭과 속도는 높은 인플레이션의 지속 정도, 성장 흐름, 자본유출입을 비롯한 금융안정 상황, 주요국 통화정책 변화, 지정학적 리스크 등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판단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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