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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감사원의 전 정부 감사, 불가피하지만 오해 없도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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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코로나 백신 차질 등 35개 분야 감사

진상 규명 필요 … 정치 감사 경계해야

감사원이 그제 감사위원회를 열어 성과, 특정 사안 감사 대상으로 코로나19 백신 수급, 신재생에너지사업 추진 등 35개 분야를 정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국가정보원·대검찰청·방송통신위·중앙선거관리위 등은 기관감사 대상으로 정했다.

감사원의 모습. [연합뉴스]

감사원의 모습. [연합뉴스]

역대로 감사원은 정권 초기에 고강도 감사를 통해 이전 정부의 잘못을 바로잡곤 했다. 문재인 정부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만 감사원장의 ‘야당 정치인’ 변신을 낳았던 월성 원전 감사에서 보이듯, 문 정부 중반 이후엔 국민이 의아해하는 일은 늘어가는데 제대로 감사하지 않는 일이 쌓여 갔다. 따라서 감사원의 이번 결정은 불가피한 조치다. 새로 추가된 사안들 대부분이 감사 필요성이 크게 제기됐던 것들이다.

대표적인 게 코로나 백신 도입 지연 건이다. 2020년 선진국들이 좋은 백신을 선점하는 와중에 ‘K방역’을 내세운 문 정부는 치료제에 매달리면서 초기 백신 확보에 차질을 빚었다. 청와대와 보건복지부, 질병관리청 사이에 어떤 소통을 했고 왜 도입이 늦어졌는지 지금이라도 규명해 같은 실패를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도 복기가 필요하다. 지난해 10월 대통령 직속 2050 탄소중립위원회가 2030년까지 탄소 총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까지 줄이고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30.2%까지 높인다고 공표했는데, 국민적 공감대는커녕 관련 산업계와의 충분한 논의 없이 내린 갑작스러운 결정이었다.

통계청장 경질과 통계 조작 논란을 낳았던 정부 통계 문제나 정의기억연대 회계부정 논란을 통해 드러난 비영리 민간단체에 대한 세금 지원 이슈 등도 짚어봐야 할 분야다.

감사원은 하지만 감사 분야가 적절하다고 해서 감사 결과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건 아니란 점을 명심해야 한다. 누구라도 수긍할 방식과 절차를 통해 결론을 도출해야 한다. 감사원의 모토인 ‘바른 감사’는 정직하고 사리에 맞으며, 사실에 입각해야 한다는 뜻이다. 특정 결론을 유도하기 위한 무리한 감사여선 곤란하다. ‘표적 감사’ ‘정치 감사’란 비난의 소지를 차단해야 한다. 이미 최재해 감사원장이 “감사원은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지원하는 기관”이란 부적절한 발언을 해 논란을 불렀다. 유병호 사무총장이 행동강령을 위반했다는 직원들의 고발장이 접수돼 특별감찰을 받는 등 내부가 어수선한 것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감사원은 대통령 소속 기구이나 직무 독립성을 가진 헌법기관이라는 본분을 한시도 잊어선 안 된다. 국민 눈높이에서 국민이 의아해하는 정책 결정 과정에 대해 진상을 명확히 규명하되 오해를 살 일은 피해야 한다. 이번에 내릴 결론이 차기 정부, 혹은 차차기 정부에서도 뒤집어지지 않을 정도의 자체 완결성을 갖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