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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시공부 하듯 쓰면서 외웠다"…박은빈의 우영우 '최애' 대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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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끝낸 배우 박은빈은 ″'우당탕탕 우영우' 별명을 좋아한다. 소란을 일으켜서라도 지금 상황을 바꾸려는 뜻″이라고 말했다. 사진 나무액터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끝낸 배우 박은빈은 ″'우당탕탕 우영우' 별명을 좋아한다. 소란을 일으켜서라도 지금 상황을 바꾸려는 뜻″이라고 말했다. 사진 나무액터스

"'우당탕탕'이라는 수식어를 좋아합니다. 뭔가를 우당탕탕 하는 게 꼭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신드롬급 인기 주연 박은빈

지난 18일 막을 내린 ENA 채널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이하 '우영우')에서 우영우 역을 맡은 박은빈(30)의 말은 꼭 우영우가 하는 말처럼 들렸다. 22일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만난 박은빈은 '우당탕탕 우영우'라는 표현에 대해 "현상유지를 하는 게 아니라, 우당탕탕 소란을 일으켜서라도 지금의 상황을 바꾸려는 것"이라며 "'우영우'에 나오는 각양각색의 인간군상을 보면 우영우보다 이상한 사람도 있고, 결국은 영우만 이상한 게 아니고 '이상한' 것도 이상한 것만은 아니니까, '우당탕탕'은 오히려 좋은 것 같다"고 말하며 웃었다.

시청률 0.9%(닐슨코리아)로 시작해 마지막 16화 17.5%를 기록하며 신생 채널 ENA의 기적을 쓴 '우영우'의 주인공 박은빈은 "'신드롬'이라고 해주시는데, 막상 들뜨지도 신나지도 않고 오히려 얼떨떨한 심정"이라며 "대본을 봤을 때부터 '좋은 작품이겠다' 생각은 했지만, 그와 별개로 '배우로서는 해내기 어려운 역할이겠다' 싶어 많은 것이 두려웠는데 기대 이상으로 많은 사랑을 받게 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고래노트에 써가며 고민… "정답지에 가까운 건 시청자 반응 아닐까"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하며 캐릭터 구상을 한 노트는 박은빈이 '마녀2' 촬영차 제주도에 갔을 때 사둔 공책이다. '우영우'를 준비하며 집에서 노트를 찾던 중 고래 무늬가 그려진 이 노트가 눈에 띄었다고 했다 . 나무액터스 유튜브 캡쳐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하며 캐릭터 구상을 한 노트는 박은빈이 '마녀2' 촬영차 제주도에 갔을 때 사둔 공책이다. '우영우'를 준비하며 집에서 노트를 찾던 중 고래 무늬가 그려진 이 노트가 눈에 띄었다고 했다 . 나무액터스 유튜브 캡쳐

직전 작품이었던 KBS 사극 ‘연모’ 촬영이 끝난 2주 뒤 ‘우영우’에 투입된 박은빈은 "'우영우' 캐릭터를 만들 때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천재 변호사'라는 캐릭터의 현실성·비현실성 문제는 당연히 큰 숙제였다" 며 "후반부로 갈수록 우영우가 어떤 사람인지 법정 활약을 통해 드러나는데, 초반 우영우를 '이상하면서도 이상하지 않게' 어떻게 표현해 낼지가 어려웠고 심사숙고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그의 고민은 ‘우영우’ 캐릭터를 만들며 적은 캐릭터 노트에 고스란히 남았다. 박은빈은 고래 무늬가 그려진 노트를 인터뷰 현장에서 보여주며 “나를 왜 우영우로 생각했는지 혹시 다른 배우는 생각 안 했는지를 감독님과 작가님께 여쭤보려고 했었다”며 “이 캐릭터를 연기하는 게 괜찮은지도 모르겠다, 누군가에게 불쾌감을 주거나, 희화화됐다고 느낄 수도 있는 문제인데 조심스럽게 접근해야겠다고 쓴 대목도 있다”고 소개했다.

박은빈은 “영우를 연기한다기보다는, 영우의 진심을 전달하면 실제 관련 있는 분들께 좀 양해를 구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며 “다시는 안 돌아가고 싶을 정도로 정말 혼신의 힘을 다했고, 최선을 다한 만큼 (최종적으로 그려진 우영우의 모습을) 불만족스럽게 여기고 싶지는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연기에는 정답이 없지만, 그래도 정답지에 가까운 건 시청자들의 반응이라고 생각한다”며 “내가 어려워하고 신중을 기했던 만큼 종영 시점에 보여드린 대답이 최선의 정답이었길 바랄 뿐”이라고 덧붙였다.

드물게 눈물 보인 박은빈… "가장 부담 컸던 작품"

눈물을 보인 적이 잘 없는 박은빈이 '우영우' 마지막 촬영 후 인사를 하며 울먹이는 장면을 보고 팬들도 깜짝 놀라기도 했다. 박은빈은 "좋은 사람들과 작업하며 행복한 작품이었지만, 개인적인 부담이 가장 컸던 작업이기도 했다"고 밝혔다. 박은빈은 많은 대사량과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촬영에 지장이 가지 않게 스스로를 격리해야하는 책임감 등으로 부담이 있었다고 밝혔다. 에이스토리 유튜브 캡쳐

눈물을 보인 적이 잘 없는 박은빈이 '우영우' 마지막 촬영 후 인사를 하며 울먹이는 장면을 보고 팬들도 깜짝 놀라기도 했다. 박은빈은 "좋은 사람들과 작업하며 행복한 작품이었지만, 개인적인 부담이 가장 컸던 작업이기도 했다"고 밝혔다. 박은빈은 많은 대사량과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촬영에 지장이 가지 않게 스스로를 격리해야하는 책임감 등으로 부담이 있었다고 밝혔다. 에이스토리 유튜브 캡쳐

‘우영우’는 마지막 촬영이 끝난 뒤 박은빈이 눈물을 보인 작품이다. 마지막 화 방송을 극장에서 300명 관객과 함께 보는 이벤트를 할 때 울컥하는 모습을 보고 팬들이 놀라기도 했다. 박은빈은 “정말 행복했지만, 가장 부담이 컸던 작업이기도 했다. 피로도 많이 쌓였고, ‘끝까지 잘 해내자’고 되뇌며 악전고투했던 작품”이라고 눈물의 이유를 밝혔다.

코로나 와중에 촬영이 진행되는 바람에 밥도 차에서 혼자 먹는 등 신경 쓸 부분이 많았던 박은빈은 ‘무사히’라는 단어를 여러 차례 썼다. 박은빈은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부터 '연모', '우영우'까지 내내 코로나 기간 중 찍었는데, 내가 아프면 전체 촬영이 중단되는 상황을 만들고 싶지 않았다"며 "촬영팀도 어떻게든 우영우는 지켜야 한다며 나를 적절하게 격리해 줘서 무사히 마쳤고, 그래서 안도감이 더 컸던 것 같다"고 했다. 박은빈은 코로나에 걸린 적이 없다. "기사들을 보면 내가 유독 외출을 꺼리고 조심한다는 식으로 나가기도 했던데, 그 정도까지는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고시 공부하듯 A4에 쓰며" 외운 대사… "고래 대사도 외울 땐 고행"

박은빈은 "우영우가 자신을 '흰 고래 무리 속 외뿔고래'로 표현하는 대사를 가장 좋아한다"며 "자신이 외뿔고래라는 걸 알고있다는 걸 보면서, '아 이래서 영우가 성장하는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에이스토리 유튜브 캡쳐

박은빈은 "우영우가 자신을 '흰 고래 무리 속 외뿔고래'로 표현하는 대사를 가장 좋아한다"며 "자신이 외뿔고래라는 걸 알고있다는 걸 보면서, '아 이래서 영우가 성장하는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에이스토리 유튜브 캡쳐

박은빈은 27년 차 배우이지만 '우영우’의 대사량은 버거울 정도였다. “쉬는 날에도 마음의 짐이 가득”했다고 한다. “대사를 못 외우는 편은 아닌데, 매번 대사가 많아서 그런 상황에 익숙해지는 게 첫 관문이었다”며 “촬영하는 7개월 내내 매일 시험 보는 기분으로 살았고, 법조문 내용도 어렵고 길어서 나중에는 고시 공부한다고 생각하고 A4용지에 대사를 옮겨 적으며 통으로 외웠다”고 전했다.

박은빈은 “내가 영우처럼 천재적인 두뇌를 갖고 있지 않다 보니, 영우가 속사포처럼 뱉은 대사를 떠올리려다 중간에 끊어지는 경우가 많았다”며 “대사 분량이 내일도 많고 모레도 많은데 당장 닥친 급한 장면 소화를 신경 쓸 수 있었을 뿐 어려운 대사라고 해서 미리 외울 수 없다 보니 항상 힘에 부쳤다”고 돌이켰다.

하지만 “고래 대사는 막상 외울 땐 굉장한 고행이었지만 방송 나간 걸 보니 고래 이야기를 하며 신나 하는 우영우가 굉장히 사랑스럽더라”고 했다. 가장 좋아하는 대사도 마지막 화에서 우영우가 자신을 '흰 고래 무리에 섞여 사는 외뿔고래'에 빗댄 대사다. 박은빈은 “이 이야기를 하기 위해 영우가 16부 동안 성장했구나 싶은, 작품이 전하려 하는 메시지라고 생각한다”며 “자기가 흰 고래 사이 외뿔고래라는 점을 인정하며 영우가 성장하는구나 싶었던 대사”라고 말했다.

"'뿌듯한' 영우 모습 사진 찍히듯 남아… 보물상자에 넣어주셨으면"

박은빈. 사진 나무액터스

박은빈. 사진 나무액터스

"우영우 역할을 여러 차례 고사했지만 그런 일이 자꾸 얘기되는 게 조심스럽다"는 박은빈은 ‘우영우 시즌2’에 대해서도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아직 정식 제안을 받진 않았지만, 우영우 입장에서는 어려운 문제다. 많은 사랑을 받은 만큼 기대치가 더 클 텐데 그 이상을 보여드릴 수 있을지 고민이고 지금은 확언할 수가 없다”고 답했다. “뿌듯함으로 끝난 영우의 마지막 모습이 사진 찍히듯 남은 것 같다”며 “그 사진을 보물상자에 그대로 넣어주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 보물상자를 다시 열어보라고 한다면, 처음에 우영우를 맡기로 할 때보다 훨씬 더 큰 결심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5살에 연기를 시작한 박은빈은 "배역을 맡으며 하나씩 배우는 게 있고, 그걸 교훈으로 다음 단계로 성장하는 것 같다"며 "서른이 넘어 이렇게 대중적 사랑을 크게 받을 수 있는 작품을 만난 건 큰 복이었다"고 말했다. '우영우'가 끝난 뒤 제대로 쉬지 못했고 차기작 검토도 아직 못 해봤다는 박은빈은 "우영우가 잘 됐다고 해서, 그다음 작품에서 어떤 걸 보여드릴지 더 고민되는 건 아니다"며 "고심한 다음, 내 마음을 두드리는 작품으로 찾아뵙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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