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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밥상 민심 두렵다…與, 文정부 '100대 문제' 책까지 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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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오늘 회의는 100% 공개로 합시다.”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물가 및 민생안정특별위원회 회의에서 류성걸 위원장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2022.08.23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물가 및 민생안정특별위원회 회의에서 류성걸 위원장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2022.08.23

23일 열린 국민의힘 물가 및 민생안정특별위원회 회의에 앞서 특위 위원장인 류성걸 의원이 이렇게 제안했다. 그간 비공개로 회의를 진행한 뒤 주요 논의사항만 발표했던 것과 달리 “오늘 보고 사항은 국민들에게 약속하는 사항이기 때문”이라는 이유였다. 추석 물가안정 대책을 주제로 열린 이날 회의에는 기획재정부ㆍ국토교통부ㆍ농림축산식품부ㆍ해양수산부ㆍ중소벤처기업부 등 경제관계 부처에서 실무를 담당하는 실ㆍ국장들이 대거 참석했다. 한시간 반 가량 진행된 이날 회의에서 의원들은 “오이 가격이 올랐다”, “추석상 비용이 전년 대비 8%나 올랐다”며 구체적인 추석 밥상 대책마련을 정부에 당부했다.

정부ㆍ여당이 추석을 앞두고 고물가ㆍ고금리ㆍ고환율 등 민생 대책에 메시지를 집중하고 있다. 역대 정권에서 고물가 등 민생 이슈가 지지율 하락의 직격탄이었던 만큼 밥상 민심이 형성되는 추석을 앞두고 최근 소폭 상승세인 당ㆍ정 지지율을 지키겠다는 취지다. 물가특위 소속인 배준영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정부 대책 발표로 끝나는 게 아니고 당이 정부 실무자와 협의해서 수요자 입장에서 세세하게 장바구니 사정을 챙긴다는 인상을 국민들께 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류성걸 의원도 “너무 공급자 위주의 대책 말고 수요가 얼마인지를 파악하고 이에 맞는 공급책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고 말했다. 당 관계자는 “추석 밥상 민심이 지지율의 변곡점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18일 비상대책위원회 첫 회의에서 “민생이 성과를 낼 수록 당이 지지율을 다시 복구할 수 있다”고 강조했던 권성동 원내대표도 연일 민생 관련 메시지를 내고 있다. 23일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도 권 원내대표는 “고금리 상황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국민들의 이자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현명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며 고금리 대책을 정부에 주문했다. 권 원내대표는 특히 대환대출의 어려움을 지적하며 “그동안 정치권과 관료들이 국민의 일상 불편을 이해 못하고 방기해온 게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고물가·고금리로 인한 경기 위축 상황에서 최근 ‘강달러’로 인한 고환율 리스크가 겹친 데 대해서도 우려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도어스테핑(출근길 문답)에서 “국민 여러분께서 1340원까지 치솟은 환율 때문에 많은 걱정을 하고 계실 거 같다”며 “달러 강세와 원화 약세의 통화 상황이 우리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비상경제대책회의 등을 통해서 리스크 관리를 잘 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출근길 문답(도어스테핑)을 하고 있다. 2022.8.23/뉴스1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출근길 문답(도어스테핑)을 하고 있다. 2022.8.23/뉴스1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수석비서관회의에서도 고금리 상황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고 김은혜 홍보수석이 브리핑에서 전했다. 윤 대통령은 특히 “금리 상승에 편승한 불법사금융 피해 확산 우려가 크다. 감당할 수 없이 고통스러운 고금리와 채권 추심으로부터 서민 취약 계층을 보호하는 것은 국가의 기본적인 책무”라며 “총리실 중심으로 경찰청,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이 협력해 강력한 단속과 처벌뿐 아니라 피해자 지원 제도 개선에 신속하게 착수해 불법사금융 문제를 뿌리뽑아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최근 경제위기가 미국의 긴축 움직임 등 외생적 변수의 영향이 큰 데다, 여소야대 상황에서 여당이 입법으로 정부 대책을 뒷받침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이날 통화에서 “지금은 우리나라의 스태그플레이션(불경기와 물가상승이 동시에 나타나는 현상) 진행 상황 속에서 한ㆍ미 간 금리 역전에 따른 우려가 큰 상황인데, 행정부에서 할 수 있는 역할보단 통화 당국의 대응이 중요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국민의힘 정책위원회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이 23일 '2021회계연도 결산 7대 분야 100대 문제사업’을 책자로 발간한다고 밝혔다. 해당 책자에는 문재인 정부에서의 재정건전성 악화 등을 지적하는 내용이 담겼다.

국민의힘 정책위원회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이 23일 '2021회계연도 결산 7대 분야 100대 문제사업’을 책자로 발간한다고 밝혔다. 해당 책자에는 문재인 정부에서의 재정건전성 악화 등을 지적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때문에 당장 국회 예산결산심사를 앞두고 여당이 꺼내 든 카드는 문재인 정권의 실정 강조였다. 이날 국민의힘 정책위원회와 국회 예결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2021회계연도 결산 7대 분야 100대 문제사업’ 책자를 발간한다고 밝혔다. 당은 보도자료를 통해 ▶문재인 정권 말 알박기 인사 ▶문재인 정부의 재정탕진 및 나라빚 폭증 등 전 정권의 7대 문제를 꼽은 뒤 “윤석열 정부가 고금리ㆍ고물가 상황에서 경제 회복에 주력하고자 하나 전 정부의 재정탕진으로 여력이 없어서 지출규모도 늘리기 어려운 형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같은 대응으로 지지율 반등 효과를 누리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형준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취임 100일까지는 전 정부 탓을 해도 괜찮다. 하지만 이제는 국민들도 ‘전 정부에서 이러한 문제가 있었고, 윤석열 정부는 이렇게 달라져서 국민들께서 이런 정책 효과를 체감하실 수 있다’는 설명을 원한다”며 “산발적인 메시지를 내지 말고 정교한 플랜을 가지고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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