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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보험 들어주고…‘비혼 선언’ 직원엔 축하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미혼 직원과 반려동물을 키우는 직원을 위한 복지제도를 확대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기존의 사내 복지가 효(孝) 수당이나 다둥이 수당, 출산장려금처럼 기혼자와 그 가족에 초점을 맞췄다면, 최근엔 다양성을 중시하는 MZ세대(1980년대~2000년대 초 출생) 등의 요구로 대변신을 꾀하는 모양새다.

21일 유통 업계에 따르면 롯데백화점은 다음 달 1일부터 ‘미혼자 경조’ 제도를 새로 도입한다. 만 40세 이상 미혼 직원인 경우 결혼을 하지 않아도 신청만 하면 경조금과 휴가 등을 받을 수 있다. 따로 결혼식을 열지 않는 만큼 화환 대신 스투키·금전수 같은 반려식물로 대체 지급한다.

이전엔 기혼자에 한해 경조금과 휴가, 화환 등이 지급됐으나 최근 미혼 트렌드가 확산하는 점을 반영해 경조사 운영 제도를 고쳤다. 다만 기혼 경조와 중복해서 적용되지는 않는다.

반려 가족이 증가하는 트렌드에 따라 ‘반려동물 경조’도 신설했다. 반려견과 반려묘 등 반려동물 장례를 치르는 직원에게 장례 휴가 1일을 지원한다. 장례 휴가는 부모의 집에서 기르는 등 함께 살고 있지 않은 반려동물에 대해서도 인정해준다.

새로운 복지제도는 회사 내 MZ세대 직원이 제안했다고 한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반려동물을 기르는 인구가 1500만 명에 이르는 시대에 임직원들의 반려동물도 가족으로 인식하고, 장례를 치르는 직원들의 슬픈 마음을 위로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직원이 공감하는 실질적인 복지를 늘려 사기를 진작하고 근무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조치”라고 덧붙였다.

2010년대 후반 이후 기업은 이와 같은 ‘다양성 복지’ 제도를 하나둘 도입·확대하고 있다. 대개는 사내에서 노조 등을 통해 형평·공정 이슈가 생기거나 달라진 삶의 질 트렌드를 적극적으로 반영한 것이다.

롯데백화점 사례처럼 미혼자에 대한 동등한 복지 혜택 적용이 대표적이다. 친환경 화장품 브랜드로 유명한 러쉬코리아는 이와 비슷한 제도를 2017년 도입했다. 비혼을 선언하는 임직원에게 결혼하는 사람이 받는 동일한 복지 제도와 혜택을 준다. 가령 신혼여행 때 제공되는 10일 휴가와 회사 축하금 등을 본인이 원하면 지급하는 방식이다. 지난 5년간 직원 15명이 이 제도를 이용했다.

러쉬코리아는 또 반려동물을 기르는 미혼자에게는 매달 5만원의 반려동물 수당을 지급한다. 자녀가 있는 기혼자 직원에게는 양육수당을 지급하는데, 반려동물도 ‘가족’으로 인정한다는 뜻에서다.

신한은행은 2020년부터 미혼 직원에게 연 1회 10만원씩 ‘욜로 지원금’을 지급하고 있다. 기혼 직원의 결혼기념일에 지급하던 축하금과 형평성을 맞추겠다는 취지다.

게임업체인 펄어비스는 반려동물 보험을 지원한다. 핸드메이드 복합 플랫폼 ‘아이디어스’를 운영하는 백패커는 반려동물과 ‘동반 출근’이 가능하다고 명시하고 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MZ세대는 다양한 복지제도를 요구하는데 기존 세대가 보면 과다하고 황당한 요구 같지만 한국만의 현상이 아니라 다른 국가에서도 나타나는 모습”이라며 “기업의 복지 제도는 보다 다양해지고,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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