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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서 환자 살리는 ‘닥터카’…중단 위기 구해준 건 1억 후원금

중앙일보

입력

울산대학교병원은 '도로 위의 응급실'이라 불리는 권역외상센터 중증외상이송단(MTU-mobile trauma unit)의 닥터카를 365일 24시간 운영하고 있다. 사진은 2017년 닥터카팀. [사진 울산대병원]

울산대학교병원은 '도로 위의 응급실'이라 불리는 권역외상센터 중증외상이송단(MTU-mobile trauma unit)의 닥터카를 365일 24시간 운영하고 있다. 사진은 2017년 닥터카팀. [사진 울산대병원]

2018년 10월 10일 울산의 한 중소기업 사업장. 50대 근로자 A씨가 작업 도중 지게차에 치이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직후 곧바로 남구의 한 병원 응급실로 이송된 A씨는 의식이 없고 혈압이 떨어져 대량출혈 가능성이 큰 상태였다. 당시 의료진은 A씨를 울산대병원으로 다시 이송해 수술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울산서 최초 도입한 닥터카…올해도 달린다

하지만 A씨를 이대로 옮기면 이송 중에 사망할 수도 있었다. 당시 의료진은 닥터카를 떠올렸다. 닥터카는 간호사나 응급구조사만 탑승하는 일반 구급차와 달리 외과나 응급의학과 전문의와 간호사가 탑승해 차 안이나 현장에서 환자를 치료하면서 이송할 수 있는 구급차다.

울산대병원 권역외상센터 닥터카는 출동 요청 후 15분 만에 병원에 도착했다. 당시 닥터카에 탑승한 금민애 외상외과 교수는 이 병원 응급실에서 A씨를 개복한 후 손으로 복부대동맥을 압박했다. 이후 금 교수는 A씨의 복부에 손을 넣은 채로 닥터카에 탑승해 출혈과 혈압을 유지하며 울산대병원으로 후송을 시도했다. 간신히 혈압을 유지하며 울산대병원으로 이송된 A씨는 울산대병원에서 응급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울산대병원 권역외상센터가 운영하는 닥터카는 ‘도로 위 응급실’로 불린다. 구급차로 이송하는 도중에도 전문의의 신속한 치료를 받을 수 있어 외상환자 생존율을 높이는 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울산대병원 등에 따르면 차 안에서 전문적인 치료가 이뤄지면서 일반 구급차 대비 치료 시간은 1시간 이상, 응급실 체류 시간은 30분 단축해주는 것으로 집계됐다.

울산에서 2016년 최초 도입된 닥터카는 지난해까지 응급환자 158명을 구조했다. 하지만 2018년 12월 운영비 부족으로 중단되는 위기도 겪었다. 울산대병원이 권역외상센터 평가 때 받은 인센티브로 운영하다가 자금이 부족해져서다. 하지만 장치산업이 발달한 울산의 산업현장에서 끼임·추락 등의 응급 외상 환자가 많이 발생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그러자 2019년 5월 에쓰오일이 선뜻 후원에 나섰다. 에쓰오일은 닥터카에 매년 1억원을 후원하고 울산시도 2000만원씩 지원키로 했다.

올해도 에쓰오일이 후원금 1억원을 전달했다. 지난 18일 오후 2시 시청 본관 7층 접견실에서 ‘울산권역 닥터카 운영을 위한 후원금 전달식’이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김두겸 울산시장, 이영백 에쓰오일 부사장, 정융기 울산대학교병원장이 참석했다.

김두겸 울산시장은 “민관 협력으로 응급의료의 안전망 구축이 지속되기를 희망한다”며 “시민의 소중한 생명을 지키는데 협력해 준 에쓰오일과 울산대학교병원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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