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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과 '순경 졸업식' 참석한 김건희…野 "봐주기 수사 화답이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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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19일 충청북도 충주 중앙경찰학교 대운동장에서 열린 중앙경찰학교 310기 졸업식에서 경례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충청북도 충주 중앙경찰학교 대운동장에서 열린 중앙경찰학교 310기 졸업식에서 경례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중앙경찰학교 신임경찰 졸업식을 찾아 경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중립성 보장을 공언했다. 현장엔 김건희 여사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윤희근 경찰청장 등 정부 관계자도 참석했다.

윤 대통령은 축사에서 “경찰의 권한은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크게 확대되어 왔고 그 책임에 걸맞는 제도와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며 “낡은 관행과 과감하게 결별하고 투명하고 민주적인 절차에 따른 조직 관리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정부는 헌법과 법률이 정한 바에 따라 경찰 제도를 운영해 나갈 것이며 경찰의 중립성을 보장할 것”이라고 했다. 경찰의 강한 반발을 부른 경찰국 설치의 필요성을 졸업을 앞둔 2280명의 신임 경찰관 앞에서 재차 강조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또한 최근 경찰대 출신 간부들의 집단 반발을 의식한 듯 “경찰학교 졸업생 여러분께서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 국가의 법질서를 지키는 본연의 책무에 혼신의 힘을 다해 줄 것을 당부드린다”며 “범죄 현장 최일선에서 근무한 순경 출신 경찰관이 승진과 보직 배치에서 공정한 기회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尹,“경찰 권한 확대, 책임에 걸맞는 시스템 갖춰야”

윤 대통령이 비경찰대 출신 경찰관의 처우 개선을 언급하자 현장에선 박수와 환호가 터져나왔다. 윤 대통령은 승진 기회 보장과 함께 ▶경찰 기본급의 공안직 수준 상향 ▶복수직급제 도입 ▶현장 치안력 강화를 위한 정부 지원도 약속했다. 윤 대통령은 경찰을 “국민이 힘들고 어려운 위기의 순간에 가장 먼저 만나는 국가의 손길”이라고 표현했다.

경찰국 논란의 여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진행된 이날 윤 대통령의 경찰학교 졸업식 방문과 축사는 다양한 해석을 낳았다. 주요 일정이 몰리는 취임 첫해에 대통령이 ‘순경 졸업식’에 참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비단 이날 뿐이 아니라 윤 대통령은 지난달 신촌지구대 방문에 이어 비경찰대 출신 경찰관을 잇달아 만나고 있다. 이날 졸업식 뒤 윤 대통령과 간담회를 가진 20명의 20~30대의 청년 경찰관 중에서도 경찰대 출신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축사에서도 경찰의 권한 확대에 따른 책임까지 강조하자 정치권에선 ‘경찰국 설치’에 반발한 경찰대 출신 간부들을 겨냥한 행보 혹은 경찰대와 비경찰대 출신을 갈라치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까지 나왔다.

이미 행안부가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경찰대 개혁과 순경 출신 경찰관의 경무관 승진 확대 방안을 제시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경찰 구성원의 대부분은 비경찰대 출신인데 경찰대 출신이 조직의 주요 보직을 독점하는 것이 잘못 아니냐”며 “갈라치기가 아닌 문제를 바로잡아가는 과정”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또한 “이번 축사에서 대통령은 경찰의 정치적 중립을 육성으로 공언했다”며 “경찰을 통제하거나 장악하겠다는 주장과 확실한 거리를 둔 것”이라고 했다. 반면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윤 대통령은 검찰총장이 아닌 대통령으로서 모든 경찰을 포용할 필요가 있다”며 “출신 별로 경찰을 나눠 대응하는 것이 최선인지는 의문”이라고 했다.

김건희 여사가 중앙경찰학교에서 열린 310기 졸업식에서 윤석열 대통령에 이어 여성 경찰에게 경찰관을 상징하는 흉장을 수여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건희 여사가 중앙경찰학교에서 열린 310기 졸업식에서 윤석열 대통령에 이어 여성 경찰에게 경찰관을 상징하는 흉장을 수여하고 있다. 연합뉴스

文 전 대통령은 졸업식 참석해 수사권 조정 메시지 

대통령이 경찰학교 졸업식을 방문한 건 2001년과 2009년, 2019년에 이어 이번에 네 번째다. 윤 대통령의 전임자들도 이 자리를 정치적 메시지의 공간으로 활용해왔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검·경 수사권 조정 논란이 거세지던 2019년 경찰학교 졸업식을 찾아 “경찰은 권력기관 중 가장 먼저 개혁위원회를 발족하고 국민 바람을 담은 권고안을 수용하며 가장 빠른 속도로 개혁을 실천했다”며 “스스로 변화하는 용기를 보여줬다”고 격려했다. 경찰엔 힘을 실어주며, 검찰엔 우회적인 압박을 가한 것이다.

이명박(MB) 전 대통령은 광우병 파동 이듬해인 2009년 졸업식을 찾아 “법질서가 지켜지지 않으면 경기회복, 일자리 창출, 사회통합 그 어느 하나도 제대로 이뤄질 수 없다”며 법치를 강조했다. 민주화 이후 최초로 경찰학교 졸업식을 찾았던 김대중(DJ) 전 대통령은 선거 중립과 경찰의 인권 수사의 필요성을 설파했다.

다만 어느 대통령도 윤 대통령처럼 취임 첫해에 졸업식을 찾진 않았다. 윤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처음에 대통령 일정 계획을 하면서 다른 일정이 있으니 내년에 가야 한다고 했는데, ‘한번 가보자’해서 왔고 졸업하는 여러분을 만나니까 저도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이날 김 여사도 여성 졸업생에게 흉장을 달아주고 경찰관들과 윤 대통령과 별도의 비공개 간담회를 가졌다. 지난 8·15 경축사 행사에 이어 이번 주에만 두 번째 공개 행보다.

 정치권에선 "대통령 부인이 대통령과 별도의 간담회를 하는 건 이례적"이란 얘기도 나왔는데, 결과적으로 최근 야당의 각종 의혹 공세도 김 여사의 행보엔 별 영향을 주지 못한 모양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김 여사의 졸업식에 참석과 관련해 “경찰의 봐주기 수사에 화답이라도 하듯 경찰학교를 방문한 것이냐”고 비판했다. 민주당 신현영 대변인은 이같이 밝히며 “자신의 허위 학·경력 의혹에 대한 경찰 수사가 진행 중에 수사 대상인 김 여사의 경찰 관련 일정은 상식적이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양금희 국민의힘 대변인은 “근거 없는 정치 공세에 불과하다”며 “이재명 의원이 수사받으며 당대표 출마하고, 방탄 당헌 개정 시도를 일삼는 내로남불의 구태부터 바로 잡으라”고 반박했다.

지난 2019년 경찰학교 졸업식에 참석했던 문재인 전 대통령의 모습. 문 전 대통령은 당시 검경 수사권 조정 논란 속 경찰에 힘을 실어주는 발언을 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지난 2019년 경찰학교 졸업식에 참석했던 문재인 전 대통령의 모습. 문 전 대통령은 당시 검경 수사권 조정 논란 속 경찰에 힘을 실어주는 발언을 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지지율 4%반등, 여전히 20%대  

이날 한국갤럽 조사에서 윤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28%(19일 발표, 16~18일, 성인남녀 1000명 조사)를 기록하며 2주 연속 상승했다. 최하점(24%)을 찍은 뒤 지난주 9주 만에 1%포인트 상승(25%)했는데, 다시 3%포인트가 추가로 오르며 하락세가 잦아든 것이다. 부정평가는 지난주보다 4% 하락한 64%였다. 대통령실과 여권에선 윤 대통령의 8·15 경축사와 취임 100일 기자회견, 대통령실 직제 개편 착수가 효과를 거둔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왔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를 둘러싼 내홍에도 국민의힘은 정당지지도에서 36%를 받으며 34%의 민주당을 3주 만에 역전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국정운영의 동력으로 삼기엔 여전히 낮은 상태다. 한국갤럽은 “주로 여당 지지층과 70대 이상에서 반등한 결과”라며 지지율 상승의 확장성엔 신중한 평가를 했다. 이번 조사에서도 여당의 텃밭인 대구·경북(긍정 28%·부정 64%)을 포함한 모든 지역에서, 70대(긍정 57%·부정 29%)를 제외한 전 연령대에서 ‘잘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더 높은 경향이 4주 연속 이어졌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대통령실의 인적 쇄신 폭이 예상보다 미미해 의미 있는 추가 반등이 단기 일에 이뤄지긴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실은 김은혜 전 국민의힘 의원(사진)을 신임 홍보수석으로 내정한 상태다. 이르면 21일 발표할 예정이다. 사진은 지난 지방선거 당시 수원시 장안구 선거 캠프를 찾았던 김 전 의원의 모습. 김경록 기자

대통령실은 김은혜 전 국민의힘 의원(사진)을 신임 홍보수석으로 내정한 상태다. 이르면 21일 발표할 예정이다. 사진은 지난 지방선거 당시 수원시 장안구 선거 캠프를 찾았던 김 전 의원의 모습. 김경록 기자

대통령실에선 민생 중심 메시지와 행보로 적극 대응하겠단 입장이다. 이날도 1기 신도시 재건축 수립 시점을 2024년으로 미뤘다는 공약 후퇴 논란이 일자 최상목 경제수석이 발빠르게 기자실을 찾았다. 그는 “당초 계획보다 지연됐다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최대한 빠른 속도로 1기 신도시 재정비가 이뤄질 수 있도록 총력을 다할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대통령실은 정책기획수석실을 신설해 이관섭 무역협회 상근부회장을 수석으로 기용하고, 김은혜 전 국민의힘 의원을 신임 홍보수석으로 교체하는 등 대통령실 개편 방안도 곧 발표할 예정이다.

※여론조사 관련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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