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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민방위복'이 국제표준?…"제네바 협약엔 색 규정 없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16일 오후 충남 부여군 은산면 집중호우 피해지역 현장을 방문, 피해 복구상황 등을 점검하고 있다. 이 장관이 입은 남색 잠바가 새 민방위복 시제품이다. 사진 행안부=뉴스1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16일 오후 충남 부여군 은산면 집중호우 피해지역 현장을 방문, 피해 복구상황 등을 점검하고 있다. 이 장관이 입은 남색 잠바가 새 민방위복 시제품이다. 사진 행안부=뉴스1

“제네바 협약에 따라 노란색 계통 (민방위) 옷을 입는 것이다.”
정부가 17년 만에 민방위복 변경을 추진하자 이런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국내 주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이와 유사한 글이 올라왔다. ‘제네바 협약’은 전쟁 발생시 포로 등에 대한 인도적 대우에 관한 기준을 정해놓은 것인데, 노란색 계통 민방위 복장이 국제 표준이라는 식의 주장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제네바 협약에 민방위복 색상 규정은 없다.

민방위복은 노란색이 국제표준? 

행정안전부(행안부)는 현재 민방위 제도개선과 함께 복장 변경을 추진 중이다. 지난 15일 네이비(남색) 등 새 민방위복 시제품 5종의 색상을 공개했다. 민방위복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확산이나 수해 등 각종 재난·비상상황 때 주로 공직자들이 입는다. 민방위복은 2005년 민방위대 창설 30주년을 맞아 노란색으로 통일됐다. 전엔 새마을운동 상징색인 카키색이 주를 이뤘고, 여성은 청색 옷을 입었다. 노란색으로 통일한 뒤에는 복장이 간소화했고 민방위복 하의와 신발이 사라졌다.

그간 민방위복은 활동성과 방수·난연(화재 방지) 성능이 떨어진단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행안부는 옷감을 바꾸고 활동·통기성 등 기능을 강화했다. 단추로 돼 있던 소매 여밈과 밑단은 각각 일명 똑딱이 단추(스냅)와 탄력 끈으로 간편히 조절할 수 있도록 했다. 행안부 관계자는 “기존 점퍼는 주로 폴리에스터로 이뤄져 땀이 나는 여름철이면 피부에 들러붙었다”라며 “화재에도 취약하다”고 말했다.

10일 윤석열 대통령이 노란색 민방위복을 입고 수해로 옹벽이 무너진 서울 동작구 극동아파트 피해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10일 윤석열 대통령이 노란색 민방위복을 입고 수해로 옹벽이 무너진 서울 동작구 극동아파트 피해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기능 개선보다 주목받은 '색상'

그런데 이번에 새로 선보인 민방위복은 기능 개선보단 ‘색상’이 주목받았다. 이상민 행안장관 등이 최근 수해현장에서 남색이나 짙은 녹색 시제품을 입었는데, 온라인상에선 기존 노란색 점퍼를 입은 공무원과 대비를 이루면서 새 옷이 인상적이지 않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에 대해 행안부는 “여러 비상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색상”이라고 설명했다. 우선 혹시 모를 무력충돌 상황에서 노란색이 눈에 띄어 오히려 ‘표적’이 될 수도 있다고 했다. 정부는 또 “민방위복 색상 변경은 지난 정부에서도 검토됐다”고 했다.

민방위복 색상은 나라마다 제각각이다. 스위스는 여름철 민방위복 상의로 주황색 티셔츠를 입는다. 기본 민방위복과 겨울용은 어깨 부위 일부만 주황색이고, 전체적으론 짙은 베이지에 가깝다.

맨 왼쪽 사진 '오렌지 바탕의 청색 정삼각형'이 제네바 협약에서 정한 민방위 국제적 보호표식이다. 연합뉴스

맨 왼쪽 사진 '오렌지 바탕의 청색 정삼각형'이 제네바 협약에서 정한 민방위 국제적 보호표식이다. 연합뉴스

제네바 협약엔 보호표식 담아 

제네나 협약에는 민방위복 색상 규정이 없다. 다만 옷에 주황색 바탕에 청색의 정삼각형 마크를 부착도록 했다. 새 민방위복엔 이 마크가 붙어있다. 기존 민방위복엔 노란색 원에 3개 경보(경계·공습·해제)를 상징하는 녹색·파랑·노랑색 삼각형이 겹쳐져 있다.

정부 관계자는 “제네바협약에 민방위 관련은 (제 1의정서의) 6편 본문, 1부속서 등에 나와 있는데 노란색(라임색) 복장으로 한다는 내용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지난 6월 24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2청사 행정안전부 로비에 민방위복 개선을 위한 의견수렴을 위해 새로운 비상 근무복 개편 시안을 전시, 직원들이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6월 24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2청사 행정안전부 로비에 민방위복 개선을 위한 의견수렴을 위해 새로운 비상 근무복 개편 시안을 전시, 직원들이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점퍼 한 벌 2만8300원 

민방위복 교체에 따른 예산 낭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새 민방위복 시제품은 이달 22~25일 을지연습 기간에 행안부와 일부 지자체 소속 공무원 등 3500명이 시범적으로 입는다. 옷값은 한 벌에 2만8300원이다. 민방위복 변경이 확정되더라도 해마다 조금씩 교체하겠다는 게 행안부 방침이다.

한편 정부는 연 4회 실시해온 전국 단위 민방위 훈련 횟수를 절반인 2회로 줄이고, 화재·지진 등 재난 상황에서 민방위 대원 역할과 장비 활용 방법을 익힐 수 있도록 훈련을 개선하기로 했다. 또 한곳에 모여 강의를 듣는 방식의 교육이 아니라 체험·온라인 교육도 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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