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세장에 더 강했다…차세대 주도주 재확인한 2차전지

중앙일보

입력 2022.08.16 16:55

업데이트 2022.08.16 16:56

2차전지 관련주가 상반기 부진을 털고 빠르게 반등하고 있다. 전통적 주도주인 반도체가 주춤한 사이 주가 상승을 이끄는 모습이다. 금리 인상 시나리오가 어느 정도 확인됐고,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 법안까지 통과돼 당분간 탄력을 받을 거란 전망이 나온다.

서울 시내의 한 대형쇼핑몰 주차장에 설치된 전기차 충전소. 뉴스1

서울 시내의 한 대형쇼핑몰 주차장에 설치된 전기차 충전소. 뉴스1

연휴를 끝내고 돌아온 16일 코스피는 2533.52으로 거래를 마쳤다. 3거래일 연속 상승으로, 8월 들어선 단 이틀을 제외하고 모두 올랐다. 7월 이후 꾸준한 상승세다. 여전히 추세적 상승보단 베어마켓 랠리(약세장 속 일시적 반등)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지만 일단 방향 전환엔 성공했다.

국내만 놓고 보면 여름 랠리의 주인공은 단연 2차전지였다. BBIG(2차전지·바이오·인터넷·게임) 대표 종목으로 구성된 ‘KRX BBIG K-뉴딜지수’는 7월 이후 14.5% 상승(8월 12일 기준)했다. 이중 2차전지 지수 상승률이 16.7%로 가장 높았다. 상반기 약세 구간에서 낙폭은 2차전지(-22.4%)·바이오(-24.5%)·게임(-48.6%)·인터넷(-50.3%) 순으로 컸다. 2차전지 관련주는 하락장에선 덜 떨어졌고, 반등 구간에선 회복 속도도 빨랐다는 의미다.

대표 종목인 배터리 3사의 상승세가 눈에 띈다. LG에너지솔루션 주가는 최근 한 달간 17.2% 상승했고, 삼성SDI·SK이노베이션도 각각 15.8%, 17.6% 올랐다. 소재·장비 기업도 대체로 좋은 흐름을 나타냈는데 양극재와 음극재를 모두 생산하는 포스코케미칼 주가는 최근 한 달 새 40% 이상 뛰었다. 같은 기간 코스피는 6.7%, 코스닥은 7.5% 상승했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는 각각 1.5%, 0.4% 하락했다. 전통적 주도주였던 반도체의 회복이 더딘 반면, 2차전지는 차세대 주도주로서 입지를 탄탄히 한 셈이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투자자의 시각도 달라졌다. 일단 8월 외국인 순매수 상위 종목 1~3위는 모두 전기차 관련주(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현대차)가 차지했다. 꽁꽁 얼어붙은 공모주(IPO) 시장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키워드 역시 2차전지였다. 최근 상장한 성일하이텍과 새빗켐은 공모가 대비 각각 83%, 153% 상승하며 코스닥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두 회사 모두 배터리 재활용 업체다. 9월 상장을 앞둔 분리막 제조업체 WCP는 공모가 상단 기준 시가총액이 3조4000억원으로 상장 성공 시 곧바로 코스닥 5~6위권에 진입한다.

증권가의 향후 전망도 대체로 낙관적이다. 원자재 가격 상승, 공급망 차질 등 악재가 적지 않았지만, 전기차 시장은 올해도 순조롭게 성장하고 있다. 올 상반기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은 428만5000대(SNE리서치)로 전년 동기 대비 63% 증가했다. 서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인플레이션 우려가 후퇴하면서 글로벌 증시가 반등했지만, 경기침체 우려가 남아있음을 고려하면, 기업 실적을 따르는 개별 종목 장세가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며 “국내의 경우 자동차·2차전지 등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곧 발효될 인플레이션 감축 법안(IRA)도 투자 심리 개선에 힘을 보탤 전망이다. 전기차 보급 확대 등 기후변화 대응에 약 3690억 달러를 투입하는 게 골자다. 김중원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전기차 구매자에 대한 세액공제 확대, 배터리 제조사에 대한 지원 등 대규모 예산이 투입될 것”이라며 “전기차와 2차전지 산업의 수혜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LG에너지솔루션 충북 오창공장에서 엔지니어들이 전세계 생산라인을 모니터링 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

LG에너지솔루션 충북 오창공장에서 엔지니어들이 전세계 생산라인을 모니터링 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

다만 종목별 영향은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IRA에는 중국이 생산한 배터리와 핵심 광물을 사용한 전기차는 세액공제 대상에서 제외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미국 내 생산을 빠르게 늘리고 있는 국내 배터리 3사엔 일단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하지만 북미에서 생산한 전기차에만 혜택을 주기로 해 한국에서 전기차를 만들어 수출하는 현대·기아차로서는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김현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소재 부문에선 리튬·니켈 등 핵심 광물을 확보하거나 공급망 수직 계열화에 성공한 업체가 더 높은 평가를 받을 것”이라며 “포스코케미칼·에코프로·고려아연 등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종목 선별이 쉽지 않다면 상장지수펀드(ETF)도 좋은 방법이다. 다만 ETF도 사업 부문별, 국가별 투자 비중이 다르기 때문에 신중한 선택이 중요하다. 최근 IRA 통과 이후, 중국 비중이 큰 전기차 ETF에선 자금이 급격히 빠져나가는 현상이 관측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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