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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신동빈·장세주 구속도 사면도…모두 한동훈 작품이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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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법무부장관이 칼을 댔던 경제인들이 나란히 사면됐다.”

8·15 특별사면 단행을 하루 앞둔 14일 한 율사 출신 여권 관계자가 이렇게 말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 등 윤석열 정부 첫 사면의 이른바 ‘빅3’가 한 장관과 악연으로 얽혔다는 공통점이 있다는 것이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12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윤석열 정부 첫 특별사면인 '8·15 광복절 특별사면' 대상자를 발표하고 있다.연합뉴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12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윤석열 정부 첫 특별사면인 '8·15 광복절 특별사면' 대상자를 발표하고 있다.연합뉴스

이재용 부회장과 신동빈 회장은 모두 2017년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수사로 기소돼 재판을 받았다. 당시 이 부회장 수사를 도맡아 한 특검팀의 수사팀장이 윤석열 대통령이고, 그 바로 밑에서 수사 흐름·법리 구성을 총괄한 ‘넘버2’가 한 장관이다.

신 회장의 경우 검찰에서 불구속기소 됐다가 한 장관이 서울중앙지검 3차장으로 자리를 옮긴 뒤 법정 구속됐다. 당시 사정을 잘 아는 변호사는 “신 회장은 특검이 아닌 검찰 특별수사팀에 수사를 받고 재판에 넘겨졌는데 1심에서 돌연 법정 구속돼 낭패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며 “그때 국정농단 공판팀 전체가 사실상 한 장관 지휘를 받았다”고 전했다.

장세주 회장은 2015년 한 장관이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세조사부장일 때 구속기소 했다. 당시 장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한 차례 법원에서 기각되자 수사팀은 ‘유전무죄(有錢無罪) 무전유죄(無錢有罪)’란 말을 변형, “유전불구속 무전구속이란 말이 생겨나지 않을까 염려스럽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장 회장은 결국 2주 뒤 검찰이 재청구한 영장에 의해 구속됐다.

12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임시 국무회의에 앞서 한덕수 국무총리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12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임시 국무회의에 앞서 한덕수 국무총리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8·15 특사 결과를 두고 대통령실과 여당 안팎에서는 ‘정치인 사면을 가장 강하게 반대한 사람이 한 장관’이라는 게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원래 사면을 국민통합, 경제살리기, 민생 세 가지로 검토했는데 ‘국민통합 컨셉의 정치인 사면은 급하지 않다’는 주변 의견이 정치인 배제의 결정적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 김경수 전 경남지사 등의 사면 여부를 윤 대통령이 막판 고심할 때 결정에 영향을 미친 최측근이 함께 검찰에 몸담았던 한 장관이라는 것이다. 그가 지난 1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몸소 사면 브리핑을 한 것도 이런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과거엔 사면권이 대통령 고유권한이라는 점을 고려해 대변인 등 청와대(현 대통령실) 참모가 별도로 사면의 정치적 배경을 설명하곤 했지만 이번에는 한 장관이 모두 도맡아 했다. 법무부가 대신 발표할 때 대변인이 역할을 맡는 경우도 있었다.

법무부 근무 경력이 있는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통화에서 “법무부가 사면 실무를 담당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법무부 장관이 늘 대통령에게 정무적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아주 가까운 복심 관계가 아니라면 아무리 주무 장관이라도 대통령 고유권에 대해 이렇다저렇다 말할 수가 있겠냐”고 말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지난 12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임시 국무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지난 12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임시 국무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다만 존재감이 부각될수록 ‘소통령 한동훈’에 대한 정치권의 견제 또한 커지는 분위기다. 익명을 요구한 국민의힘 의원은 통화에서 “대통령실 참모들이 아직 윤 대통령의 의중을 완전히 읽지 못하다 보니 한 장관 등 원래 검찰 식구들이 여전히 실세라는 말이 나온다”며 “어찌됐든 용산의 인적 쇄신이 급하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은 한 장관이 키를 쥐고 추진하는 ‘검수완박 대응 시행령’ 입법예고에 “입법권 훼손 쿠데타”(박홍근 원내대표)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한 장관은 지난 11일 과천 법무부 청사에서 검수완박 대응 브리핑을 한 데 이어 12일에도 카메라 앞에 서 연이틀 스포트라이트를 독식했다. 이날 민주당 김남국 의원이 “검찰 밥그릇 챙기듯이 제발 국민과 민생도 좀 제대로 챙겨주시길 바란다”고 하자, 한 장관은 다음날 곧바로 “깡패·보이스피싱 수사야말로 법무부가 할 수 있는 진짜 민생을 챙기는 것”이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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