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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미래 준비” 장기전 예고, 친윤 “아이가 떼쓰는 것”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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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13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전환에 대한 가처분신청 등과 관련해 직접 입장을 밝히던 중 눈물을 닦고 있다. [연합뉴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13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전환에 대한 가처분신청 등과 관련해 직접 입장을 밝히던 중 눈물을 닦고 있다. [연합뉴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과 ‘윤핵관’(윤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에 대한 작심 비판을 쏟아내자 ‘주호영 비대위 체제’ 전환으로 전열을 가다듬던 당이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 13일 당원권 정지 6개월의 중징계를 받은 후 36일 만에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이 대표는 국회에서 62분간의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당 비대위 체제 전환에 대해 “반민주적” “위인설법” “집단린치”라며 강한 어조로 비판한 그는 현 여권의 위기 뒤에 ‘윤핵관’의 책임이 있다고 직격탄을 퍼부었다.

이 대표는 권성동 원내대표와 장제원·이철규 의원을 ‘윤핵관’, 정진석 국회부의장과 김정재·박수영 의원을 ‘윤핵관 호소인’으로 각각 지칭하며 “끝까지 싸우겠다”고 말했다. 또 윤핵관 그룹을 향해 2024년 총선 때 험지 출마를 요구했다. 장제원(부산 사상)·박수영(부산 남)·김정재(포항) 의원의 지역구인 영남이나 권 원내대표(강릉)·이철규(동해-태백-삼척-정선) 의원이 당선된 강원 지역은 전통적으로 국민의힘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이 대표는 윤 대통령에 대해서도 “나를 ‘이 xx 저 xx’ 하는 사람을 대통령 만들기 위해 열심히 뛰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대통령과 저의 문제는 상당 부분 오해에서 기인했다”고 부연했다. “중간 전달자들이 사심 가득한 행동을 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대표는 또 “돌이켜보면 양의 머리를 흔들면서 개고기를 가장 열심히 팔았고, 가장 잘 팔았던 사람은 바로 저였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당내에서 “윤 대통령은 결코 개고기 비유로 비하될 분이 아니다”(김미애 의원)는 ‘양두구육’ 논란이 벌어졌다.

이 대표의 작심 발언에 당 안팎이 크게 술렁였다. 당내에선 “지나쳐도 너무 많이 지나쳤다”(나경원 전 의원), “왜 그런 욕을 먹었는지도 생각해 봤으면”(홍준표 대구시장) 등 비판이 나왔다. 더불어민주당은 “이준석 대표 말이 사실이라면 우리는 배은망덕한 대통령을 모시고 있구나 하는 한탄을 하게 된다”(우상호 비대위원장)며 갈라치기에 나섰다.

지난 12일 주호영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국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 12일 주호영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국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친윤 그룹 당사자들은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박수영 의원은 중앙일보에 “대응할 가치 없다. 시간 낭비”라고 했고, 이철규 의원은 통화에서 “아이가 떼쓰는 것에 언짢아 할 필요가 있느냐”고 말했다. 장제원 의원도 주변에 “할 말이 없다”고 하는 등 무대응으로 일관했다.

그러나 이 대표가 “온라인 당원 소통 공간을 만들고 당 혁신 방안에 대한 책을 쓰겠다”며 장기전을 예고한 만큼 여진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이 대표는 14일 페이스북에 “내일부터 라디오에서 우선 뵙겠습니다”라며 여론전에 나설 계획임을 알렸다.

일각에선 이 대표가 유승민 전 의원과 손잡을 가능성도 여전히 거론된다. 이 대표는 지난 9일 “신당 창당 안 합니다”라며 선을 그었지만, 13일 회견에서 유 전 의원과의 연대 가능성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유 전 의원도, 저도 상당한 지지세를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여운을 남겼다.

이 대표와 친윤 그룹의 대립 구도는 이 대표가 법원에 낸 당 비대위 전환에 대한 효력 정지 가처분신청의 인용 여부에 따라 또 한번 변곡점을 맞을 전망이다. 서울남부지방법원은 17일 오후 3시에 가처분신청의 심문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날은 윤 대통령의 취임 100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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