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우영우 첫장면에서 OST 영감…박은빈도 노래 담백하게 불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6면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드라마 분위기와 어울리는 OST로도 귀를 잡아끈다. 노영심 작곡가의 작품이다. 그는 “첫 장면에서 이미 영감이 떠올랐다”고 말했다. [사진 작가 조세현]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드라마 분위기와 어울리는 OST로도 귀를 잡아끈다. 노영심 작곡가의 작품이다. 그는 “첫 장면에서 이미 영감이 떠올랐다”고 말했다. [사진 작가 조세현]

여름 파도를 연상시키는 경쾌한 마림바(나무 재질의 건반 타악기) 소리, 우영우가 기분이 좋을 때 재생되는 3박자 왈츠 같은 피아노 연주, 우영우의 간질거리는 마음을 드러내는 듯한 기타 소리….

ENA 인기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감성적인 OST로도 시청자를 사로잡는다. 모두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인 노영심(55)의 작품이다. 1989년 가수 변진섭의 노래 ‘희망사항’을 작사·작곡한 그 노영심 말이다.

지난 12일 만난 노영심은 “오랜만의 대중 작업인데 많이 좋아해 주셔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1년 전 의뢰를 받아 작업을 시작했지만, 후반부 음악이 추가되며 이번 달 들어서야 겨우 끝났다고 했다.

드라마 시작과 함께 재생되는 타이틀곡은 여름·바다·고래 등을 연상시키는 마림바 연주로, 같은 음절이 반복되는 이름 ‘우영우’처럼 고정된 두 음이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멜로디다. 대본 리딩과 드라마 속 고래 CG를 접하며 밝은 분위기의 새 곡을 만들었다.

‘우영우’의 음악 작업에는 수지, 선우정아, 원슈타인, 넬 김종완 등 쟁쟁한 아티스트들이 참여했다. ‘제주도 푸른밤’은 주인공 박은빈이 직접 노래했다. 노영심은 “곡을 쓰면서 원했던 첫 라인업이 그대로 섭외됐다”고 했다. 그는 “박은빈은 ‘제주도 푸른밤’을 너무 잘 부르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담백하게 적당히 잘 불러줬다”고 말하며 웃었다.

노영심은 2013년 이후 대중적인 노출이 거의 없었다. 하지만 “꾸준히 이것저것 작업은 해왔다. 활동을 한다와 안 한다의 차이가 별로 없었다”고 덤덤하게 설명했다. 가톨릭 신자인 그는 2014년 교황 방한 때 기념 음악을 만드는 작업도 맡았고, 명동성당 같은 특별한 공간에서 소리를 담는 작업을 계속해 왔다고 했다. 아이돌 ‘네이처’의 ‘행운을 빌어요’라는 곡을 만들기도 했다.

가장 꾸준하게 해온 일은 2018년부터 맡은 국제 스페셜 뮤직&아트 페스티벌의 팝 감독이다. 발달장애인이 참여하는 행사다. 올해도 이달 초 3일간의 캠프에 참가했다.

“특별한 의미가 있어서가 아니라 제안이 들어와서 시작한 일인데, 하다 보니 더 잘하고 싶어져서 지속하게 됐다”고 했다. 그는 “발달장애인들과 함께 앙상블을 만드는 작업 자체가 의미가 크다”며 “장애인들이 직관적으로 읽을 수 있고 가르치기도 쉬운 특수악보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우영우’ 제작진은 페스티벌 주최 측에까지 연락해 그에게 음악감독 직을 요청했다. 노영심은 “대본을 6화까지 보고 나자 안 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고, 첫 장면에서 이미 영감이 떠올랐다”고 털어놨다. 이어 “감독님이 내가 발달장애인 관련 활동을 해온 걸 알고 눈을 반짝이시길래 기대에 부응하는 마음으로 작업했다”고 했다. 노영심은 또한 “두 개의 음을 반복해 오가는 ‘우영우’의 멜로디는 발달장애인 교육에도 좋다”고 설명했다.

그는 여섯 살부터 피아노를 쳤다. 피아니스트를 꿈꾸며 이화여대 피아노과에 진학한 평범한 음대생이었다. ‘희망사항’ 히트가 그의 인생을 바꿨다.

“어릴 때부터 피아노를 연주해 피아노가 내 언어가 된 것 같다”는 노영심은 ‘우영우’의 피아노 멜로디를 직접 연주했다. 드라마 ‘연애시대’ 같은 진한 사랑 이야기의 음악을 만들고 싶은 생각도 있다고 했다.

노영심은 “‘우영우’ 타이틀곡의 마림바는 미디(전자음악)로 만들었지만, 언젠가 내가 작업한 곡을 실제 악기로 연주하는 공연을 열고 싶다”고 덧붙였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