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고갈 빨라지는 4대 연금, 개혁 늦출 수 없다

중앙선데이

입력 2022.08.13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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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1호 30면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5월 16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연금개혁을 강조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5월 16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연금개혁을 강조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국회 예산정책처, 2055년 국민연금 고갈 예측

더 내고 덜 받는 개혁 미룰수록 미래 부담 급증

복지부 장관 인선, 사회적 합의 도출 서둘러야

윤석열 정부가 국민연금 개혁의 시동을 걸었다. 보건복지부는 이달 중 국민연금 5차 재정추계에 착수하기로 했다. 국민연금 기금의 예상 수입과 지출을 따져보고 얼마나 모자라는지 계산하는 작업이다. 결과는 내년 3월에 나온다. 국민연금 고갈 시점이 빨라지는 건 불 보듯 뻔하다.

전임 문재인 정부가 실시한 2018년 4차 재정추계에선 국민연금이 2042년에 적자로 돌아서고 2057년에 완전히 고갈할 것으로 내다봤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정부 추계보다 2~3년 빠른 2039년 적자 전환, 2055년 완전 고갈을 전망했다. 올해 32세인 1990년생이 노령연금을 받을 수 있는 65세가 되면 국민연금 기금이 한 푼도 남지 않는다.

문제의 핵심은 적게 내고 많이 받아가는 것이다. 기성 세대는 혜택을 받겠지만 미래 세대는 엄청난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 세대 불평등을 넘어 세대 착취라는 말까지 나오는 배경이다. 현재 방식을 유지한다면 연금 재정의 파탄은 피할 수 없는 미래다. 출산율은 세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고 인구 고령화 속도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다.

역대 정부는 보수와 진보를 가리지 않고 연금개혁을 추진해왔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임기 내내 무책임하게 연금개혁을 방치했고, 결국 상황을 악화시켰다. 국민연금의 네 가지 개편 방안을 나열한 뒤 알아서 하라며 국회에 공을 던져놓고는 그걸로 끝이었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며 퇴짜를 놓은 이후 연금개혁은 아예 언급하지도 않았다.

다행히 최근에는 정치권에서 연금개혁의 공감대가 만들어지고 있다. 여야는 지난달 원 구성 협상을 타결하면서 국회에 연금개혁특별위원회를 두기로 합의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5월 국회 시정연설에서 “연금개혁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강조했다. 지난 대선 TV토론에선 윤석열 후보는 물론 이재명 후보 등 주요 정당 후보들은 예외 없이 개혁의 당위성에 동의했다.

개혁의 큰 방향은 명확하다. 지금보다 더 내고 덜 받는 방식으로 바꾸는 것이다. 연금 보험료율이나 소득대체율 같은 숫자를 고치자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모수개혁’이라고 부른다. 현재 9%인 연금 보험료율을 한꺼번에 큰 폭으로 올리기 어렵다면 단계적 인상이라도 추진해야 한다. 일정한 조건에 도달하면 연금 지급액을 삭감하는 자동조절장치의 도입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이미 독일·스웨덴·핀란드·일본 등에선 공적연금 자동조절장치를 운영하고 있다.

국민연금과 함께 4대 공적연금에 속하는 공무원·군인·사학연금의 개혁도 미룰 수 없는 과제다. 공무원·군인연금은 오래전에 바닥을 드러냈다. 매년 수조원씩 국민 세금으로 모자라는 돈을 메워주는 실정이다.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사학연금도 2033년 무렵 적자로 돌아선다. 4대 공적연금에 기초연금·퇴직연금까지 국내 연금 체계 전반을 아우르는 구조개혁이 시급하다.

그런데 연금개혁을 주도할 복지부 장관 자리는 새 정부 출범 석 달이 지나도록 비어 있다. 두 명의 장관 후보자가 잇따라 검증 과정에서 낙마하면서다. 집행기관인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자리도 공석이다. 원활한 소통 능력과 전문성을 갖추고 개혁의 사명을 완수할 적임자를 빨리 찾아야 한다.

이번 기회에 연금개혁을 이뤄내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국가의 미래가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각종 비판과 반발이 있더라도 국민에게 고통 분담의 불가피성을 설득하고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야 한다. 야당도 정치적 이해 관계를 떠나 연금개혁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 정말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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