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10억 먹튀’ 논란 에바종…더 큰 위험은 따로 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5면

최승표의 여행의 기술

여행사 에바종이 ‘먹튀 논란’에 휩싸였다. 에바종은 해외 럭셔리 숙소 예약 대행을 하다가 최근에는 국내 호텔 회원권, 피트니스 시설 이용권도 팔았다. 최승표 기자

여행사 에바종이 ‘먹튀 논란’에 휩싸였다. 에바종은 해외 럭셔리 숙소 예약 대행을 하다가 최근에는 국내 호텔 회원권, 피트니스 시설 이용권도 팔았다. 최승표 기자

온라인 호텔 예약업체 ‘에바종’이 먹튀 논란에 휩싸였다. 고객으로부터 여행 예약금을 받고도 호텔에 지급하지 않아 10억원 수준의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남대문경찰서가 피해 접수를 받아 수사에 착수했고, 공정거래위원회도 최근 현장조사를 벌였다. 에바종은 코로나 사태 초기 환불 문제로 집단소송을 당하기도 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피해를 대비하는 법은 없는지 알아봤다.

에바종은 2012년 영업을 시작했다. 홍콩 금융업계 출신의 프랑스인 에드몽 위그 제라르 드 퐁뜨네가 서울에 회사를 차렸다. 익스피디아·아고다 같은 글로벌 온라인 여행사(OTA)가 세력을 키우는 시기였다. 에바종은 차별화를 시도했다. 해외 럭셔리 숙소를 큰 폭으로 할인 판매했고, 무료 회원으로 가입한 뒤에야 상품과 가격을 볼 수 있도록 했다.

에바종의 틈새 전략은 꽤 성공적이었다. 한 여행업계 관계자는 “젊은 여행자의 취향에 맞는 숙소를 골라 소개하는 ‘큐레이션’을 잘했다”고 말했다. 에바종의 주요 홍보 수단은 인스타그램을 비롯한 소셜미디어였다. 인플루언서에게 혜택을 주고 리뷰를 쓰게 하는 바이럴 마케팅을 활용했다.

호화 리조트, SNS 타고 입소문

여행사 에바종이 ‘먹튀 논란’에 휩싸였다. 에바종은 해외 럭셔리 숙소 예약 대행을 하다가 최근에는 국내 호텔 회원권, 피트니스 시설 이용권도 팔았다. [사진 화난사람들 홈페이지 캡처]

여행사 에바종이 ‘먹튀 논란’에 휩싸였다. 에바종은 해외 럭셔리 숙소 예약 대행을 하다가 최근에는 국내 호텔 회원권, 피트니스 시설 이용권도 팔았다. [사진 화난사람들 홈페이지 캡처]

회원 수는 꾸준히 늘었고 에바종 측은 55만 명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재무제표는 부실했다. 코로나 전까지도 해마다 10억~20억원 적자가 이어졌다. 그 와중에 코로나 사태를 만났다. 2020년 초 해외여행이 막히자 고객의 환불 요청이 쇄도했다. 에바종은 환불을 거부했다. 대신 일정 연기와 적립금 지급을 권했다. 에바종은 집단소송을 당했고, 패소했다.

한 번 터진 봇물은 거침이 없었다. 여행을 며칠 앞둔 고객에게 예약 취소 문자가 날아오는 일이 잦아졌다. 국내 호텔에 미지급금이 쌓이면서 거래가 끊기기도 했다. 올여름 해외 호텔 체크인 과정에서 에바종이 숙소 측에 객실료를 지급하지 않은 사실을 알게 된 고객이 속출했다. 추가 할인을 미끼로 퐁뜨네 대표 개인 통장에 입금을 유도하기도 했다. 여행비 수천만원을 날린 고객도 있었다. 여행비를 결제하면서 개인간 거래를 하는 건 위험천만한 일이다. 여행사가 미심쩍다면, 출발 전 호텔에 직접 예약·결제 여부를 확인하는 게 안전하다.

후불제 방식으로 운영하다가 파산한 바나나여행사의 SNS 광고. [사진 바나나여행 SNS]

후불제 방식으로 운영하다가 파산한 바나나여행사의 SNS 광고. [사진 바나나여행 SNS]

에바종은 최근 고가의 국내 호텔 상품도 팔았다. 여러 호텔의 운동시설을 쓸 수 있는 ‘피트니스 이용권’, 특급호텔을 지정 기간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호텔패스’를 선보였다. 피트니스 회원권은 최대 보증금 1000만원, 호텔패스는 1년 이용료 1055만원(2인권)이다. 한 여행업계 관계자는 “단지 큰돈 마련을 위해 이런 상품을 기획했다면 고의적이고 악질적인 영업 방식”이라고 꼬집었다. 에바종은 무책임한 대응을 보이고 있다. 지난 2일 소셜미디어에 “투자 유치 및 인수 합병 등의 방안을 강구 중”이라고 공지문을 올렸다. 현재 에바종은 서울 서소문 사무실을 빼고 전 직원이 재택근무 중이다. 전화 연결은 쉽지 않다. 퐁뜨네 대표는 출국 금지를 당했다.

비정상적인 영업으로 고객 피해를 일으킨 건 에바종만이 아니다. 최근 ‘후불제 여행’ 모델을 내세워 고객을 끌어모았다가 파산한 여행사도 있다. 전북 전주에 소재한 ‘바나나여행’은 매달 3만~10만원씩 회비를 내고 여행을 다녀온 뒤 차액을 내는 방식으로 고객을 모집했다. 그러다가 고객 3000여 명에게 피해를 주고 지난 4월 법원에 파산을 신청했다. 찾아보면 후불제 여행을 표방하는 여행사가 적지 않다. 당장 싸게 보일진 몰라도 사고 상황을 대비해야 한다. 한국여행업협회 구정환 차장은 “여행사가 미심쩍다면 ‘여행정보센터’ 사이트에서 인허가 여부와 보증보험 가입액을 확인하는 게 먼저”라며 “정체 모를 해외 사이트를 이용했다가 피해를 본 고객도 많다”고 말했다.

여행업 등록 여부 확인부터

여행업을 등록하지 않고 소셜미디어를 활용해 여행상품을 파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법이다. 포털 사이트의 카페나 인스타그램을 이용한 유사 여행업은 그래서 위험하다. 환불 문제가 불거지거나 사고가 발생하면 치명적이다. 현재 횡행하는 유사 여행업체는 여행업 등록을 안 한 경우가 부지기수고, 해외에 소재해 국내법이 미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에바종은 국내외여행업으로 등록을 했는데도 대응이 쉽지 않다. 무등록 업체 상당수가 개인 통장으로 여행비를 받는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