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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범창 갈아냈다, 그때 물높이 쇄골" 아찔한 반지하 탈출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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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서울 관악구 한 빌라 반지하에 폭우로 침수된 일가족 3명이 갇혀 신고했지만 결국 사망했다. 사진은 침수된 빌라. 연합뉴스

지난 8일 서울 관악구 한 빌라 반지하에 폭우로 침수된 일가족 3명이 갇혀 신고했지만 결국 사망했다. 사진은 침수된 빌라. 연합뉴스

기록적인 폭우로 침수 피해를 본 반지하 거주자들이 수압으로 현관문이 안 열리는 위급한 상황에서 가까스로 탈출했다는 글들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왔다.

11일 다수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토치와 펜치 등을 이용에 창문으로 탈출했다는 ‘반지하 탈출기’가 올라왔다. 작성자 A씨는 “방범창 사이로 키우던 댕댕이(반려견) 올려주고, 나는 물이 철철 흘러넘치는 현관문이 안 열려 사고가 정지했다”며 “물이 이미 무릎 아래까지 차 있고, 문틈 중간까지 수압이 높은 느낌이 들어서 머리가 ‘콱’하고 정지했다”고 했다.

이어 “안간힘으로 (현관문을)밀어부치는데 꿈쩍도 안 하는 거에 정신줄 놓게 되더라. 내가 그래도 키가 185㎝에 몸무게 113㎏인데”라며 “여기서 죽어야하느냐”고 생각했다고 한다.

A씨는 “갑자기 그라인더 샀던 걸 기억하고 그라인더로 방범창을 갈아버렸다. 문제는 방치하던 거라 배터리가 얼마 없었고, 내가 통과하기가 애매했다. 아 이렇게 발악을 해도 죽는구나 싶어서 유서라도 쓰자 하려던 순간, 고기에 불맛 내려고 샀던 터보 토치 생각이 났다. 방범창에 불 쏘고 펜치로 잡아서 휘어서 겨우 탈출했다. 그때 물 높이가 내 가슴이랑 쇄골까지 차 있었다”고 했다.

A씨는 이어 “방범창 사이로 내 방 안을 들여다봤는데 가구 등이 전부 안 보였다. 갑자기 눈물이 엄청 나오더라. 일단 본가는 가야 하는데 지갑은 없고 폰도 없고. 있는 건 물 가득 머금은 토치와 댕댕이. 울면서 아무 집이나 초인종 눌러서 2만원만 달라고 했다”며 “여기 밑에 반지하 살던 사람인데 지금 겨우 탈출했다고 하니 선뜻 주시더라. 집에 가려고 하는데 방문했던 집 아저씨가 뛰쳐나오더니 내 몰골 보고는 옷 줄 테니까 토치 버리고 손도 좀 그만 떨고 들어와서 씻고 옷 갈아입고 날씨 잠잠해지면 가라고 하시더라. 그래서 부모님 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집에 갔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A씨는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반지하 거주하는 이들은 언제 어떻게 침수될지 모르니 항상 배터리형 그라인더와 토치, 펜치 등 이런 거 집에 두고 살아라. 배터리도 충전해놓고”라고 조언했다.

게시글을 본 네티즌들은 “무서웠겠다”, “너무 공포스러웠겠다”, “안 다쳐서 다행”, “반지하 사람들 걱정된다”, “나도 어릴 때 집에 물 들어와서 바로 탈출했었다”, “윗집 분도 천사네” 등의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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