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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천지 아닌척 사기 전도에 "배상책임 없다"…대법서 뒤집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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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천지예수교에 입교했다가 탈퇴한 신도 3명이 "'사기 전도'를 당했다"며 손해배상 소송을 냈지만 대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은 "상대방의 종교 선택의 자유를 상실시켰다면 선교 행위도 민사상 불법 행위"라고 처음으로 판시했지만, "이 사건에는 적용하기 어렵다"고 봤다. 11일 대법원 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원고 일부 승소로 본 원심 판결을 파기해 환송한다고 밝혔다.

이만희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 총회장이 지난 2020년 3월 경기 가평 신천지 평화의 궁전 앞에서 코로나 19 사태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중앙일보

이만희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 총회장이 지난 2020년 3월 경기 가평 신천지 평화의 궁전 앞에서 코로나 19 사태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중앙일보

신천지예수교 맛디아 지파 소속 서산교회에 다녔던 3명은 지난 2018년 이른바 '청춘반환 청구소송'을 냈다. 이들은 "신천지 교인들이 이름이나 소속, 신분을 숨긴 채 전도해 자유 의지를 박탈당한 채 입교했다"며 자신들의 종교 선택의 자유가 침해됐다고 주장했다. 또 "조직적인 세뇌와 통제에 당해 오랜 시간 탈퇴하지 못했다"며 서산교회와 자신들을 전도한 교인들을 상대로 책임을 물었다.

특히 원고 A씨는 "4년간 전임 사역자로 노동력을 착취당했다"며 다른 일을 했다면 얻을 수 있었던 수입과 위자료를 요구했다. 원고 B씨는 신천지에 입교해 배우자와의 이별 등을 겪으며 정신적 고통을 얻었다고 호소했고, 원고 C씨 역시 교회 활동으로 인해 공부를 그만두게 됐다며 위자료를 요구했다.

1심 재판부는 원고 A씨의 주장만을 인정해, 교회가 A씨에게 위자료 5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원고들이 해당 교회가 신천지라는 사실을 언제 알았는지'를 다시 들여다봤다. 재판부는 "A씨와 B씨가 정식 입교 전에 신천지라는 사실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라고 판단했다. 본격적으로 신천지 교리를 배우거나 인적관계를 형성하기 전에, 신천지 성경공부를 계속할 것인지 결정할 기회가 있었다는 취지다. 종교 선택의 자유 역시 침해되지 않았다고 봤다.

재판부는 "원고 C씨의 경우 정식 입교 후 5~6개월이 지난 후에야 신천지 소속이라는 사실을 알았다"라고 판단했다. C씨를 전도한 사람들이 기성교회 소속인 것처럼 거짓말을 했기 때문이다. 이에 지난 1월 2심 재판부는 C씨에 대해서만 위자료 500만원을 교회가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우선 대법원은 '신천지 서산 교회'가 민사소송법상 소송 상대방이 될 수 없다고 봤다. 신천지 소속 지파나 지교회에는 별도 규약이 없고, 대표자도 이만희 총회장이 지명해 임명하는 구조라 별도의 의사결정기구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서산교회에는 '당사자 능력'이 없어 소송 상대방으로 볼 수 없다는 취지다.

C씨를 전도한 사람들의 손해배상 책임 역시 인정하지 않았다. 신천지가 아닌 것처럼 거짓말해 전도한 것은 사회적·윤리적으로 비난받을 행위라고 하더라도, C씨가 스스로 교리 교육을 계속해서 받은 점에 주목한 것이다.

다만 대법원은 "선교 행위가 정도를 벗어나 상대방의 종교 선택 자유를 상실시키는 정도에 이른 경우에는 불법 행위가 성립할 수 있다"라고 최초로 판시했다. 신천지 탈퇴 교인들이 제기한 비슷한 소송들이 하급심에서 심리 중인 만큼, 이번 판결이 남은 사건의 판단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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