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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징용 피해자 빠진 '반쪽 협의회'…정부 "판단 시점 다가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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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감점기 강제동원 피해자에 대한 배상문제의 해법을 논의하기 위한 민관협의회 3차 회의가 9일 피해자측의 불참 속에 개최됐다. 지난달 14일 2차 회의 이후 26일만이다.

2018년 11월 29일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2건에서 승소했다. 대법원은 당시 피해자 5명에게 1인당 8000만원과 지연손해금을, 여자 근로정신대 피해자 4명에게 1인당 1억5000만원, 유족 1명에게는 8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뉴스1

2018년 11월 29일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2건에서 승소했다. 대법원은 당시 피해자 5명에게 1인당 8000만원과 지연손해금을, 여자 근로정신대 피해자 4명에게 1인당 1억5000만원, 유족 1명에게는 8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뉴스1

회의는 조현동 외교부 1차관 주재로 한ㆍ일 관계 전문가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지만, 2차 회의까지 참석했던 피해자 측이 불참하면서 의견 교환 없는 ‘반쪽 협의회’가 됐다.

외교부 당국자는 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법원의 판단이 어느쪽으로 갈지 예단할 수 없다”면서도 “오는 19일 이전에 (법원에서)미쓰비시중공업의 특허권과 상표권 현금화 명령 두건의 재항고를 기각할 가능성이 있고, 그렇게 되면 현금화가 완성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이어 “(해결방식으로)많이 알려진 대위변제도 있지만, 이날은 대위변제에 대한 얘기보다 채권ㆍ채무 관계 중 각각 채권자와 채무자 쪽에서 접근할 수 있는 방안이 논의됐다”며 “기본적으로 채권자(피해자)의 동의를 받아서 해결하는 과정이 제일 모범적이지만, 100% 동의를 받지 못할 때 법적으로 어떤 방안이 있는지에 대한 의견도 들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4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외교부 건물에서 열린 일제 강제 징용 피해자 배상 관련 민관협의회에서 조현동 외교부 1차관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4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외교부 건물에서 열린 일제 강제 징용 피해자 배상 관련 민관협의회에서 조현동 외교부 1차관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는 다만 이날 회의에서 대위변제 외에 구체적으로 어떠한 방식의 해결책에 무게가 실렸는지 등에 대해선 추가 설명을 하지 않았다.

이 관계자는 이어 “1차 회의 때는 국제중재, 2차 때는 대위변제, 이날 3차 회의에서도 나온 방식이 있고 여러 의견을 줬기 때문에 그 의견에 대해 판단하는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며 정부의 결정이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정부안 마련 방식에 대해서는 “민관협의회는 안을 도출하는 것이 아닌 각계각층의 자문을 구하는 것”이라며 “정부안은 자문을 쌓은 뒤 선택과 책임을 갖고 결정하는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협의회 불참을 선언한 피해자측의 입장을 듣기 위해 지금까지의 소통 채널이던 국장급 이상의 고위층이 나서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사실상 현금화 여부가 결정될 법원 판단이 예상되는 19일 이전 추가 민관협의체 회의를 열 가능성에 대해선 “물리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앞에서 임재성 변호사, 장완익 변호사, 김영환 민족문제연구소 대외협력실장이 강제동원 관련 민관협의회 피해자 지원단 및 대리인단 입장을 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앞에서 임재성 변호사, 장완익 변호사, 김영환 민족문제연구소 대외협력실장이 강제동원 관련 민관협의회 피해자 지원단 및 대리인단 입장을 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피해자 측은 외교부가 지난달 말 강제징용 문제에 대해 외교적 노력을 하고 있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한 것을 ‘기만 행위’로 규정하며 지난 3일 협의회 불참을 통보했다. 특히 윤덕민 주일 대사가 8일 간담회에서 배상을 거부하는 일본 기업 자산의 현금화 문제와 관련 “동결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면서 반발이 확대됐다.

피해자측 지원단체인 민족문제연구소는 이날 “일본 정부의 눈치만 보며 굴종 외교에 급급한 윤석열 정부에게 문제 해결을 기대할 수 있을지 우려를 금할 수 없다”며 윤 대사의 사퇴를 요구했다. 또 다른 단체인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도 “일본대사의 입에서 나올법한 소리를 한국대사가 한 것이 개탄스럽다”는 논평을 냈다.

지난달 16일 일본에 입국한 윤덕민 주일본 한국대사가 도쿄 하네다공항에서 한일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16일 일본에 입국한 윤덕민 주일본 한국대사가 도쿄 하네다공항에서 한일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에 대해 외교부 당국자는 “(윤 대사의 발언은)본부와 조율됐다고 말씀을 못 드린다”며 “해당 발언은 현금화가 이뤄지기 전에 바람직한 해결 방안을 도출해야 한다는 취지로 이해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피해자들이 민관협의회에 참석했던 취지 중 하나가 (현금화로 인한 한ㆍ일 관계 악영향 등) 이런 상황이 도래하기 전에 해결책을 마련해보자는 것”이라며 “피해자 측과 계속 소통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외교부는 피해자측이 문제 삼는 의견서 공개와 관련해선 “문제 해결을 위한 외교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을 설명한 것으로, 그간 원고 측 등에 설명했던 내용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면서도 “재판부에서 공개 여부를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외교부는 구체적 내용을 공개하기 어려운 점을 양해해 달라”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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