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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 “MB 사면 이번엔 어려울 것 같다”…김경수 등도 배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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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목소리 숨소리까지도 놓치지 않고 잘 살피기 위해선 끊임없이 국민과 소통해야 한다.”

9일 휴가 복귀 후 첫 국무회의를 주재한 윤석열 대통령은 “시작도 국민, 방향도 국민, 목표도 국민이라는 것을 깊게 새겼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회의는 정부세종청사에서 할 예정이었으나 집중호우에 따른 피해점검으로 서울정부청사로 변경됐다.

노란색 민방위복 차림의 윤 대통령은 “정책 추진도 국민의 충분한 이해와 공감을 구해야 한다”며 “탁상공론이 아니라 현장 목소리에 적극 귀 기울이고 이를 반영해 정책이 현장에 미칠 파장에 대해서도 충분히 사전 검토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모든 것이 국민의 정부에 대한 신뢰와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국무위원들이 꼼꼼하게 챙겨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취임 3개월을 돌아본 뒤 “많은 국민이 새 정부의 더 빠르고 더 큰 변화와 삶에 와 닿는 혁신을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이 회의 개회를 알리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 대통령실

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이 회의 개회를 알리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 대통령실

전날 업무 복귀 일성으로 “국민 관점에서 모든 문제를 점검하겠다”고 한 윤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도 “국민의 뜻을 제대로 받들고 있는지 꼼꼼하게 살펴 나가자”고 거듭 강조했다. 연이은 윤 대통령 이런 발언에 대해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여론을 국정운영의 첫 번째 기준으로 삼겠다는 의미”라며 “국정 동력을 뒷받침할 지지율 반등을 위해 윤 대통령이 모든 걸 다하겠다는 것으로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최근 여러 여론조사에 따르면 윤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은 20%대로 내려앉았다.

이와 관련한 첫 시험대로 광복절 특별사면이 거론된다. 무엇보다 이명박(MB) 전 대통령 사면 여부가 뜨거운 감자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정치인 사면 최소화 원칙 하에 MB 사면은 이번엔 어려울 것 같다. 김경수 전 경남지사도 마찬가지”라며 “이런 결정을 내린 법무부 사면심사위의 결과를 따르겠다는 게 윤석열식의 공정과 법치”라고 말했다. 이날 열린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에선 두 사람을 비롯해 그간 사면 대상으로 거론됐던 여야 정치인과 남재준·이병기 전 국정원장 등도 제외했다. 윤 대통령이 이를 그대로 받아들일 것이라는 뜻이다.

기정사실로 여겨졌던 MB 사면이 갑자기 뒤집힌 배경에는 윤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이 있다. 대선 때 “집권 뒤 MB 사면을 추진하겠다”고 공언했던 윤 대통령은 취임 후에도 “이십몇 년을 수감 생활하게 하는 건 맞지 않다”고 말하는 등 줄곧 사면 쪽에 힘을 실어왔다. 익명을 원한 대통령실 인사는 “애초 윤 대통령은 MB를 사면하려고 했다”며 “하지만 지지율이 20%대로 내려앉은 상태에서 여론을 신경쓰지 않을수 없게 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른 참모는 익명을 전제로 “여론이 가장 중요한데, MB 사면은 부정적인 국민 여론이 크다”고 털어놨다. 다만, 사면이 고도의 통치행위인 만큼 윤 대통령이 막판에 결심을 바꿀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참모들도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9일 간밤 폭우로 일가족 3명이 사망한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다세대 주택을 찾아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9일 간밤 폭우로 일가족 3명이 사망한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다세대 주택을 찾아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박순애 사퇴’에 이은 추가 인적 쇄신을 단행할지도 관심사다. 윤 대통령은 인위적 물갈이에 부정적이지만, 정무·공보 라인을 강화해야 한다는 얘기가 여권 안팎에서 나온다. '김대기 비서실장 원포인트 교체설'과 함께 MB 청와대에서 각각 홍보수석과 대변인으로 호흡을 맞췄던 이동관 대외협력 특별보좌관과 김은혜 전 국민의힘 의원의 참모 중용설도 돌고 있다.

윤 대통령 측 핵심 인사는 지난 5일 한국갤럽에서 나온 윤 대통령의 24% 지지율을 언급하면서 “이 수치보다 더 떨어지면 진짜 대대적인 개편이 불가피하다”며 “반대로, ‘낮은 자세’로 돌아온 윤 대통령의 모습을 보고 여론이 반등한다면 크게 손을 안 대고 갈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다른 참모는 “이왕 소를 잃었으면 외양간이라도 열심히 고쳐야 다시 소를 키워도 잃지 않는다”고 비유하면서 “인색 쇄신 카드를 쓸 타이밍을 놓치면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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